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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폭발부터 군사분계선 논란까지…남북은 DMZ에서 무엇을 두고 맞서나

1일 전
DMZ 내 지뢰 조심 팻말
Carl Court/Getty Images

지난달 21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폭발해 한국군 장병 3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장 조사를 실시한 한국군 당국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남에 묻은 지뢰가 폭발 원인이라고 최종 결론 내렸다. 유엔군사령부도 앞서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발견된 대인지뢰 1발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사안은 단지 지뢰 한 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군은 이번 폭발 지점 외에도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지뢰지대가 다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북한이 세운 철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 지뢰 폭발로 시작된 일이 군사분계선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 '국경은 힘으로 지켜야'

한국 군 당국은 지뢰 폭발 이후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 내 지뢰 제거에 나섰다. 추가로 의심되는 지뢰지대 역시 유엔사와 공동 조사를 거쳐 제거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군은 7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국경선 요새화까지 공동 조사 대상에 넣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전협정 위반 사항을 공식화해 북한에 통보하고 위반 중단과 원상회복을 요구하겠다고 전했다.

군사분계선 재정비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한국군과 유엔사는 올해 초부터 서로 다른 군사분계선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한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끊긴 군 통신선을 복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국 측은 지난해 11월 북측에 군사분계선 기준을 논의할 남북 군사협의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지뢰 제거와 함께 한국군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북한의 침범과 지뢰 매설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분명하게 기록하는 것, 다른 하나는 현장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사분계선 자체를 다시 맞추는 것이다.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측 외무성은 지난 6일 지뢰 폭발과 관련한 한국군의 조사 결과를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남쪽 국경 요새화'를 방해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군이 북한 영토에 단 1㎜라도 군화나 불길을 들여놓는다면 국경선 부대가 즉각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 군사협의 제안에도 선을 그었다. 북한은 "적대국과 자신의 영토에 관한 주권 문제를 협상할 수 없다"며 국경은 협상이 아닌 힘으로 지키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이 말하는 '남쪽 국경 요새화'는 지난 2024년 4월부터 본격화됐다. 수풀을 걷어내고 지뢰를 묻는 작업에 이어 전술도로를 내고 철책을 세웠으며, 2025년 3월부터는 이를 DMZ 전역으로 넓혔다.

특히 올해는 하루 최대 7000명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한국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 수풀 제거는 거의 마무리됐고, 철책과 지뢰지대, 전술도로 건설도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배경에는 북한의 대남 인식 변화가 자리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했다. 이후 북한은 남북을 잇던 도로와 철도를 끊고 국경 지역의 물리적 장벽을 강화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이 군사분계선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은 50건이 넘고, 작업 중 남쪽으로 내려오는 일도 잦아졌다.

대한민국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비무장지대(DMZ) 남측 관측소에서 바라본 북한의 선전마을 '기정동'의 모습
Reuters
대한민국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비무장지대(DMZ) 남측 관측소에서 바라본 북한의 선전마을 '기정동'의 모습

'사실상 국경을 만든다'?

남북의 대응이 이렇게 엇갈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먼저 '같은 선'을 서로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DMZ를 사실상 남북 사이의 '국경'으로 다루고 있다. 앞서 본 외무성 담화도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 정부의 기준은 정전협정이다.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 양쪽에 각각 2㎞의 비무장지대를 두고, 이 지역을 군사적 완충지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한국 측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철책과 지뢰지대를 설치하고 DMZ를 사실상 국경처럼 바꾸는 것이 이 완충지대를 약화시키고 정전협정을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유엔사의 입장은 또 다르다. 그들이 지금까지 명확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이번 지뢰 매설과 같이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확인된 행위에 한정된다.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진행되는 요새화 작업 전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를 어디까지 위반으로 볼지를 두고는 한국 정부와 유엔사 사이에도 여전히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깨지 않으면서도 DMZ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원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6월 발간한 '북한의 두 국가 헌법화와 DMZ 국경선화의 국제법적 함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헌법 개정과 DMZ 요새화를 하나의 '국경선화 전략'으로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3월 헌법에 영토조항을 새로 넣었더라도 정전협정과 DMZ의 국제법상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이 법적인 국경 대신 사실상의 국경을 만드는 쪽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요새화 작업을 할 때마다 유엔사에 미리 알리며 정전협정 절차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DMZ를 완충지대에서 국경 방위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 김 부연구위원의 분석이다.

'DMZ에는 3개의 선이 존재한다'

선을 바라보는 시각만 다른 것이 아니다. 그 선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두고도 기준이 엇갈린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군사분계선을 표시하기 위해 세운 표식은 모두 1292개에 달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수가 사라졌고, 현재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은 200개 정도로 알려졌다.

한국 측 발표에 따르면 한국군은 2004년 미국 국가지리정보국(NGA)이 만든 군사분계선 지도를 쓴다. 반면 유엔사는 2016년 자체 '군사분계선 프로젝트'로 만든 선을 사용한다. 10m 간격으로 잡은 2만3000여 개 지점의 좌표를 이어 만든 선이다. 북한은 과거 표식들을 이은 선이나 자체적으로 설정한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작업하는 것으로 한국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같은 선을 두고 기준이 셋인 셈인데, 문제는 이 기준들은 일부 구간에서 서로 어긋난다는 것. 실제 한국군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고 판단해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군이 지도와 나침반으로 위치를 확인한 뒤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또한 정전협정 당시 표식들을 이은 선이 한국군이 쓰는 군사분계선보다 남쪽에 있었던 사례도 나왔다. 결국 지뢰 제거처럼 한국군이 군사분계선 가까이에서 직접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긴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BBC에 "당초 유엔사와 북측이 정한 1290여 개 푯말 중 상당 부분이 소실됐고, 그에 따른 격차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조정되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한의 지뢰 매설 장소가 그 선보다도 이남이기 때문에 유엔사가 이를 '북한의 도발'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MZ 안에는 세 개의 선이 존재한다. 북한이 생각하는 선, 유엔사가 생각하는 선, 우리가 생각하는 선이 있다"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협의를 해 나가고, 협의를 통해서 대화로 문을 열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현재 한국군과 유엔사가 맞추려는 것은 지도 위의 선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군사분계선이고, 그 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는 일이다.

물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선을 바라보며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은 우발적 충돌 위험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번 지뢰 폭발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군사분계선 기준 정비와 군 통신선 복원을 다시 꺼내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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