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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레바논 휴전 진행 가운데…헤즈볼라 고위 지도자, BBC에 '무장해제 의사 없어'

4시간 전
와피크 사파
BBC
와피크 사파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이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진행된 단독 인터뷰에서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인 와피크 사파는 헤즈볼라는 무기를 내려놓을 의사가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는 이스라엘과 미국은 물론 레바논 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사안이다.

그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 누구도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할 수 없다"는 그는 "그 누구도"라며 또 한 번 강조했다.

아울러 "제대로 된, 진정한 휴전이 이루어지고, 이스라엘이 철수하고, 수감자들이 돌아오고, 실향민들이 돌아오고, 재건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헤즈볼라의 무장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최근 분쟁으로 헤즈볼라의 힘이 축소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오히려 이스라엘이야말로 군사적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사파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매우 약해졌다고 믿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전쟁은 그 반대임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실패했고, 후퇴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이슬람 시아파 정치·군사 단체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미국·영국·이스라엘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테러 조직으로 간주된다.

사파는 이스라엘군이 결국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일대의 좁은 지역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계속 남아 이른바 "안보 완충지대"를 조성하겠다는 지난 1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주장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레바논 정부와의 추가 협상에서 핵심 요구로 내걸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초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며 최근 분쟁에 가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암살과 2024년 11월 마지막 전쟁 이후 거의 매일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은 집중 공습과 레바논 남부에 대한 추가 지상 침공을 감행했으며, 헤즈볼라가 무장 해제될 때까지 이번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사전에 전달받았다'

사파는 헤즈볼라 측이 이스라엘-레바논 간 휴전 소식을 사전에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휴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몇 시간 전인, 현지 시각으로 16일 밤 자정에 시작됐다.

베이루트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그는 이란을 통해 해당 사실을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사전에 전달받았다"면서 "이란 측이 우리에게 알려줬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이번 분쟁의 중요한 국면에서 헤즈볼라가 주요 지원 세력인 이란과 어떻게 협력하는지 엿보는 드문 기회로 평가된다.

"우리는 과거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사파는 헤즈볼라 지도부 내 유명 인사 중 하나이나, 2024년 10월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후로는 은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로부터 2주 전이었던 2024년 9월에는 그의 최측근이자 오랫동안 헤즈볼라의 수장이었던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사망했다.

폭격으로 망가진 건물과 자동차
FADEL ITANI / Getty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의 파괴된 건물과 차량들

지금도 여전히 사파는 주요 표적으로, 이번 인터뷰 또한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

취재진은 전달받은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그곳에서 나와 카메라맨 1명만 빠르게 베이루트 남부 교외 외곽에 있는 한 주택가의 비밀 인터뷰 장소로 향할 수 있었다.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사파는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들로 둘러싸인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사파는 이번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조건을 언급하며, 헤즈볼라는 1년 넘게 전투를 치른 현재 단순히 이전 상태로 돌아가자는 수준의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그 휴전 조건의 의미가 과거로 돌아가자는 의미라면, 우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하지만 만약 전면적인 철군, (이스라엘군의) 이동 제한, 수감자 석방, 실향민들의 귀환, 재건 작업 등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진정한 휴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몸, 2개의 영혼'

이번 인터뷰를 통해 헤즈볼라와 이란과의 관계도 조명할 수 있었다. 이들의 관계는 레바논 내 갈등은 물론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대응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사파는 "헤즈볼라와 이란은 하나의 몸속 2개의 영혼과도 같다"면서 "이란 없이는 헤즈볼라가 존재할 수 없고, 헤즈볼라 없이는 이란도 존재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이어 "종교적이고 법적이며 이념적"인 이 관계는 절대 "갈라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파의 이 같은 발언은 헤즈볼라가 궁극적으로는 레바논 국민의 이익이 아닌 이란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비판자들의 우려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혹은 이란?

교통체증이 발생한 도로
Anadolu / Getty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10일간의 임시 휴전 시행 이후, 돌아오려는 피난민들이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레바논과 이란의 이익이 서로 상충되는 상황에서 헤즈볼라는 어느 쪽을 우선시할지 묻자, 사파는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연히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이익을 살핀다"면서 "우리는 이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왔지, 그 반대가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휴전을 위한 압박 등 이란 측의 지지가 현재 분쟁에서 레바논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파는 헤즈볼라가 전장에서 끈질기게 저항한 덕에 이스라엘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전선에서 (헤즈볼라가 보여준) 확고부동한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스라엘은 목표를 달성했을 것"이지만, "지금 오히려 이스라엘은 정치적, 군사적 교착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BBC가 최근 취재를 위해 이야기한 이들을 포함해 많은 레바논인들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원하며,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분쟁으로 끌어들였다고 비난한다.

이번 인터뷰는 헤즈볼라의 역할에 대한 레바논 내 깊은 내부 분열을 잘 보여준다.

사파는 이러한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는 "잘못된 견해"이며, "우리가 겪는 이 위험은 헤즈볼라가 아니라 적인 이스라엘의 행동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이스라엘이 레바논뿐만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이란, 예멘 등 중동 전역에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위태로운 국가

분쟁이 격화한 이후 레바논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남부와 국경 지역 대부분이 폐허로 변했으며, 민간인 100만여 명이 집을 떠나야 했다.

휴전 발표 불과 몇 시간 전에 이루어진 이번 인터뷰는 현재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우며 빠르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이번 휴전으로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는 있어도, 사파의 발언은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인터뷰를 마치자, 취재진 머리 위로 이스라엘 드론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파는 선글라스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조용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

헤즈볼라가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더 광범위한 조건을 내세우는 가운데, 이스라엘 또한 안보 관련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휴전은 훨씬 더 장기적인 분쟁 속 일시 정지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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