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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별장에 4km '수중도로' 포착…호수 바닥에 왜 길을 냈을까?

1일 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창성 별장 앞 수풍호에서 물이 빠지자, 평소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총길이 약 4km의 거대한 도로망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 바닥 곳곳에는 거미줄처럼 뻗은 여러 갈래의 도로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원형 구조물들이 이어져 있었다.

별장에서 시작된 이 길은 수위가 낮아질수록 멀어지는 물가를 따라 뻗어 나갔고, 막다른 곳에는 지름 14~20m의 둥근 공간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BBC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Planet Labs PBC)와 미국 위성영상 업체 벤터(Vantor), 구글과 미국 지질조사국 랜드샛(Landsat) 등의 위성 데이터를 집중 분석하고, 창성 특각(별장)에서 직접 근무했던 전직 북한 974부대원의 증언, 토목 및 위성 전문가의 해석을 교차 검증해 이 기이한 구조물의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창성 별장 앞 수면 아래 숨겨진 4km 규모의 수중 도로망 전체 구조와 실제 사용 방식이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성 별장 주요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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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성 별장 주요 시설

북한 평안북도 창성군 수풍호 끝자락에 위치한 창성 특각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표적인 별장 시설이자, 김씨 일가가 연회와 사냥, 승마, 수상 레저 등을 위해 이용해 온 폐쇄적인 전용 단지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친위·경호부대인 974부대에서 복무하며 창성 특각에서 7년간 경호 임무를 수행한 탈북민 강진 씨에 따르면, 이곳은 최고지도자가 머무는 '본각'과 대형 레크리에이션센터, 귀빈용 별채 등이 기능별로 분리돼 있다.

수면 아래서 드러난 3.88km 도로망

창성 일대를 촬영한 고화질 위성사진을 시기별로 비교하면 수위가 낮아질수록 호수 바닥의 거대한 도로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수풍호 대부분에 물이 차 있어 이 도로는 수면 아래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올해 봄, 북한 강수량이 평년의 70% 수준에 그치며 가뭄이 이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수위가 낮아지며 호수 바닥이 넓게 노출됐고, 6월 28일과 29일 촬영된 고해상도 사진에서는 전체 3.88km에 달하는 도로망이 가장 선명하게 포착됐다.

도로 폭은 6~9m로 차량 두 대가 넉넉히 오갈 수 있는 규모였고, 막다른 길 끝에 놓인 원형 공간의 지름은 최대 20m로 측정됐다.

최근까지 도로 확장·개보수

더 눈에 띄는 것은 이 시설이 최근까지 꾸준히 관리되고, 일부 구간이 확장된 정황까지 확인된다는 점이다.

2018년 5월과 올해 6월 위성사진을 나란히 비교하면 수년 사이 도로망이 늘어났고, 새로운 원형 회차 공간도 추가된 모습이 확인된다.

특히 북서쪽 수변 구간에서는 기존 길에서 추가로 뻗어나온 도로와 새로 조성된 회차 공간이 포착됐다.

이는 오래전 만들어진 도로가 수위 상승으로 우연히 물에 잠긴 채 방치된 시설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성욱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천 바닥에 도로 공사를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위성사진에서 보수나 확장 흔적이 계속 확인된다면, 과거부터 있던 도로가 단순히 물에 잠겨 못 쓰게 된 게 아니라, 특정한 용도로 지속적으로 필요한 시설이어서 유지 및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풍호는 압록강 하류 부분을 막아 건설된 인공호수로, 북한 평안북도 북부 지역과 중국 동북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압록강 본류와 여러 갈래의 물줄기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에 따라 수풍호의 수위가 오르내리며, 이에 따라 상류에 있는 도로의 침수 범위도 달라진다.

올해 봄 북한의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3~5월 북한 전체 강수량은 110.3mm로 평년 범위를 밑돌았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도 같은 기간 강수량은 133mm로 평년의 약 73% 수준이었다. 이는 수풍호의 수위가 크게 낮아져 호수 바닥과 수중 도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기와도 겹친다.

여름 들어 수풍호의 수위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9월 4일 사진에서는 6월 말 드러났던 도로 일부가 다시 물에 잠긴 모습이 확인된다.

다만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수위는 여전히 낮았고, 넓게 드러난 호수 바닥과 일부 도로 구간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물이 빠진 창성 별장 앞 수풍호에서 확인된 수중 도로와 원형 구조물. 지름 14~20m의 원형 공간은 차량 회차시설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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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진 창성 별장 앞 수풍호에서 확인된 수중 도로와 원형 구조물. 지름 14~20m의 원형 공간은 차량 회차시설로 분석된다
창성 특각에서 7년간 경호 임무를 수행한 탈북민 강진 씨가 BBC에 창성 별장의 주요 건물 위치 및 수중 도로와 원형 회차시설의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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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성 특각에서 7년간 경호 임무를 수행한 탈북민 강진 씨가 BBC에 창성 별장의 주요 건물 위치 및 수중 도로와 원형 회차시설의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수중도로는 왜 만들었나

위성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로 끝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원형 공간이다.

