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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과의 틱톡 합의 '승리'라 주장 … 그들이 얻는 것은?

2시간 전
틱톡앱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9일(현지시간) 협상 조건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오랫동안 기다려온 양국 간 틱톡 거래가 곧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측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주 "기본 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투자자 컨소시엄이 틱톡의 미국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만약 이번 거래가 체결된다면 미-중 무역 협상에서 "보기 드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이는 수년간 국제적 관심을 모아온 틱톡 문제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BBC는 전문가들로부터 틱톡의 1억7000만 미국 내 사용자들에 양국 간 최종 거래 형태는 어떤 의미일지, 중국이 대가로 얻는 건 무엇일지 들어봤다.

'비법 소스'는 미국에 넘기지 않을 수도

중국 국영 매체는 이러한 합의가 양국 모두에게 '윈-윈' 이라고 평가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아이들을 위해 이것을 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여러모로 불분명하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사용자들은 미국 전용 틱톡 앱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틱톡의 미국 사업부는 미국의 기술 대기업 '오라클', 미국계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 미국계 사모투자회사 '실버레이크'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

BBC는 해당 기업들에 의견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러나 정확히 이번 거래의 핵심은 무엇일까. 양국 간 밀고당기기의 핵심은 바로 틱톡의 알고리즘이다. 사용자의 선호도와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이 알고리즘이야말로 틱톡의 '비법 소스'이다.

이 알고리즘이 앱의 인기와 매력을 주도하기에 핵심일 수밖에 없다. '스냅'과 '바이버' 등 다른 SNS 플랫폼 출신 전직 임원은 익명을 조건으로 BBC에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쇼츠' 등 다른 기업들도 이를 재현하려고 했으나, 틱톡만큼 뛰어나지 않다"고 귀띔했다.

"보통 해당 기술을 처음 도입한 기업이 가장 잘하는 법이죠."

지난 5일 스페인에서 열린 미-중 회담 이후 발언 중인 베센트 재무장관
Reuters
이번 주 초 언론과 인터뷰하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당연히 틱톡의 중국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이토록 귀중한 알고리즘을 내놓기 거부했고, 중국 정부 또한 이를 지지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펼쳐졌다. 중국 최고 사이버보안 규제 당국이 바이트댄스가 알고리즘 및 다른 지식재산권(IP)을 미국 기업에 라이선스로 제공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다만 완전한 이전은 허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중국의 알고리즘에 대한 그동안의 완강한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컴퓨터 전문가인 코킬 자이드카 박사는 미국 버전은 틱톡 앱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만 남긴" 간소화 버전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록 제한된 접근일지라도 이 기술이 어떻게 사용자들의 참여자를 높이고, 콘텐츠를 관리하고, 타겟팅을 이끄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앱의 수익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핵심 경쟁력을 포기하지 않고도 앱을 운영할 수 있는 간소화 버전이 있다면, 바이트댄스가 자신들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을 넘길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이드 박사는 이러한 변화가 사용자 경험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는 틱톡 앱보다 콘텐츠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 가볍고, 더 느리며, (미국) 국내 중심적인 버전이 탄생하겠죠. 바이트댄스가 '왕관의 보석', 즉 핵심 기술은 베이징에 그대로 간직한 채 말입니다."

합의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을지도

한편 미국 협상팀을 이끄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중국적 특성"과 함께 사용자 경험은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 '중국적 특성'이야말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의 방식을 외부와 차별화하고자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관리들은 틱톡 데이터 접근권과 이 앱이 자국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줄곧 우려해왔다.

이러한 국가 안보 논란을 바탕으로 결국 지난해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틱톡이 미국 내 사업 운영권을 넘기지 않을 경우 전면 금지하겠다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태도를 바꿨고, 2024년 자신의 대선 운동 당시 유권자들의 지지를 높이는데 틱톡이 기여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합의는 여전히 미국 의원들을 만족시키고, 사태의 발단이 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어떠한 합의든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할 것이며, 이미 워싱턴에서는 이를 두고 양당 모두에서 정치적 반발이 일고 있다.

