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중국산 가발, 속눈썹…북한 감옥에서 만들어진다?

한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이 "북중 노예무역"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요즘 세상에 무슨 노예 무역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나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저렴할 수 있지?' 하며 의아했던 중국산 속눈썹이나 가발, 의류, 스포츠복 등이 사실은 북한 감옥에서 최대 20시간씩 강제 노역을 통해 만들어진 '북한산'이라는 것을, 북중 접경 인근의 북측 감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중국 당국이 그토록 탈북 여성들을 잡아들여 강제 북송하는지 등을 말이다.
이는 모두 국가 차원에서 용인된 불법 행위로, 이미 확보된 관련 증거가 수백여점에 달한다. 한국 통일부도 BBC에 "북중 노예무역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를 담당한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은 "경제적 이득 추구를 목적으로 북중 공조를 통해 자행되는 탈북여성 체포, 국경 간 이송 및 수감자 강제 노동을 위한 협력이 노예무역 또는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아울러 그런 노예 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버젓이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 이 사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탈북여성 감금되는 전거리 교화소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대거 송환하는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증언에 따르면 2008년 한 해에만 북중 접경 지역인 함경북도 전거리 교화소 내 여성 수감자 인원은 300명에서 1200명으로 급증했다.
북한 교화소는 사회안전성 소속 교정시설로, 노동교화형을 받은 사람을 수용하는 일종의 감옥이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2009년까지 해당 교화소를 확장했다. 공간이 넓어지고 수용 인원이 늘면서 제품 생산 역시 수월해졌다. 그렇게 전거리 12호 교화소의 본격적인 '중국산 제품'의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이 시작됐다.

질문자: 1200명이요? 왜 이렇게 늘어난 거예요?
증언자: 중국에서 계속 잡아서 내보내니까.
질문자: 이 건물은 언제부터 짓기 시작했어요?
증언자: 2009년 초부터 지은 것 같아요. 저희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아침에 끌려나가서 이거 메고 다녔으니까.

호사냑 부국장은 "이와 같은 진술이 3000페이지에 달한다"며 "위성 사진을 비롯해 전거리 교화소 내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상품의 크기 및 색상을 상세히 묘사한 그림, 교화소의 구조, 지휘 체계를 보여주는 조직도 등을 통해 전체 증거 자료들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망명한 50여 명의 전직 전거리 교화소 수감자, 국가보위성 요원, 검사, 외교관 등의 증언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면서 "교화소에서 생산이 확인된 제품들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의 소셜 미디어와 여러 웹사이트를 추적했다"고 부연했다.
교화소는 노동교화형을 받은 사람을 수용하기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관리소)와 달리 살아서 나오는 사람이 더 많다. 관련 목격자 및 증언자들이 많은 이유다.

라선 경제특구에서 벌어지는 북중 협력
북한 당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 강화를 위해 지난 1991년 북중 접경 인근의 라선(라진·선봉) 지역에 투자를 유치했다. 바로 라선 경제특구다. 이 지역은 북한 북동부 끝자락으로, 중국과 동해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와 맞닿아 있다. 한반도 지도에서 머리 끝쪽이라 생각하면 쉬운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아오지'와도 상당히 가깝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과 고난의 행군을 연이어 겪게 되었고 라선 경제특구 역시 별 볼 일 없이 유야무야되는 듯 했다.
그런데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구 지정 18년 만에 처음으로 라선을 직접 방문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같은 해 북한은 비법 월경 행위(탈북)에 대해 최대 5년의 형벌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형법을 대폭 개정했는데, 주된 표적은 중국으로 탈출한 여성이었다. 이를 통해 북한 지도부는 교화소에서 노동할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북중 국가 차원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호사냑 부국장은 "북한이 수감자 노예 노동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중국은 생산비 절감과 안정적 물품 공급이라는 이점을 누리게 된 것"이라며 "북중 지도부의 라선 개발 시기, 전거리 교화소 확장과 재중 탈북민의 대거 강제 송환 그리고 탈북 처벌에 대한 강화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유추가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라선 경제특구 지정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방문이 북한 지도부에 탈북 여성들을 활용해 교화소 내 생산량을 확대하고 재정적 이익을 증대할 기회를 준 셈이다.
실제 교화소 확장 이후 수출 제조 공장들이 교화소 내에 빠르게 들어섰다. 전거리 교화소와 라선 간 거리는 약 100km 정도로, 물류 및 인력 이동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거리 12호 교화소는 수출 허가를 보유한 북한 국영 무역회사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 회사들이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진행하며 근처 라선 경제특구를 통해 전거리 교화소에 원자재를 공급한다. 그리고 완성된 제품은 다시 중국으로 보내져 'Made in China', 중국산으로 표기된다.
결론적으로 북중 보안 당국은 중국 내 탈북 여성을 표적으로 한 체포, 국경 간 이송, 북한 내 구금시설 노예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여성들이 북중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노예 노동에 동원되고 있으며 이 기업들은 북한 정권에 외화를 공급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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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협력이 글로벌 공급망에 침투하는 방법

