안락사, 캐나다 전체 사망자의 4.7% 차지
캐나다에서 '안락사'라고도 알려진 의료 조력 사망이 전체 사망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느리지만 5년 연속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캐나다 당국은 지난 2016년 조력 자살을 허용한 이후 최근 5번째 연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최초로 안락사를 찾는 이들의 인종에 대한 데이터가 포함됐다.
지난해 기준 도움을 받아 숨을 거둔 사람은 약 1만5300명으로, 캐나다 전체 사망자의 4.7%를 차지했다.
캐나다 의회는 2027년까지 정신 질환자들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자 모색 중이다.
캐나다는 지난 10년간 조력 사망을 허용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다른 국가로는 뉴질랜드, 호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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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보건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조력 사망률은 거의 16% 증가했다. 그런데 이는 전년도의 평균 증가율인 31%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조력 사망률 둔화의 원인을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조력 사망을 신청한 이들 대부분(약 96%)이 자연적으로도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들이었다. 나머지 4%는 장기간 만성 질환을 앓던 환자들로, 이른 시일 내에 자연스럽게 죽을 가능성이 없어 안락사가 허용된 경우였다.
조력 사망을 신청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약 77세였으며, 가장 흔한 기저 질환은 암이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는 처음으로 안락사 사망 사례의 인종 및 민족 데이터가 포함됐다.
캐나다에서 백인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데, 안락사로 사망한 이들 중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약 96%이었다.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2번째로 많았던 비율(1.8%)은 전체 캐나다인의 약 5.7%를 차지하는 동아시아계 주민이었다.
한편 조력 사망은 퀘벡주에서 가장 많이 시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퀘백주의 인구는 캐나다 전체 인구의 22%에 불과하나, 안락사 사망의 37%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퀘벡 주정부는 올해 초 주의 안락사 비율이 높은 이유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캐나다에서는 조력 사망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안락사가 전체 사망 건수의 약 5%를 차지한 네덜란드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아울러 영국의 경우 지난달 말 하원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 한해 말기 질환을 앓는 성인 환자들이 조력 사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으나, 실제로 제정되기까지는 몇 달간의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캐나다를 조력 사망과 관련한 안전장치가 부족해 주의해야 할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원래 캐나다 또한 죽음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환자들에 대해서만 조력 사망을 허용했다.
그러던 2021년, 캐나다 당국은 말기 질환을 앓고 있지는 않으나, 만성적이고 쇠약해지는 질환으로 인해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싶은 이들 또한 조력 사망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했다.
게다가 올해 초에는 정신 질환자의 조력 사망도 허용해 또 한 번 접근성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를 감독하는 캐나다 주정부들이 이러한 접근성 확대에 대해 자신들의 시스템이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 우려를 제기하며 2번 연기됐다.
지난 11일, 캐나다 보건부는 형법이 "엄격한 자격"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절차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기독교 관련 싱크탱크인 '카두스'는 최근 발표된 수치가 "우려된다"면서 캐나다의 안락사 프로그램은 전 세계 기준으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주에서 지난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적으로 임종을 앞두고 있지 않았음에도 조력 사망이 허용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 사례의 경우, 우울증 및 자살 충동 병력이 있는 어느 50대 여성은 화학약품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여성은 안락사를 신청했고, 의료적 필요를 충족시킬 만한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승인됐다.
또 다른 사례는 최근 몇 달간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사건으로, 노바스코샤주에 살던 한 암 환자는 유방 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조력 사망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냐는 질문을 2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이 여성 환자는 '내셔널 포스트' 지와의 인터뷰에서 "무척 부적절한 곳에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캐나다 현지 언론은 주택이나 장애 수당이 부족해 어려움에 부닥친 장애인들이 조력 사망을 고려한 사례에 대해서도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