위성 전문 분석가인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변 도로의 형태 등을 감안할 때 차량 회차장이나 수변 전용시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별장에서 수변으로 이동하기 위한 전용도로 및 선착장 접근시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창성 별장에서 근무했던 강진 씨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강 씨에 따르면 창성 별장의 본각과 레크리에이션센터는 가파른 절벽 위에 있어 곧바로 배를 타기 어렵다.

특히 수위가 낮아질수록 별장과 물가 사이의 거리는 멀어진다. 물이 빠진 호수 바닥에 총길이 3.88km에 달하는 여러 갈래의 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조성된 것도 이런 수위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수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수변 위치에 맞춰 차량이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냈다는 얘기다.

김씨 일가를 태운 차량이 이 길을 따라 당시 형성된 물가까지 내려가면, 일행은 보트 등에 탑승하고 차량은 끝에 마련된 원형 공간에서 방향을 돌려 돌아갔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창성 별장 수중 도로 모습
BBC
창성 별장 수중 도로 모습

실제 위성사진에서도 별장 일대의 포장도로가 낮은 지대의 '수중 도로'와 이어지고, 수위 변화에 따라 일부 구간이 잠겼다가 다시 드러나는 모습이 확인된다. 9월 4일에도 일부 도로는 물에 잠긴 반면 다른 구간은 여전히 수면 위에 노출돼 있었다.

최 교수는 이를 수리학의 '배수(backwater)' 현상으로 설명했다. 비가 많이 와 수풍호 수위가 높아지면 도로가 잠기고, 반대로 수위가 낮아지면 다시 노출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댐 방류량을 조절해 도로의 노출 여부를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수위가 변할 때 배에 접근하기 쉽도록 만들어 놓은 하안도로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도로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려면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하천은 물뿐 아니라 모래와 자갈도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유속이 빠르면 노면이 유실될 수 있고, 느리면 토사가 도로 위에 쌓일 수 있다"며 "물이 빠진 뒤에는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노면 상태를 주기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라진 선박 위치

위성사진에서는 수위 변화에 따라 선박의 계류 지점도 달라진 모습이 확인됐다.

BBC가 과거 위성사진을 비교한 결과, 레저용 선박은 2019~2022년에는 주로 창성 단지 북쪽에 정박해 있었지만, 2023년 위성사진부터는 남쪽 정박지에서 포착됐다.

최근 선박이 확인된 남쪽 수역은 이번에 4km 규모의 수중 도로망이 광범위하게 드러난 지역과 이어져 있다.

이는 수중 도로가 최근까지 선박 이용과 연계돼 실제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활주로까지 6.4km…항공·육상·수상 연결

창성 별장 주변에 설치된 김정은 전용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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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성 별장 주변에 설치된 김정은 전용 활주로

창성 별장 주변에는 수상 이동시설뿐 아니라 별도의 항공 접근시설도 마련돼 있다. 별장에서 남동쪽으로 약 6.4km 떨어진 곳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소형 활주로가 있다. 길이 500m 안팎의 이 활주로는 김정은 집권기인 2015년 건설된 것으로 파악된다.

활주로는 창성 별장과 별도의 도로로 연결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항공편으로 창성 인근까지 이동한 뒤 차량으로 별장에 들어오고, 다시 수풍호 수변으로 내려가 선박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다른 별장에도 수중도로 있을까

한국 국회와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씨 일가가 이용하는 전용 특각은 북한 전역에 20~30곳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암과 연풍호 등 상당수 특각 주변에도 호수나 수변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BBC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광범위한 수중 도로망이 확인된 곳은 현재까지 창성 별장뿐이다.

송암 특각에서도 경호 임무를 수행했던 강 씨는 "송암에는 창성 특각과 같은 수중 도로가 없었다"며 "송암의 저수지는 주로 낚시 등을 위해 조성돼 창성과 같은 수변 접근도로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성학 연구위원도 "여러 김씨 일가 특각을 위성사진으로 분석해 왔지만 창성처럼 광범위한 수중 도로 시설은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다"며 "매우 이례적인 시설"이라고 했다.

중국까지 7km

김정은의 창성 별장은 중국과 불과 7~8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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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창성 별장은 중국과 불과 7~8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창성 특각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과 가까운 위치 때문이다. 별장에서 중국 국경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7~8km다.

강 씨는 창성의 이런 지리적 특성이 과거에도 중요하게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족과 함께 창성을 찾았고, 근무 당시에는 유사시 중국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비상시설이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BBC 취재에서는 이번 수중 도로가 중국으로 향하는 비상 대피로라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름이 지난 뒤 수풍호의 수위는 다시 오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6월 말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도로 일부가 다시 물에 잠긴 모습이 확인됐다.

수위가 더 오르면 모습을 드러냈던 4km의 '수중 도로'는 또다시 수풍호 아래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래픽: 아그니아 아즈키아, 아르빈 수프리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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