가발과 속눈썹 무역에 관여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은하무역총회사가 있다. 이곳은 은하1, 은하7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운영되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은하무역총회사는 조선노농당 39호실과 연결되어 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39국으로도 알려진 39호실은 북한 내 비밀 조직으로, 북한 지도부를 위한 외화 비자금을 확보 및 관리한다. 특히 평양 및 해외 호텔에서 외화 수익을 관리하고 금과 아연 광산 채굴, 농업 및 수산물 수출을 감독한다. 또한 '중국산' 라벨이 붙은 북한 섬유 수출의 상당 부분을 관리하며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도 감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에서는 닝보 지역의 닝보잉센무역유한공사(Ningbo Yingsen Import and Export Co., Ltd.)가 북한 은하무역회사와 연관되어 있다. 특히 이곳은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사의 대표인 두춘싱(Du Chunxing)은 중국 허난성과 산둥성에서 가발 및 속눈썹 생산 기업을 포함해 북한 당국과 다양한 무역 회사의 중개자로서 중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는 2023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조선은하 7무역회사, 조선은하무역총회사 북경 대표가 날인한 2장의 위임장을 게시했다. 이는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과 은하7무역회사, 은하무역총회사, 신성회사 등 무역회사가 두춘싱의 닝보잉센무역유한공사와 연류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단둥신동상업유한공사(Dandong Xindong Commerce Co., Ltd.) 역시 인모 수출 및 북한산 반제품 가발 수입을 광고하면서 소셜 미디어에 자신들이 은하1무역회사와 협력하고 있음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중국 국가기업신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2년 8월 16일 설립됐으며 주로 미용 제품의 생산 및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가발과 인조 속눈썹 생산에 관여하는 중국 측 12개 사업체를 확인했으며 이 중 6개 기업이 라선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속눈썹, 가발 등은 낮은 수익률이 특징"으로, 이로 인해 기업들이 최저 인건비로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 해답을 북한 교화소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으로 배송이 가능한 중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조 속눈썹을 검색해보니 중국 회사들이 판매 중인 속눈썹 200개들이 한 묶음이 한화 1600~19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개당 평균 8원 정도로, 수작업을 요구하는 제품의 특성상 신기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다.
그리고 이렇게 값싼 속눈썹들이 아시아는 물론 남미, 유럽 등 전 세계 각국으로 소비되고 있었는데 이는 해당 온라인 쇼핑몰 후기를 통해 충분히 확인이 가능했다.
호사냑 부국장은 "중국 내 비용 증가로 직영 공장 폐쇄 등 생산 발주 기업들이 중국에 부재한 상황에서 생산 과정에 대한 관리 감독이 허술해지고 있다"면서 "중국 사업 협력사들로 하여금 불법 무역에 관여하거나 서류를 조작할 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감옥에 들어서면 '신분' 말소
전거리 교화소는 시력이 좋은 여성들을 선호한다. 인조 속눈썹과 가발의 제작 특성상 정밀한 시력, 숙련된 손재주, 재봉 기술 등을 가진 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거리 교화소에서 확인된 4가지 노예화 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 신분 및 인격 박탈
- 신입반을 통한 통제 시스템 주입
- 포상과 처벌 시스템을 통한 노예 노동
- 도주자의 공개 처형

