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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파괴적인 힘이 아니다'… 나이에 대한 편견을 깨면 더 오래 사는 이유

1일 전
웃으며 거울 속을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
Serenity Strull/ BBC

연구에 따르면 나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우리가 더 젊다고 느끼고 더 오래 살도록 도울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나이 차별(에이지즘)에 맞서는 방법을 알아보자.

"연령차별주의는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을 수 있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등을 아우르는 연령차별주의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나이로 인한 편견이 우리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생각과 감정,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이러한 편견을 해소해야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에 대한 편견에 맞서는 것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람들이 더 젊다고 느끼게 만들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나이 차별은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1997~2012년생을 아우르는 청년 Z세대들은 종종 기성세대로부터 "게으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연령차별주의의 주요 대상은 여전히 노년층이며, 관련 연구도 대부분 노년층의 경험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3명 중 1명이 나이를 이유로 편견이나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50~ 80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무려 93%가 일상생활에서 어떤 형태로든 연령차별주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형태는 '내면화된 연령차별주의'였으며 그다음으로는 '차별적인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였다.

캐나다 '맥마스터 노화 연구소'의 과학책임자인 파민더 라이나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연령차별주의자들도 결국엔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성인 6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다.

"연령차별주의는 (누구에게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죠."

한 연구에 따르면,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종종 어린 시절부터 부모나 미디어, 혹은 편향된 기억을 통해 물려받게 된다. 심지어 3세 무렵부터 이러한 인식이 생겨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생애 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노화를 잘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노화에 대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즉 노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우리가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대중매체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형성한다.

라이나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 현상이 문제라며 거대한 파도에 비유한 용어 '회색 쓰나미'를 그 예시로 들었다.

"쓰나미는 강력한 파괴의 힘이죠. 하지만 노화는 우리를 파괴하는 힘이 아닙니다. 사실 노화는 현대 공중보건 시스템의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자기실현적 예언

연령차별주의로 인해 나이가 들면서 자칫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내면화하고, 그 틀 안에 갇혀버릴 수 있다. 실제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음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것. 이는 자존감과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고정관념의 내면화'라고 하는데, 고정관념에 무의식적으로 동화되어 자신의 일부로 내면화하고, 결국 일상생활과 건강까지 영향받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이는 믿음이 실제 행동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고정관념 위협'도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 전 자신의 나이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상기하게 되면, 수행 능력이나 성취도가 낮아질 수 있다.

영국 켄트 대학교에서 사회-조직 심리학을 가르치는 한나 스위프트 부교수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불안감"을 꼽았다.

"만약 (더 젊은 참가자와 비교해) 평가받는 상황이라면,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으로 인해 우리는 특정한 평가를 예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고정관념에 따라붙는 낙인 때문에 걱정이나 불안을 느끼게 되죠."

라이나는 모든 노인은 연약하다는 것도 연령차별주의적 고정관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 [대부분의] 노인들은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원봉사나 그 밖의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어요."

다만 그는 복잡한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노인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비율은 건강하게 활동적으로 노년을 보내는 이들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노인의 손과 청년의 손이 서로 감싸는 모습
Serenity Strull/ BBC
노화에 관한 고정관념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 많다

우리는 노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대부분 사회적으로 형성됐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공부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어떤 나이가 '너무 많다'는 기준은 누가 설정하는 것인지 반문해보자.

실제 나이 대비 자신이 느끼는 '주관적 나이'를 비교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자신을 더 젊게 느끼고 있었다. 또한 10년간 동일한 연구 대상을 반복적으로 추적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낮았다.

한계란 없다

연령차별주의와 내면화된 고정관념은 신체 기능 저하, 인지 기능 장애와 같은 실제 건강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정신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아울러 노년기에 사회적 접촉을 추구하는 의지도 떨어뜨려 지역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라이나는 "(연구를 통해) 노인들도 훈련을 통해 달라질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며 "노인의 몸 상태나 근육량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매우 활동적으로 지내면서 일상생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란 없습니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더 오래 살 가능성도 있다.

코네티컷주 소재 예일 공중보건대학원의 역학 및 심리학 교수이자 '브레이킹 더에이지 코드'의 저자이기도 한 베카 레비는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 7.5년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비 교수는 "이는 상당한 이점"이라며 "여러 국가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노화에 대한 태도가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속 바이오마커 수치가 더 낮았다.

"또한 기억과 관련된 뇌 부위인 해마도 덜 위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연령차별주의는 우리의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얽혀있다.

