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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란 무기 커넥션: 이란이 '북한 미사일'로 미국과 싸웠다?

1일 전
이란 샤하브-3 미사일(좌)과 북한 노동미사일(우)
Getty Images, News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두 달째로 접어들며 '장기 소모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달 초 2주간의 한시적 휴전에 합의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아 보인다. 이란은 20일 미국의 신뢰 위반을 명분으로 "추가 회담은 없다"고 선언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재폭격"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예상과 달리 이란은 미국의 공세를 꽤나 잘 버텨내며 건재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전쟁 초기에는 이란이 단시일 내에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상대가 세계 최강 미군이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이토록 끈질긴 장기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북한발' 비대칭 전력이 이란의 군사 체계와 긴밀히 접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북한과 이란의 군사적 결탁이 이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실전에서 이란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뿌리'임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실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S/2021/211)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까지도 80톤급 고출력 엔진 기술을 공유하고 전문가 수십여 명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이란 미사일의 고도화를 물밑에서 지원해 왔다.

특히 드론 조달망 공유와 북한식 지하 요새화(땅굴) 노하우 전수는 이란이 미국의 정밀 타격 속에서도 핵심 전력을 보존하며 장기 항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결정적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란 현지에는 지금도 대사관 인력을 비롯해 다양한 북한 기술자들이 상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중동 정세에 깊게 관여했던 한 북한 소식통은 BBC에 "군사 협력을 위해 북한에서 파견된 미사일 기술 고문단, 미사일 제작 대표단, 갱도 대표단 등 다수의 고급 인력들이 철수하지 않고 현지에 남아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직접적인 군사 무기나 정보 지원 등으로 이란을 돕고 있다면 북한은 이란 내부에서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선과 같이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기술자, 군사 고문단 등을 통해 내부에서 이란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인데 "이럴 때일수록 이란 국민과 함께 미국에 맞서 결사 항전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강조하는 '반미 혈맹의 도리'"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란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 쿠바, 베트남, 이집트, 시리아 등 북한 무관부가 상주하는 7개국 중 하나다.

북한-이란 관계의 시작

북한은 팔라비 왕조 시절이던 1973년 4월 이란과 수교했다.

친미 정권이던 팔라비 왕조는 근대화와 중앙집권을 추진했는데 특히 팔라비 2세는 강력한 서구화 및 근대화 정책인 '백색혁명'을 추진하며 이란을 유럽 수준의 선진국으로 만들려 했다.

덕분에 당시 테헤란은 패션과 예술, 교육면에서 매우 자유로웠고 여성들은 미니스커트와 나팔바지를 즐겨입으며 파리나 뉴욕의 최신 유행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시절 테헤란이 '중동의 파리'로 불렸을 정도라고. 물론 팔라비 왕조는 '친미'였던 만큼 북한과의 실질적인 협력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라비 왕조가 무너지고 여성들의 히잡 착용이 의무화되는 등 이란 사회가 급변하면서 북한∙이란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반미'라는 공통의 가치 아래 본격적으로 밀착하게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한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이슬람 혁명을 거치면서 이란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에 침입해 52명의 외교관을 444일간 감금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렇게 신정체제가 들어서면서 이란이 반미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때마침 1980~88년까지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고 유일하게 북한만이 적극적으로 이란 편에 서면서 양국 관계는 '혈맹' 수준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이라크가 미국을 대신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들이 이라크 편을 들었다"며 "북한이 8년간 미화 26억 달러 상당의 군사 물자를 이란에 넘겼고 그렇게 북한 스커드 미사일이 이란에 수출되면서 본격적인 군사 교역이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이란과 사회주의 국가로서 사실상 종교를 금지하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잘 맞는 국가는 아니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미 연대 측면에서 양국이 매우 끈끈해졌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군사 기술 교류 등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사일 협력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마무리되고 이듬해 5월 알리 하메네이(미국의 공습으로 지난 2월 말 사망)가 당시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만나게 된다.

중간선
BBC

"이란이 이라크와의 전쟁 직후, 자국 안보를 좀 더 튼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으니 서방권에서는 군사 협력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전쟁을 치르면서 미사일 전력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당시 북한은 소련 기술 도입 등 미사일 개발을 위해 노력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 나라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 거죠." [전직 한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

중간선
BBC

이렇게 시작된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협력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수십 년에 걸쳐 사실상의 기술적 혈맹 관계를 맺어 왔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중동 전쟁 당시 이집트를 지원한 대가로 '스커드-B' 미사일을 손에 넣었다"며 "이를 독자적으로 개량해 사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노동' 미사일을 완성했고 이후 이 기술이 다시 이란으로 역수출되면서 이란 미사일 체계의 모태가 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때 이란의 미사일 개발사 전체에 북한이 깊숙이 관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것이다.

