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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혼란스러운 주를 치유하는 임무를 맡은 '태권도 5단' 주지사

1일 전
나가족 전통복을 입은 윰남 켐찬드 싱
Ch. Chidananda Singh & Mutum Yoiremba
윰남 켐찬드 싱은 마니푸르 주 총리로 새로 취임했다

1년 전 약 260명 넘는 사망자를 낳은 부족 간 폭력 사태가 발생하며 중앙정부의 직할 통치를 받아온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에서 새로운 주 총리 및 주정부가 출범했다.

태권도 공인 5단인 윰남 켐찬드 싱은 지난주 취임 선서를 하며 다수인 메이테이족과 소수인 쿠키족 간 충돌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마니푸르주를 이끌게 됐다.

2023년 폭력 사태 이후 두 부족은 대부분 따로 분리돼 각각 다른 지역에 살고 있으며, 수천 명이 국내 실향민이 됐다.

싱(62)은 오랫동안 태권도계에 몸담으며 수년간 사범으로 활동해왔지만, 동시에 노련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인도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의 이념적 모체인 국민 의용단(RSS)과도 오랜 연관이 있지만, 선거 정치에는 비교적 늦게 입문했다.

BJP 소속인 그는 2017년 처음 당선된 이후 의회 의장, 교육 및 농촌 개발 등을 담당하는 주정부 장관직을 역임했다.

과연 싱이 여전히 혼란에 빠진 이 주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주민들과 분석가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리더십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잡지 '임팔 리뷰 오브 아츠 앤드 폴리틱스'의 편집자 프라딥 판주밤은 BBC와의 "지금 당장 단언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흐름을 보려면 앞으로 몇 주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이 취임한 현재도 마니푸르의 긴장감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쿠키족이 다수인 지역에서 쿠키족 출신인 아내와 함께 해당 지역에 살고 있던 메이테이족 출신 남성이 살해됐다. 마니푸르의 민족 분쟁과 연관된 여러 살해 사건 중 가장 최근 사례다.

지난 4일에는 싱이 취임 선서를 한 지 몇 시간 만에 추라찬드푸르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해 도로가 봉쇄되고 상점과 사무실이 문을 닫았다.

쿠키족 시민사회 단체와 학생단체들은 쿠키족 출신 일부 의원들의 이번 새 정부 구성 참여를 "배신"이라고 규탄하는 한편, 쿠키족이 다수인 지역에 별도의 행정 구역을 마련해달라는 기존 요구를 재차 강조했다.

마니푸르에서는 주도 임팔을 포함해 계곡 지역에는 주로 메이테이족이, 주변 언덕 지역에는 주로 쿠키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렇듯 두 집단 간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쿠키족과 나가족 간 새로운 갈등까지 불거지며 마니푸르의 사태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8일의 갈등이 보고된 곳은 우크룰 지역으로, 이곳에서는 두 부족의 주민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폭행 사건 이후 당국이 집회를 제한하고 나섰다.

쿠키족 출신 학생 시위 참가자가 이번에 구성된 새로운 주 정부를 '인기없는 정부'라고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Getty Images
쿠키족 시민사회 단체와 학생단체들은 쿠키족 출신 일부 의원들의 이번 새 정부 구성 참여를 "배신"이라고 규탄했다

싱 주지사는 메이테이족 출신이지만, 그의 새로운 주정부에는 부수상 1명을 포함해 쿠키족 출신 3명이 포함됐다. 이는 심각하게 분열된 이 주에서 민족적 대표성을 균형 있게 구성하려는 BJP의 노력을 반영한다.

그러나 일부 쿠키족은 이를 믿지 않는다.

쿠키족 학생 지도자인 망 콩사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평화는 단순히 폭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신뢰와 정의, 정치적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싱 주지사가 현재 상황에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싱) 또한 분쟁을 해결하고, 안전을 보장하거나, 별도의 행정 구역을 마련해달라는 핵심 요구 사항에 대해 신뢰할 만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정치 기득권층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델리 소재 '쿠키족 여성 포럼'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글래디 바이페이 훈잔은 평화는 "현상 유지를 통해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훈잔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도부는 도덕적 명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면서 "즉, 국가가 실패한 부분을 인정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를 동등하게 참여시키며, 분쟁을 행정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정치적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구 약 300만 명의 마니푸르주는 면적이 약 2만2327㎢로 웨일스보다 약간 더 크지만, 인도에서 가장 작은 주 중 하나다.

마니푸르주는 오랜 무장 저항 역사를 지닌 지역으로, 지난 2년간의 폭력 사태로 공동체 간 불신이 깊어지며 민병대와 마을 주민들이 무기를 들었다.

또한 이른바 '치안 불안 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군이 광범위한 권한을 지닌다는, 논란의 법이 오랫동안 적용돼 온 곳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의 불안정 속에서도 마니푸르는 올림픽 역도선수 미라바이 차누, 복싱선수 메리 콤, 유도 챔피언 수실라 데비 리크마밤 등 인도 최고의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낸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탄탄한 지역 스포츠 문화, 축구·복싱·무술에 대한 조기 노출, 지역 스포츠 클럽이 오랫동안 제공해 온 기회와 체계 덕분으로 평가된다. 싱 주지사 역시 이러한 지역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지난 1월 31일 마니푸르주 주도 임팔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Reuters
마니푸르에서는 2023년 5월부터 불거진 사회적 긴장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메이테이족 출신 영화감독인 순주 바차파티윰은 싱의 리더십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했다.

"그(싱)는 다양한 공동체의 지도부와 친분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큰 강점"이라는 바차파티윰은 "정부를 구성할 만큼 의회 지지를 확보했다는 사실 역시 그가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메이테이족 출신 언론인인 크셰트리마얌 프렘찬드는 마니푸르의 평화 회복에 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좋은 행정가입니다. 의원으로도, 주 장관으로도 업무 시 투명성을 보였습니다."

한편 일부 관측통들은 싱이 지난해 12월 쿠키족 실향민들의 난민캠프를 방문한 것이 그가 새로운 주총리로 부상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본다. 분쟁 중 메이테이족 출신 고위 인사가 보여준 이 이례적 방문이 쿠키족 의원들의 지지를 얻고 그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델리 메이테이 조정위원회'의 세람 로제쉬 의장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폭력 사태에 관여한 "무장 민족 집단의 무장 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팔 소재 다나만주리 대학의 아람밤 노니 부교수는 싱 주지사가 "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되, "법치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노니 교수는 쿠키족의 별도 행정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마니푸르의 복잡한 문화적, 민족적 다양성을 고려하면 파급 효과로 이어져 다른 민족들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란 끝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선 정치적 참여 가능성이 열렸지만, 전문가들은 비교적 평온한 이 시기에도 부족 간 깊은 불신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판주밤 편집자는 "평화는 단순히 행정이 정상화됐다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당국이 공동체 간 신뢰를 재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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