스위프트 부교수는 특정 연령대의 집단은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여기는 공간을 지키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든 사람은 클럽에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 나이에 따라 맞는 옷차림이 있다는 생각 등이다.

"나이에 따라 입어야 할 것과 입어서는 안 될 것에 대한 규범이 존재한다"는 그는 "그러다 나이 든 사람이 그 규범을 어기는 것처럼 보이면, 인터넷 상의 공격이나 언어적 공격을 통해서든 … 비난받곤 합니다."

재신스 배셋은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가 연령차별주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영국 기업 '에이지즘은 절대 멋지지 않다'의 설립자이자 CEO다. 이 단체의 캠페인 중 하나인 '제 나이로 보여요'는 지난 2023년 SNS에서 전 세계 조회수 4500만 회를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됐다.

배셋 CEO는 "기업들에게 '다양성은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고 묻는 것이 중요하다며 "왜 50대 이상은 모두 하나의 고정된 집단으로 뭉뚱그려 바라보는가. 이미 그 자체로 고정관념이기에 백발의 모델 한 명을 고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연령차별주의 타파) 운동은 모든 세대와 … 목소리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는 설명이다.

약 10년 전 이 기업을 설립한 그는 그동안 사회가 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고 변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활용해 패션 및 뷰티 업계의 나이 및 성차별에 맞서며 직접 나서는 고령의 여성 인플루언서들도 나타나고 있다.

얼굴의 반은 노인, 얼굴의 반은 청년인 일러스트
Serenity Strull/ BBC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7.5년 더 오래 살았다

물론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도 존재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문화권에서 노인에 대한 깊은 존중이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유교적 가치관의 영향으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효'가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남아 있다. 일본에서는 1966년부터 매년 9월 셋째 주 월요일을 '경로의 날'로 지정해 노인 공경의 마음을 기리고 있다. 또한 생애 주기가 한 바퀴를 완주한다는 의미에서 60세 생일을 비롯해 77세, 88세, 99세 생일은 특별하게 챙긴다.

많은 원주민 공동체에서도 장로들은 전통과 관습을 구전으로 전하며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살아있는 도서관'이자 지혜의 수호자, 이야기꾼으로 불린다.

이는 노화가 사실은 특권일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라이나는 "우리는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더 오래 잘 살 수 있는 삶을 선물 받았는데, 이에 대한 걱정으로 그 선물을 낭비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편견 극복하기

스위프트 부교수는 가족 생활이나 개인적인 롤모델과 같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문화적으로 고정관념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6년 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85%가 성공적인 노화를 보여주는 롤모델을 적어도 한 명은 갖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부모나 조부모와 같은 가족 구성원을 언급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롤모델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노화를 덜 부정적으로 바라봤다는 사실이다.

스위프트 부교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바에 대한 가치와 규범은 물론 특정 연령대에 대해 생겨나는 고정관념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개인 차원에서는 서로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과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세대 간 교류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연령 차별을 상당히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100세 이상 장수하는 인구 비율이 유독 높은 지역을 가리키는 '블루 존'에서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흔하며, 사회적 유대도 끈끈한 편이다. 그 덕에 외로움도 해소되고 유대감도 높여 장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라이나는 "우리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하는데 … 왜 '어르신 한 분을 돌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는 말하지 않는가"라며 "지역사회는 노년층과 젊은 세대 모두를 위한 곳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비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노화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기 위한 'ABC 방법론'을 제시했다.

우선 A는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나이에 대한 생각이나 고정관념을 알아차리는(awareness) 것이다.

"예를 들어 '연령에 대한 믿음 일기'를 작성해 볼 수 있어요. 일주일 동안 마주치는 다양한 종류의 편견이나 생각 등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B는 문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정확히 짚고(blame), 연령차별주의가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연령차별주의적 생각이 아닌 노화 자체를 문제의 원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의료진이 '환자분은 나이가 너무 많아서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래서 어떤 예방적 건강 관리 조치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이는 노화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연령 차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C는 고정관념에 도전하고(challenge) 과연 이것이 맞을지 따져보는 과정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인지 기능이 당연히 저하된다고 생각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퀼트나 디지털 사진 촬영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꾸준히 배우면 노년기에도 기억력이 향상될 수 있다.

결국 우리 누구나 살면서 어느 시점에서든 나이에 따른 편견을 마주하게 된다. 과학적 연구는 연령차별주의 극복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이롭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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