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갈등 속 치열한 외교전'...경주 APEC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27일 시작되면서, 해당 기간 동안 이뤄질 주요 국가 간 치열한 외교전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핵심 주제로 하며, 21개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가운데 10월 31일과 11월 1일 양일간 치러질 예정이다.
개최국인 한국은 인공지능(AI)과 인구 구조 변화를 핵심 의제로 선정했다.
2025 APEC의 주요 의제는 2020년 11월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채택된 성명인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계승한다. 해당 성명은 무역과 투자, 혁신과 디지털 전환,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역내 성장 동력으로 명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협력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APEC이 새로운 협력의 장을 마련할지, 국가 간 좁힐 수 없는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지 주목된다.
한·미·일·중 정상회의
여러 정상 간 만남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건 30일 부산에서 6년 만에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만남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진 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마지막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첫 만남인 셈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본격화한 미중 무역갈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때 다시 격화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안을 내놓고, 이에 미국이 중국에 100% 추가 관세로 대응하면서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미중 정상회의는 무역갈등의 확전 여부를 결정짓는 자리가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29일 경주에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무역협정이 타결될지 주요 관심사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고, 대미 수출 1위인 자동차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 25%도 1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3500억달러(약 504조원) 규모 대미투자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최종 협상안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간담회에서 "관세 협상 진행 상황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오 차장은 "관세 협상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건 투자 내용과 형식, 이익 배분 구조 같은 것들이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상업적 합리성 등을 고려해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1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의와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의 첫 한일 정상회의도 주목할 만한 이벤트다. 다만 한일 회담의 경우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깜짝' 북미대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때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만남'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북미 정상 간 만남과 관련해서는 성사 여부 및 장소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오가고 있지만, 아직 결정적인 신호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만약 성사된다면 판문점 북측 지역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 인정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까지 대화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한미가 공동으로 '비핵화' 목표로 세워온 만큼, 한반도 안보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오 차장은 "현재로서는 (북미 회담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라면서도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저희도 그 정도 시간 안에는 내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2019년 판문점에서 이뤄진 북미 회동은 당시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현 'X')에 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후 약 30시간 만에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