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대표팀 은퇴 선언…10년 독주 어떻게 가능했을까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더 이상 줄 것이 없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역사상 최다 득점자이자 최다 출전 선수인 리오넬 메시는 현지시간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장으로 아르헨티나를 이끌며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과 2021년, 2024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세계는 유명한 하늘색과 흰색 유니폼을 입은 그의 가장 성공적인 시기를 거의 보지 못할 뻔했다.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29번째 생일을 맞은 지 불과 이틀 뒤이자, 아르헨티나가 칠레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직후, 메시는 이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113경기에 출전한 뒤 그는 단호했다. 다시는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에게 대표팀은 끝났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챔피언이 되지 못한 것이 고통스럽습니다"고 그는 말했다.
그 고통은 이해할 만했다. 아르헨티나는 2014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패했고, 2007년과 2015년, 그리고 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많은 이들이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았던 메시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실패했다.
메시는 또 한 번의 우승 기회를 놓친 뒤 눈물을 참으며 "내가 가장 원했던 일이었지만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해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메시는 생각을 바꾸게 됐다.
그는 이후 10년 동안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야기 중 하나를 완성했다. 하지만 그 10년간의 독주는 하마터면 시작되지 못할 뻔했다.
은퇴 결정을 번복한 이후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추가로 94경기에 출전해 70골을 더 넣었다. 주요 대회 우승 트로피도 네 차례나 들어 올렸다.
2016년 6월 은퇴 선언과 8월 12일 "조국에 대한 사랑" 때문에 계속 뛰겠다고 발표한 사이의 6주는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상, 나아가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힐 만하다.
'그는 리더가 될 자질이 부족하다'
메시가 국제 무대를 떠나는 지금,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전설적인 10번이 10년 전 내놓은 비판은 거의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메시가 처음 은퇴하기 불과 몇 주 전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개성이 없다"며 "그는 리더가 될 성격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를 향한 비판의 근거는 마라도나와의 비교였다. 하지만 메시는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라리가 우승 8회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를 차지했고, 발롱도르를 다섯 차례 수상했다. 당시 30세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마라도나의 클럽 경력은 이에 미치지 못했지만, 메시가 성인 대표팀에서 거둔 유일한 주요 국제대회 우승은 2008년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반면 마라도나는 사실상 혼자 힘으로 아르헨티나를 1986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메시 이름이 적힌 유니폼이 넘쳐났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완전히 그를 중심으로 구축됐으며, 팬들은 거의 종교적인 수준으로 그를 숭배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비판이 많았다.
"디에고만큼 뛰어나지 않다", "큰 경기만 되면 사라진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 모든 비난이 메시를 향해 쏟아졌다.
메시가 대표팀을 떠나려 했던 것도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스페인 축구 전문가이자 메시 전기 작가인 기옘 발라게는 "레오는 패배하면 정말 깊이 침체된다"며 "그는 아르헨티나 주장이라는 부담감과 마라도나와 비교되는 문제를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그를 '차가운 가슴'이라는 뜻의 '페초 프리오(Pecho Frio)'라고 불렀다. 혈관에 피가 아니라 우유가 흐른다는 모욕적인 의미였다. 그래서 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실패했을 때, 그는 세 번째로 대표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다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앞선 두 차례에는 그가 상처를 추스를 시간을 주면 됐지만, 이번에는 직접 나서서 '이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때때로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마라도나와 메시 중 누가 더 뛰어난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평가에서 메시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된다. 또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칭호를 두고 펠레와 경쟁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캠페인, 동상 그리고 사과
메시를 비판했던 사람들조차 결국 사과했다.
메시가 대표팀을 떠난 순간부터 아르헨티나 전역에 충격이 퍼졌다.
그는 네 차례 연속 결승전에서 패했다.
하지만 동시에 메시는 아르헨티나 역대 최다 득점자였고, 세계 최고의 선수이기도 했다.
메시가 은퇴를 선언한 지 불과 몇 분 만에 동료 선수들이 결정을 바꿔 달라고 촉구하면서 '메시를 돌아오게 하자' 캠페인은 즉시 시작됐다.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는 "메시 없는 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해시태그 #NoTeVayasMessi(가지 마, 메시)는 24시간 안에 2만 회 이상 사용됐다.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 미우리시오 마크리는 이미 메시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에게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설득한 상태였다.
마크리는 당시 기자들에게 "나는 그에게 그런 말들에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며 "사실 우리는 그가 해온 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는 메시를 기리는 동상을 공개하고 국민에게 그의 사랑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시장은 "축구 팬으로서, 레오, 당신에게 결정을 다시 생각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수천 명의 팬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에 모였고, 수도 곳곳의 거리 표지판에는 메시가 아르헨티나를 위해 계속 뛰기를 바란다는 메시지가 뒤덮였다.
마라도나 역시 메시가 2018년 월드컵으로 팀을 이끌기 위해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줬다'
에드가르도 바우사는 2016년 8월 코파 아메리카 실패 이후 헤라르도 마르티노를 대신해 아르헨티나 감독이 됐다. 그는 단 8개월 만에 물러났지만, 어쩌면 취임 후 첫 며칠이 가장 중요했을지 모른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메시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것이었다. 메시의 복귀를 바라는 엄청난 열망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였다.
메시는 대표팀에 복귀하며 "나는 이 나라와 이 유니폼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했다.
"내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계속 뛰기를 원했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곧 그들에게 기뻐할 일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성공이 곧바로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2018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16강전에서 프랑스에 패했고, 많은 이들은 메시가 영원히 월드컵 트로피를 들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놀랍게도 메시는 34세가 되어서야 성인 국제대회 우승을 경험했지만, 이후 3년 사이에 네 차례 우승을 차지했으며 그중에는 2022 피날리시마 우승도 포함됐다.
우승할 때마다 그의 국제 무대 미래를 둘러싼 의문은 계속 제기됐지만, 그는 2026년 자신의 여섯 번째 월드컵까지 출전했다. 아르헨티나가 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하기까지 메시는 8골과 4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과거 전성기의 스피드를 잃은 채 경기장을 유유히 누볐지만, 여전히 예전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여줬다.
결승전은 메시가 10년 전 '은퇴'를 선언했던 바로 그 경기장에서 열렸다.
2016년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을 현장에서 봤던 아르헨티나 팬 벤하민은 "메시가 은퇴했을 때(10년 전), 우리는 모두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의 은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울었고, 나라 전체가 울었다. 그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건 모두가 그를 너무나 아꼈기 때문이다. 리오넬 메시가 없었다면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1986년 이후 다음 월드컵 우승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올해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지 불과 3주 만에 아버지 호르헤가 세상을 떠나면서 메시의 선수 생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
이번 결정은 최종적인 것으로 보이며, 39세인 그가 국제 축구에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남미 축구 전문 기자 팀 비커리는 아르헨티나에서 공식적인 고별 경기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커리는 BBC 라디오 5 라이브에 "월드컵에서 보인 행동에 따른 징계로 아르헨티나가 다음에 홈에서 치르는 경기는 관중 수용 인원의 50%만 입장한 가운데 열리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징계가 끝나면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분명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경기 하나를 열면 어떨까? 리버 플레이트는 남미 최대 규모의 수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서 공식 고별 경기를 하면 어떨까? 리오넬, 어떻게 생각하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