일례로 공화당 소속 존 무레나르 연방하원의원은 합의된 기본 틀이 여전히 중국 정부의 영향력과 통제를 허용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국제 통상법 전문가인 헤딜 압델하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간단히 말해 (앞서 미국이 제정한) 법령은 '적대적인 외국 세력'의 통제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것을 요구하는데, 라이선스 제공 방식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3월 22일 워싱턴 D.C.의 의회 건물 앞에서 열린 틱톡 금지령 반대 시위
Getty Images
처음 틱톡이 금지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미국 내에서는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합의는 마무리되기까지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리며, 아직 해결해야 할 사안도 여러 건이다.

첫 번째, 미국 컨소시엄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틱톡이 여전히 바이트댄스의 소유로 남아 있을 다른 지역의 틱톡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불분명하다.

두 번째, 바이트댄스가 비상장 기업인만큼 이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비록 중국 정부가 알고리즘 같은 첨단 기술의 수출은 통제하면서도 거래를 승인하긴 했으나, 이러한 요소로 인해 이번 거래는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무역 파트너임을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시간과 협상 카드를 확보하는 중국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거래에 왜 이토록 눈독을 들이는지 잘 알고 있다.

이는 그의 행정부에 큰 성과가 될 것이다. 전 세계 7명 중 1명이 틱톡 사용자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독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구매자와 판매자를 잇는 거대한 온라인 장터 역할도 한다.

전직 SNS 임원은 "게다가 미국에서 탄생하지 않은 유일한 SNS 앱이기에 매우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임원에 따르면 미국 내 SNS 앱들의 1인당 평균 수익은 다른 나라보다 5~10배 높다. 미국 시장은 바이트댄스 전체 매출의 약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테크 분야 전문 뉴스 '더 인포메이션'은 2024년 바이트댄스의 글로벌 매출이 390억달러(약 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중 틱톡이 300억달러를 차지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아직 알 수 없는 것은 중국이 이 거래를 통해 얻을 이익이다.

컴퓨터 전문가인 벤 리옹 교수는 "(알려진 대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 바이트댄스는 알고리즘을 비밀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미국 기업이 기존 앱과 경쟁할 신규 앱을 출시할 경우 이는 바이트댄스 측에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틱톡은 퇴출당하는 대신 미국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된다.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앱의 최대 지분과 함께 로고, 포맷, 브랜딩도 유지할 수 있다.

상원 청문회에서 답변 중인 추쇼우쯔 틱톡 CEO
Getty Images
추쇼우쯔 틱톡 CEO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국가 안보 우려와 관련해 질의에 답변했다

투자자이자 기술 전문가인 케빈 슈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이번 거래 덕에 다른 중국 기업들도 라이선싱 형태로 미국 시장에 기술을 도입하는 이른바 '틱톡 모델'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배터리나 희토류 등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중국 기술들이 더 쉽게 미국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BYD가 미국 시장에 뛰어들고 싶거나, CATL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려고 할 때 이러한 (틱톡) 모델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자국 측 조건으로 중국산 기술을 수출하게 되었다며 이번 거래를 성과로 포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세계은행(WB)의 버트 호프만 전 중국 담당 국장은 "중국 측은 이번 협상에 대해 심도 있고, 건설적이며 솔직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 중국 측이 상당히 만족한다는 신호"라면서 "(그러나) 문제는 완전한 (무역) 합의는 대체 이루어지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틱톡 거래는 중국에 바로 그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거대한 시장이고, 중국은 미국 농산물의 주요 시장이다. 고율의 관세는 결국 양측 모두에 타격을 줄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현재 수출 통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신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에 대한 미국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틱톡 협상에서의 돌파구 마련은 중국에게 진전으로 보인다. 미국은 거래를 얻어낼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만큼 대단한 승리는 아닐 수도 있다.

자이드카 박사는 "문서상으로는 합의가 성립할 수는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판 틱톡은 겉보기엔 동일한 앱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빌려온 코드, 방화벽으로 차단된 데이터,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 있는 정치적 신뢰 위에 운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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