질문자: 신입반에서는 어떤 거 가르쳐줘요?
증언자: 보안원들한테 인사하는 예법, 항상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그런 것들. 뭐 소변 마렵다 해서 절대로 이탈할 수 없다는 거. 꼭 물어보고 가야 된다. 안 물어보고 갔을 때는 총으로 쏴도 할 말이 없다, 이런 것들.
수감자들은 신입반 생활 이후 목재, 석회석, 옥수수, 채소, 감자, 콩, 가발, 인조 속눈썹, 스포츠 의류, 뜨개질 모자, 갈대가방 등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여러 작업반에 배정됐다. 노동에 대한 선택권이나 보상은 없었다.
특히 벌목반의 경우 육체 노동의 강도가 극심해 수감자들의 많은 부상과 사망을 야기했는데 그럼에도 작업반 교체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질문자: 왜 작업반 교체를 요청할 수 없어요?
증언자: 일단은 우리는 그냥 반성을 해야 된다는 그런 거죠.
이러한 교화소 내 인권 유린 실태는 한국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다.
교화소 수감자들은 열악하고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다양한 작업에 투입되어, 할당된 노동을 강요당했다. 수감자들은 해야 할 작업의 종류에 따라 농산반, 화목(火木)반, 피복반, 재화반, 가발반 등으로 구분되었으며, 광산이나 탄광에서의 작업도 있었다. 교화소 부업지(텃밭) 농사, 가축 사육, 땔감 마련, 군복·군화 제작, 속눈썹·가발·모자 제작, 탄광·광산에서의 갱내 채굴 작업, 건설, 목공 등 작업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 2018년경 수감되었던 증언자는 하루 할당량이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했으며,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취침 시간을 줄여서라도 작업해야 했다고 했다. … 수감자들은 매일 실적을 올리도록 강요당했고,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비판, 폭행, 처벌이 가해졌다고 했다. - <2024 북한인권보고서> pp. 179~182

수익성 높은 수출 이면에 존재하는 높은 사망률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여성들은 체포되는 순간부터 북한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의 구금 관리 하에 놓이게 된다. 이는 곧 이들 기관에 의한 수감자의 실질적 소유로 이어지는데, 수감자들은 강제 신체 노출을 비롯해 강간, 강제 낙태, 구타, 불법 처형과 같은 극심한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또한 이들은 중국으로 보내지는 수출 물품의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하루 최대 20시간의 노동을 강요받는데 이를 위해 교화소 내 24시간 전력 공급이 보장된다고 한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식량 배급량이 줄어든다. 증언에 의하면 고된 노동, 폭력, 비위생적 환경, 영양실조 등으로 매년 전거리 12호 교화소 수감자의 4분의 1가량이 사망한다.
노예 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수익은 평양으로 송금되며 구금 시설은 수익의 10%를 받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 결국 무임금으로 강제 노역을 하는 것이니 말그대로 '노예'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구금 시스템에 갇힌 이들은 노동 착취와 이익 창출을 위한 소모품으로 간주되는데 보고서는 만약 수감자가 사망하더라도 국가 경제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박해 체제 내에서 다른 인력으로 쉽게 대체된다고 전한다.
요안나 부국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지만 계속 신규 노동력이 충원되기 때문에 구금 시설 안에서의 생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이렇게 사망하는 사례조차 교화소 내에서 사람을 통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증언자들이) 교화소에서 죽은 사람들이 불타 없어지는 그 연기를 보기 때문에 '아, 내가 여기서 죽어 나갈 수 없다. 그러니 더 노동에 전념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국가 최고 권력층까지 확장되어 있는 이러한 폭력 체계는 국가적 수익 창출 수단인 동시에 전 세계 경제 공급망의 상품 납품에도 기여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윤 추구를 위한 권력 남용을 넘어 북한의 최고 지도부, 당, 군대 및 보안 당국의 지휘 아래 체계적으로 실행되는 '고의적 계획 범죄'인 셈이다.
원산지 세탁이 이뤄지는 방법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구금 시설에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는 제품들이 여전히 외국 브랜드와 연결되어 서구권 공급망에 유입되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값에 누구나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실제 동업자를 구하는 중국인 사업가들은 가장 저렴한 생산 비용을 강조하며 자신들이 거래하는 제품이 '북한산'임을 공공연히 광고한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중국은 사전 허가를 요하는 '출료가공'이라는 독특한 외주 가공 무역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바로 라선 경제특구의 기업들이 북한 구금 시설에 생산 원자재를 공급해 물품 생산을 외주하는 형태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출료가공 방식으로 중국에 가발과 속눈썹 품목을 수출하는 국가는 북한뿐이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북한산'에서 '중국산'으로 원산지 세탁이 이뤄지고 있었다.
국제사회가 주로 중국 내 북한 노동력과 관련된 섬유 산업, 북한 공장에 하청된 생산에 집중하면서 북한 교화소에서의 생산은 간과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의류 생산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구금 시설에서 외주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생산품 중에는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2014~2015년 전거리 교화소 재봉 작업반에서 일했던 한 수감자는 그곳에서 생산한 브랜드의 로고나 라벨을 읽을 수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증언자: A 브랜드는 기억이 나요. 제가.
질문자: A가 있었다고요?
증언자: 예,예. A.
질문자: 그 옷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세요?
증언자: 여기 겨울 옷은 아니었거든요? 주머니를 안 빼고 뒷주머니 그 작은 자크를 장식으로 달았었어요, 양쪽에다. 뒤에 이렇게. 이렇게 자크를 하나…
질문자: 이게 몇 벌 정도 나갔어요?
증언자: 이런 바지는 쉬워요. 그냥 재단품이 나온 걸 주머니 넣고 자크도 단순히 붙이는 거니까. 이런 거는 그냥 재봉미싱 7~8년 한 사람들은 하루에 50벌도 해요. 근데 상의는 조각 조각 붙이는 게 많았었나 봐, 내 기억이.