실제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노동' 미사일의 설계도와 핵심 부품 그리고 기술 고문단을 지원받아 독자 모델 개발에 착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처음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란의 '샤하브-3'는 외형뿐만 아니라 엔진의 추력, 유도 장치 등 핵심 제원이 북한의 '노동' 미사일과 판박이 수준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지난 2021년 2월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중거리 미사일인 '샤하브-3'는 사실상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1998년 이란 '샤하브-3' 시험 발사에 대해 "북한 '노동' 미사일의 두 번째 비행 시험이나 다름없었다"며 "양국이 데이터를 공유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고 짚었다. 사실상 '노동' 미사일의 엔진 기술이 이란 '샤하브' 미사일 국산화의 중추 역할을 했다는 점이 보고서의 골자다.

IISS가 매년 발행하는 세계 군사력 보고서인 '밀리터리 밸런스' 역시 이란의 미사일 전력을 설명할 때 'North Korea-origin' (북한 기원)이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양국 간 협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사일 발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성능 개선을 함께 도모한 것이다. 이란은 북한 기술을 토대로 사거리를 더욱 연장한 '에마드(Emad)'나 '가드르(Ghadr)' 같은 후속 모델을 선보였고 북한은 이란의 실전 운용 데이터를 다시 기술 고도화에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2021년 3월 공개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S/2021/211)는 "2020년 북한과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를 재개했다"면서 양국 관계를 "단순히 물건을 파는 '거래'가 아닌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협력"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유엔 보고서에 적시된 북한∙이란의 협력 양상은 매우 구체적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란의 미사일 개발 주관사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 소속 기술자들은 북한을 직접 방문해 화성-14·15형의 핵심인 '백두산 엔진'급(80톤급 로켓 부스터) 기술을 확인하고 세부 협의를 진행했다.

이와 동시에 이란 현지에는 액체 추진 탄도미사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북한 기술자 13명이 체류하며 이란의 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쌍방의 인적 교류를 통한 직접적인 기술 전수가 이뤄졌다는 설명인데, 이들은 단순히 무기를 조립하는 수준을 넘어 밸브, 측정 장비 등 지상 시험 장비 운용과 정보 분석 등 고도의 기술적 노하우를 전수한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2025년 9월 "이란과 북한이 국제 제재를 우회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액체 추진 미사일 엔진 기술과 유도 시스템을 상호 보완적으로 교환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한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자신의 책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 금고'를 통해 "중동에 평양산 무기가 범람하고 있다"며 "이란은 북한과 관계가 좋으니 (무기 운반 과정 중) 무슨 일이 생겨도 현지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땅굴 협력

북한의 땅굴 기술, 즉 '지하 요새화' 노하우는 중동 분쟁 때마다 '게임 체인저'로 거론되는 핵심 비대칭 전술이다.

