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9차 당대회서 만장일치로 총비서 재추대...애시당초 '반대표'는 불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조선로동당 총비서'에 추대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9차 당대회 4일차(22일)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23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결정서는 "조선노동당의 수반을 선거하는 중대한 결정이 내려졌다"며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의 최고 직책에 또다시 선거할 데 대한 정중한 제의를 전폭적으로 지지찬동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이 어떤 침략위협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만반으로 준비된 혁명적 무장력을 건설했다"면서 "역사의 준엄한 도전 속에서도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전쟁억제력이 비약적으로 제고됐다"고 자평했다.
총비서는 당의 최고 직책으로 당의 수장, 즉 1인자를 의미한다. 북한은 '당이 국가를 이끄는' 독특한 체제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실질적 주인인 노동당의 '총비서', 대외적으로는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 수반의 지위를 갖춰야 하는 만큼 대통령격인 '국무위원장'이 되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규약은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에서 '당을 대표하며 전당을 조직 영도'하는 총비서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9차 당대회는 지난 19일 개막했다.
4일차 당대회 골자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온갖 위협과 제재도 이제는 우리에게 절대로 통하지 않으며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위험한 상대로 변했음을 적수들도 알고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달라졌다"며 이는 "자존, 자강의 절정"이라고 치켜세웠다.
북한 보도를 통해 요약한 4일차 당대회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총비서 재선출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최고 직책인 '당 총비서'로 재추대됐다. 그것도 무려 만장일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BBC에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신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에 대한 반대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연히 만장일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재추대 자체는 보여주기식"이라면서 "실제로는 전근대적 왕정이지만,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대외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로 포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당 규약 개정
지난 2022년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정치·조직·사상·규율·작풍건설 등 '새 시대 5대 당건설 노선'을 당 규약에 명문화했다. 이는 선대(김일성·김정일)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김정은만의 독자적인 당 운영 원리를 확립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적 홀로서기'에 나서려 한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한편 김 위원장이 지난 2023년 말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 반영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그 어떤 언급 역시 나오지 않았는데, 이에 한국 통일부는 "대외 메시지가 최소화되고 있다"며 "아직 당대회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 대대적인 세대교체
최룡해, 박정천, 리병철 등 핵심 원로들이 당 중앙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특히 빨치산 2세의 대표주자인 최룡해와 핵무력 건설 주역인 박정천, 리병철 등 군부 원로가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김정은 체제를 초기부터 지탱했던 원로그룹의 퇴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조한범 한국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이렇게 되면 정치국 상무위원회 주요 핵심이 모두 바뀌는 것"이라며 이는 "김정은 집권 15년을 이끌었던 주요 세대가 퇴진하고 새로운 세대로 전환하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에 김주애가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이번 세대교체가 중장기적으로 김주애 후계 체제 포석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대남업무를 도맡아온 인물들 역시 주요 인사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렸던 리선권 당 10국 부장과 김영철 당 고문이 이번에는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
이는 '대남통'으로 평가되던 인물들의 정치적 입지가 극도로 축소됐음을 의미하는데, 윤민호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남 라인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 당대회란?
북한 당대회는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자리가 아니다. 수천 명의 대표자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교시를 '법' 이상의 권위로 공식화하는 의식이다.
당 전원회의가 당대회에서 정한 큰 방향을 실천하기 위한 '중간 점검'이자 '인사 조치'의 성격이라면, 당대회는 국가의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당 규약' 자체를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인 것이다.
북한 헌법 제 11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헌법'보다 '로동당 규약'이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다. '헌법 위에 노동당'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조한범 연구위원은 이번 9차 당대회와 관련해 "일단 지난 8차 당대회보다는 활력이 있고 김정은 정권도 자신감이 있어보이지만 이는 8차 당대회의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8차 당대회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최악인 상황에서 당대회를 무려 8일간이나 개최했고 김 위원장 역시 자기 반성적 총화 보고를 4일이나 지속했다는 것.
그는 "그때보다 상황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후유증에, 물가도 높은 수준이고 환율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객관적으로 북한 내 상황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인민 생활 경제가 크게 향상된 것이 없는 만큼 이번 9차 당대회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정도로 흘러가고 있다"며 "그나마 주목할 부분은 새로운 인적 구성 정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