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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파나마, 그린란드, 캐나다를 위협하는 이유는?

1일 전
지난 7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근 발언으로 많은 국가가 분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복귀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덴마크의 자치령)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해 군사적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답해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두 지역 모두 미국 경제 안보의 요충지라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설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런 식으로 미군 동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캐나다의 경우 미국에 편입시키기 위해 경제적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발언에 파나마, 그린란드, 덴마크, 캐나다 모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파나마 운하

파나마 운하 지도
BBC

20세기 초 운하 건설을 맡았던 미국은 수십 년에 걸친 협상 끝에 1999년 결국 운하의 모든 통제권을 파나마 당국에 넘겼다.

그리고 현재,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안보 문제를 들며 이 운하를 되찾고 싶어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운하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파나마 운하는 중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는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에 넘겨줬지, 중국에 준 게 아니다. 그런데 저들은 이를 남용하고 있다. 저들은 (우리가 준) 선물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공식적인 통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와 다르다. 파나마 운하의 전체 물동량 중 미국 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72%로, 대부분이다. 파나마 운하 운영 당국에 따르면 중국 화물은 약 22%로 2번째이다. 아울러 중국은 파나마의 대규모 경제 투자를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파나마 운하가 미국의 태평양 무역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향후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요충지가 될 것으로 본다.

파나마 운하의 코콜리 갑문을 통과하는 화물선과 예인선
Getty Images
파나마 운하 전체 물동량 중 미국 화물이 72%를 차지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에 파나마 측이 미국 화물선에 과도한 운하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비난한 바 있다.

아울러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 파나마 운하 한가운데에 성조기가 꽂혀 있는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비에르 마르티네스-아차 파나마 외무장관은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운하를 통제하는 유일한 주체는 파나마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파나마 운하의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린란드

그린란드 지도
BBC

한편 북극해의 자리한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 중 하나다.

사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첫해인 지난 2019년에도 그린란드 매입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무력 사용 발언에 대해 메테 프레데릭센 현 덴마크 총리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주민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주민들의 것이다. 자부심이 넘치는 주민들이자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닌 이들"이라면서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린란드 남부 세밀리가아크 피오르드
Getty Images
아름다운 그린란드의 자연 풍경 밑에는 희토류, 광물이 잠들어 있다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은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곳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덴마크 지질조사국'과 그린란드의 웹사이트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인 이곳에 잠들어 있는 귀중한 광물과 에너지 자원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여기에는 금, 백금 같은 귀금속은 물론 리튬, 타이타늄과 같은 8가지 희귀 금속, 석탄과 우라늄 같은 에너지 자원, 다이아몬드와 루비 같은 보석이 포함된다.

아울러 탐사 및 개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나,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석유 및 가스 매장량 발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린란드가 특히 가치 있는 이유는 배터리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은 전 세계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오는 2050년까지 희토류 생산량이 5배 증가해야 한다고 예측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또한 많은 희토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또한 지리상 그린란드가 자국과 미국 사이에 자리한 곳이기에 이곳을 전략적 요충지로 간주한다.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에 조기 경보 탄도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현재 독립을 추구하는 무테 에게데 총리가 이끌고 있다. 에게데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님을 강조하는 한편 오는 4월에 있을 의회 선거와 함께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캐나다

미국-캐나다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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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 당국이 미국으로의 이민자 및 마약 유입 방지를 위한 국경 안보 강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몇 주 동안 자국의 최대 이웃국인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부르는 한편 양국 국경은 "인위적으로" 그어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캐나다를 보호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캐나다산 자동차, 목재, 유제품 수입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집권 후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미국으로 수입 시 25%의 관세를 안게 될 수도 있다.

이번에 마라라고에서 열린 장시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을 넘어 자국으로 유통되는 마약 문제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측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캐나다 국경에서 압수된 펜타닐의 양은 미국 남부 국경에서 압수된 양보다 훨씬 소규모이다.

한편 이러한 요구에 캐나다 당국은 초국적인 조직범죄를 막기 위한 합동 타격대를 추가 배치하고, 국경 감시를 강화하는 등 국경 지역의 보안을 여러모로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경제적 힘"으로 캐나다를 미국에 흡수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위협에 대해 두 나라가 합병할 가능성은 "지옥에서 눈덩이가 살아남을 확률('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말뿐일까, 실행으로 옮길까?

제임스 제프리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미국내 지지층뿐만 아니라 국제 동맹국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 풀이했다. 미국 내에서는 부유한 유럽 동맹국들이 국제 안보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일축했다.

제프리 전 부보좌관은 "우리(미국)는 그린란드로 진군하지 않을 것이고, 캐나다로도 진군하지 않을 것이며, 파나마 운하를 점령하지도 않을 것"라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많은 혼란을 야기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제 질서에 대한 위협은 트럼프가 아닌 러시아와 중국이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데이비드 매독스 정치 부문 편집장은 트럼프 당선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독스 편집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종의 제국주의적 트럼프"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미국의 공간을 넓히고 싶어 한다. 이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와는 매우 다른 접근 방식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나머지 전 세계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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