지하에 거대한 미사일 기지를 구축하는 북한식 땅굴은 이미 중동 전역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전술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단순히 구멍을 파는 수준을 넘어 미사일 발사대와 탄약고, 지휘통제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수천 톤의 콘크리트로 외벽을 보강해 전술핵급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이란이 2015년부터 수차례 공개한 이른바 '미사일 도시(Missile City)'들이 북한의 영저리나 회중리 등 미사일 기지의 구조와 판박이라는 지적인데, CSIS가 지난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한 북한 미사일 기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영저리 등 북한의 주요 지하 기지들은 산악 지형을 활용한 방호 설계 면에서 이란의 '미사일 도시'와 구조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2025년 12월 8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알 샤부라 지역 지하 터널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공병 특수부대 '야할롬' 대원들의 모습
EPA/Shutterstock
2025년 12월 8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알 샤부라 지역 지하 터널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공병 특수부대 '야할롬' 대원들의 모습. 이 사진은 이스라엘군 종군 취재 중 촬영됐으며 이스라엘 군 당국의 검열을 거쳤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 협력이 이란 본토를 넘어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전체로 이미 확산됐다는 점이다. 과거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견뎌내며 수만 발의 로켓을 보존했던 배경에도 북한 전문가들의 설계와 굴착 장비 지원이 있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이스라엘의 알마(ALMA) 안보 연구소는 지난 2021년 "헤즈볼라의 지하 터널망, 일명 '네트워크 랜드'가 북한의 기술 지원으로 구축됐으며 헤즈볼라가 이란의 도움을 받아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에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굴착 장비와 설계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에 구축한 거대 지하 터널 역시 북한의 기술 지원을 통해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 발견된 터널들은 구조적 특징과 굴착 공법 면에서 북한의 남침용 땅굴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 역시 이미 중동 곳곳에 이러한 북한식 지하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전직 한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현직에 있을 당시 해외에서 만난 북한 외교관들이 여러 나라에 수출된 자국의 땅굴 기술을 자랑스러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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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가가 지구에서 애를 먹었던 이유가 바로 땅굴 때문이었어요. 가자에 이 땅굴이 벌집처럼 막 연결이 돼서 어느 땅굴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 수도 없고, 심지어 이스라엘 해군이 이걸 처리하겠다고 바닷물을 막 끌어다가 쏟아붓고 했는데 이미 그런 걸 다 대비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북한의 땅굴 기술이 굉장해요.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일부 북한 분들은 그런 기술을 좀 자랑 삼아 언급하고 그랬어요." [전직 한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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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리아, 하마스, 가자 지역 등 대다수가 이란의 영향권에 있다"면서 "북한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란과 연계된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지하 갱도가 있다면 북한과 협력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말했다.

류현우 대사대리도 자신의 저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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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북한 공작원)는 시리아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연계해 외화를 벌었다. 이집트 시나이반도와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은 땅굴로 서로 연결돼 있어 하마스는 이 비밀 통로를 통해 자금과 물자를 조달했다. 그는 처음에 하마스의 자금을 운반하다가 그것이 막혀 그 후부터 하마스에 북한산 통신설비를 팔았다고 했다."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 금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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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전쟁으로 파괴된 이란 내 지하 요새를 복구하는 것 역시 북측 갱도 건설 대표단의 몫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 소식통은 "일부에서 지금 북한이 미국 무서워서 조용히 있다고들 하는데 여기(한국) 사람들의 생각보다 북한은 훨씬 더 영리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은밀히 이란에서 파괴된 지하 요새를 복구하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라고 했다.

이어 "6.25 전쟁 때 시작된 북한의 땅굴 기술이 지금은 대단할 정도"라며 "이란은 물론 다른 친북 국가에도 갱도 기술단이 파견돼 설계부터 시공, 지도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 해줬다"고 부연했다.

조한범 석좌연구위원 역시 "전쟁 종료 후 북한이 도와준다면 이란 내 파괴된 군사 시설들은 1~2년 내 빠르게 복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론 협력

북한과 이란의 드론 협력은 최근의 돌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미사일 설계도와 부품 조달망 등을 공유하며 쌓아온 양국 군사 네트워크가 현대전의 흐름에 발맞춰 '드론'이라는 새 비대칭 전력으로 확장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초기에는 북한이 구소련 기술 기반의 정찰기 노하우를 전수하는 형태에 그쳤으나 2010년대 이후 이란이 미국 무인기를 포획해 역설계하며 기술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전쟁을 통해 이란의 드론 기술이 북한을 앞질러 역으로 기술을 전수하는 '기술 역전'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직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의 무인기 기술이 이미 북한에 대해 확고한 기술적 우위를 점했다"고 진단했다.

2022년 10월 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유류 저장 시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 이후 현장에서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으로 간주하는 무인 항공기(UAV)의 부품들이 발견됐다
Reuters
2022년 10월 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를 공격한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로 간주되는 무인 항공기(UAV)의 부품

그는 결정적 근거로 지난해 7월 미국의 한 방산 스타트업이 이란산 드론을 입수해 역설계한 사례를 꼽았다. 미국 기업이 이란 기술을 복제해 '루카스'라는 카피 제품을 전격 공개했을 정도로, 이란산 드론이 가성비와 성능 면에서 독보적인 완성도를 증명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과거 한국 영공을 침범했던 북한의 투박한 무인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제트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모델부터 자폭 드론인 '샤헤드(순교자)' 시리즈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이란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더군다나 이란제 자폭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전차와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것을 본 북한이 이를 자신들의 비대칭 전력에 그대로 투영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국의 북한 전문 연구 기관인 '38노스'는 2026년 3월과 4월 발표한 최신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이란을 드론 전술 수립의 핵심적인 학습 모델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증명된 이란제 드론의 실전 운용 방식, 특히 저비용으로 서방의 고가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벌떼 공격(Swarm Attack)'과 자폭 전술의 유효성을 정밀하게 학습 중"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북한이 이란의 실전 사례를 통해 드론이 현대전의 필수 요소임을 재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국 실정에 맞는 드론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CSIS는 지난 3월 10일 관련 보고서(Beyond Parallel)를 통해 러시아 내 이란계 드론 생산 거점 확대와 북한 인력 관여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러한 협력 환경이 북한의 무인기 전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 협력

