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홀로 의석을 지킨 이유'...안철수 의원 단독 인터뷰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시작되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 한 사람만을 빼고 모두 자리를 떠났다. 텅 빈 의석 사이 혼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화제가 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9일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앞서) 의원총회에서 내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라며 "'저는 남아서 투표하겠다'라고 했고 약속을 지켰다"라고 했다.
이후 김예지 의원과 김상욱 의원이 돌아와 표결에 참여하면서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 여당 의원 수는 총 세 명이 됐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결국 이날 안건은 폐기됐다.
안 의원은 여러 의원들이 그에게 항의하거나 심하게 비난했고, 일부 의원들은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고도 밝혔다. 그때마다 그는 "내 소신이니까 이대로 하겠다,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생각이 같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는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해결 방법을 이야기한 것이고,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자기 소신에 따라서 투표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 충실히 따른 겁니다."
"먼저 대한민국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당, '한시가 급하다'
과연 안 의원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뭘까. 안 의원은 탄핵 표결에 참여했지만, 탄핵을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또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그다음에 누가 정권을 잡든 상대방은 대통령 탄핵 구실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공격할 것"이라며 "(탄핵의) 고리를 끊으려면 좀 더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동 담화를 통해 밝힌 '질서 있는 퇴진'안이 "상당히 모호하다"라며 "정말로 국민에게 필요하고 정말로 중요한 부분들을 다 빼먹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 주장하는 '질서 있는 퇴진' 계획에 대통령 임기를 언제까지로 할지, 대통령이 어떤 방법으로 물러날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 담화 자체도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봤다. 안 의원은 "선출된 권력이 아닌 사람들이 국가를 집권하겠다는 건데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라며 "먼저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할지 분명히 밝히고 그다음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해 거국중립내각을 여야가 합의해서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거국중립내각은 헌법과 법률에 따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여야 각각에서 추천한 인물로 꾸려진 중립적인 성향의 내각을 뜻한다.
"모든 권한은 지금도 대통령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 가는 거, 저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번에 다시 민주당이 탄핵안을 내고 여당에서도 제대로 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저는 차선책이지만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은 오는 11일 탄핵안 재발의를 거쳐 14일 재표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안 의원은 여당 내 다른 의원들 간의 분위기를 묻는 말에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당의 빠른 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있을 수 없는 일'
"(비상계엄은) 한 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저도 처음 비상계엄 소식을 접하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안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가 됐을 때 국회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가는 도중에 국회 앞에 모인 경찰과 사람들로 인해 진입이 어려워 국민의당 당사로 오라는 연락을 다시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당사에 도착해서) TV 화면으로 보니까 꽤 많은 의원이 본회의장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있을 곳은 (국민의힘) 당사가 아니라 국회 본회의장이다, 무슨 힘든 일이 있어도 뚫고 들어가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의원은 인파가 많지 않은, 입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 담을 넘었다고 했다. 본회의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표결이 끝난 뒤여서 투표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안 의원은 헌법상 내란이나 외환죄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수사하거나 입건, 구속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 의원은 윤 정부의 실패 원인으로 폐쇄적인 인사 조치와 의사 결정을 꼽았다.
"요즘 (사람들이) SNS에서 자기가 보던 것과 같은 의견만 계속 보면서 편향된 생각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게 되는데, 인사도 그것과 비슷합니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만 모이게 되면 굉장히 위험하게 되는 거죠."
단일화, 후회는 없을까?
의사이자 유명 IT 기업가 출신인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정치에 입문한 후 한국의 거대 양당 정치에 맞서 '제3당'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6일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선언을 하면서 사실상 제3당의 길을 포기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한) 거대 양당의 후보 중에 한 사람은 범죄 혐의자, 다른 한 사람은 초보자인데도 불구하고 그 둘 다 아닌 제가 제3당 후보로서 선택되기 힘든 상황인 걸 보고 결국 이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바꿀 수 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범죄 혐의자보다는 초보자 쪽에 힘을 싣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 제3당의 길을 포기한 겁니다."
윤 대통령의 긴급계엄 사태가 불거진 지금. 당시 단일화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미래를 알 수가 없으니까요. 아무리 초보자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헌정을 유린하는 일까지 하리라고는 저 포함해서 아마 전 국민 중에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도 (제3당의 길을 포기하는 것 외에) 사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여전히 이후 세대에라도 한국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