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열차, 전용기, 요트...북한 김정은 이동수단 총정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김 위원장의 첫 다자외교 무대이자 북한과 중국, 러시아 세 정상이 처음으로 모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가 어떻게 베이징까지 도달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김 위원장은 2018년과 2019년 중국을 총 네 차례 방문했는데, 이 중 두 번은 전용기 참매1호를, 나머지 두 번은 특별열차를 이용했다.
유서 깊은 열차 사랑
장거리 열차 여행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베트남과 동유럽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작됐다.
이 호화 열차를 철저히 지키는 보안 요원들은 폭탄 등 위협 요소를 방지하고자 열차가 이동하는 경로와 접근할 역을 샅샅이 수색한다.
1994년부터 2011년 사망할 때까지 북한을 통치했던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비행기를 두려워해 기차를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김정일은 지난 2001년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까지 10일에 걸쳐 열차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당시 김정일을 수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군 사령관은 회고록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를 통해 열차의 화려함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 프랑스 요리 등 그 어떤 요리도 주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신선한 별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랍스터는 산 채로 열차에 실렸으며,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해온 보르도와 부르고뉴 산지 레드와인도 실려 있었다고 회상했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의 전용 열차도 "김정일의 열차만큼 편안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러시아 외교관 출신인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2001년 해당 열차에 탔던 경험을 2019년 풀어놓았다. 톨로라야에 따르면 평양에서 공수된 당나귀 고기, 전복 등 각종 진미가 식탁에 올라왔으며, 러시아 '스탠다드'사 보드카는 언제나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풀리코프스키와 톨로라야 모두 열차 안에선 가수 등이 여러 공연이 펼쳐지며 승객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고 묘사했다.
한편 지난 2011년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일이 이 열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2009년 11월, 보수성향의 한국 일간지 '조선일보'는 이 방탄 열차엔 객차가 약 90개 마련돼 있으며, 노란색 줄무늬가 그려진 이 초록색 열차엔 회의실, 접견실, 침실뿐만 아니라 위성전화기와 평면 TV까지 설치된 브리핑 방도 있다고 보도했다.
붉은색 가죽 안락의자로 가득 찬 객차 사진도 있다.
열차 이동이 항공기보다 더 안전하고 안락하게 이동할 방법이긴 하지만, 무거운 방탄 장비와 북한의 열악한 선로 상태 때문에 시속 40~60km 정도밖에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동시간이 매우 길다.
전용기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앞선 세대보다 전용기 활용에 능숙한 모습이다.
열차 이외에도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의 빈곤한 삶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다른 형태의 초호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모습도 목격된 바 있다.
과거 스위스의 기숙학교를 다닌 김 위원장은 비행기가 낯설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8년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집권 후 처음으로 전용기를 타고 중국 다롄으로 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보다 이전에도 북한 내 이동 시 전용기를 이용한 적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 갈 때 사용한 전용기는 소련제 장거리 항공기 '일류신-62(Il-62)'이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의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현지에선 북한의 국조인 참매에서 따온 '참매 1호'라는 이름으로 통한다고 한다.

이 전용기의 외곽은 흰색이며, 몸체엔 북한의 정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한글로 표기돼 있다. 꼬리 부분엔 북한 국기에서 볼 수 있는 적색과 청색 원과 별이 그려져 있다.
항공기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가끔 김 위원장이 기내에서 업무를 보고 회의하는 장면이 북한 언론에 올라오기도 한다.
'참매 1호'는 2018년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의 고위급 올림픽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할 때 이용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북한 측은 'PRK-615'라는 편명을 붙였는데, 이때 PRK는 북한을 의미하며 '615'는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6월 15일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4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김 위원장은 고려항공의 로고가 새겨진 우크라이나산 '안토노프-148기(AN-148)'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2015년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이 'AN-2' 복엽기 조종석에 앉은 모습을 내보내며 "국산" 경비행기를 조종하는 장면이라고 묘사했다.
고급 승용차
2018년 3월 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이동했으나, 베이징 시내에선 '벤츠'사의 S클래스 세단을 이용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세단은 열차를 통해 특별 수송됐으며, 2010년산으로 가격은 약 2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선호하는 S클래스 모델은 2018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위원장의 차량은 여러 경호원이 주변에서 함께 뛰며 호위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해당 정상회담 자리에 여행 중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화장실 차량도 들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은 '데일리NK'에서도 2015년 보도한 바 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맞춤 제작된 화장실이 김정은의 방탄 차량 중 한 대에 내장돼 있다고 한다.
미스터리한 요트
한편 북한언론은 김정은이 보트, 잠수함, 버스, 심지어 스키 리프트를 타는 것도 방영했다.
김정은이 이외에도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말은 있지만, 해외에서는 목격된 적이 없다.
그러던 2013년 5월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이 북한 군이 운영하는 어장을 방문한 사진을 게재했는데, 'NK뉴스'는 배경 속 요트에 주목했다.
가격이 700만달러(약 92억)로 추정되는 이 요트가 김 위원장 소유인지, 혹은 사치품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북한으로 수입됐는지 그 경위조차도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해외 언론은 가격을 생각하면 김 위원장의 소유일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 워싱턴에 본사를 둔 '자유아시아방송'은 2015년 6월 미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대학원 산하 '한-미 연구소' 소속 한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평안남도 호숫가 별장에 새로운 헬리콥터 비행장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가족이나 방문객이 이용하는 헬기장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보도: 셰리아스 레디, 알리스테어 콜먼, 켈리 응, BBC 뉴스 한국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