미사일 협력이 양국 공조의 '근본'이자 '핵심'이라면 핵 협력은 '은밀한 공유'라 할 수 있겠다.

핵탄두를 실어 나를 미사일을 같이 만드는 만큼 그 안에 들어갈 핵에 대한 정보도 자연스레 공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먼저 미사일 공조에 비해 물리적 실체가 드러나는 빈도는 낮지만 지난 2007년 시리아 '알키바르 핵시설' 사례와 같이 이란이 핵 개발 자금을 대고 북한이 핵실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식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알키바르' 사례란, 2007년 9월 6일 새벽 시리아가 북한의 기술과 이란의 자금을 받아 몰래 짓고 있던 핵 원자로를 이스라엘이 폭격한 사건이다.

시리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막 한가운데인 알키바르에 건물을 짓기 시작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창고 같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북한 영변 원자로를 그대로 복제한 5MW급 가스냉각 감속로가 들어서고 있던 것.

당시 시리아는 "그저 사막 건물에 불과했다"며 부인했지만,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현장 조사에서 인공 우라늄 입자가 검출되면서 핵 시설임이 확정됐다.

IAEA는 2011년 5월 24일 최종 보고서(GOV/2011/41)에서 "폭격된 '알키바르' 시설이 핵 원자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공식 밝혔다. 또한 현장에서 발견된 인공 우라늄 입자가 자연 상태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며, 시리아가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핵 활동을 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란의 핵심 핵시설인 나탄즈 우라늄 농축 단지
Maxar/Getty Images
이란의 핵심 핵시설인 나탄즈 우라늄 농축 단지

이란이 단순히 돈을 주고 북한의 핵 개발 정보를 사오는 것에 그친 것만은 아니다.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이란이 사용하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가 사실은 북한과 거의 동일한 원리"라며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02년 이란의 비밀 핵시설인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이 폭로됐을 당시 IAEA는 이곳에 설치된 우리늄 농축 원심분리기의 디자인이 북한이 과거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A.Q. 칸 박사로부터 도입한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이곳에서 발견된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가 북한이 사용하던 것과 설계가 완전히 똑같은 모델이었던 것인데, 이는 양측이 같은 기술과 부품 조달망을 공유하는 '핵 공동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2023~24년 연례보고서에서 "이란과 북한의 군사 공조가 '상호 보완적' 단계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자본을 대고 북한은 기술과 실험장을 제공하는 방식의 '핵-미사일 커넥션'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전직 한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있어 오롯이 북한에게 의존만 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세계 각국을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핵 기술 공유였다"며 "팔라비 왕조 시절이던 1957년 미국과 이란이 민간 핵 협력 협정을 맺었고 이후 미국이 이란에 연구용 원자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란의 핵 물리학자들이 실제 MIT 등 미국 유학도 상당히 많이 다녀갔고, 이란 혁명 이후에는 또 이란∙러시아 간 핵 협력이 강화됐다"면서 "특정 부분에서는 오히려 이란의 핵 지식이 북한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이란 내부에 핵 기술이 축척되어 있던 상황에서 북한과 서로의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하면서 서로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현재 이란을 향해 쏟아내는 우려의 핵심은 이란이 보유한 우라늄의 '농축 농도'에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란이 60%까지 농축한 우라늄을 400kg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통상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하에서 평화적 이용을 위해 허용되는 농축률은 20% 안팎. 하지만 미국이 지난 2015년 핵 협상 당시 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마지노선은 원자력 발전용에 불과한 3.67%였다. 이 수치는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전무한 수준에 맞춘 일종의 '안전핀'이었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 협상을 파기했고 이에 반발한 이란이 농축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며 농도를 60%까지 끌어올렸다.

이 관계자는 60%에서 무기급인 90% 이상으로 가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이미 자체적으로 원심분리기 제조 능력을 갖춘 이란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핵무기 제조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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