국제법으로 금지된 '노예화 시스템'
북한이 운영하는 이같은 노예화 시스템은 국제법에 의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강제 노동과 달리 노예 제도는 노동을 강요받은 개인에 대한 소유권의 요소를 포함한다.
보고서는 최근 북중간 교역에서 개인의 노예화를 목적으로 자행되는 노예 무역 또는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로 분류될 수 있는 체제의 특정 요소들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노예 무역의 주요 요소는 가해자가 특정 개인을 노예 상태로 예속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북한의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는 북중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로 확장되며 이는 중국에서 체포 및 강제 송환된 개인들을 북한 구금 시설에서 착쥐하고 노예화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기업들은 북한 구금 시설에 생산 원자재를 공급하고 수감자의 노동으로 중국산 수출품을 싼 값에 생산한다. 이같은 협력을 통해 북한과 중국 두 나라는 재정적 이익을 얻는다. 이러한 수익 구조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국제법 위반에 기반하며 양국간 이뤄지는 노예 무역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신희적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BBC에 "북한과 중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사유권 규약에 가입한 북한에 1차적 책임이 있고,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 노동과 관련한 기본 협약을 비준해 놓고 관리를 소홀히 한 중국에 2차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1차 가공된 것들이 이제 중국 업체로 전달되고 거기서 중국산으로 둔갑해서 수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이런 공급망, 무역망에 관여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책임이 적지 않거든요. 이제 이런 자국 기업들을 관리 감독해야 되는 중국 정부의 책임 역시 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중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 노역 문제로 국제사회의 강한 질타를 받았으며 그후 2022년 ILO 강제노동 협약에 서명했다. 당시 유엔이 신장 위구르 강제 노역을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신 분석관은 "작년 중국 수산물 가공업의 경우에도 현지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착취, 노동권 침해 문제가 불거졌고 그 후 유럽과 미국의 대형 유통망 업체들이 중국산 수산물을 다루지 않는 조치들이 행해졌다"면서 "북한의 강제 노동을 통한 제품에 대해서도 비슷한 제재가 이뤄진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구매를 자제해야 하는 식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관련 입장을 묻는 BBC의 질의에 "북측 수감자들의 강제 노동을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며 "국제사회, 유관부처 및 민간단체와 함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