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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서부의 미스터리한 '집단 탈모' 사태

2025.02.04
곰팡이 감염으로 인한 탈모인지 조사하고자 일부 시민들의 두피를 검사하는 모습
BBC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불다나 지역 소재 마을 12곳에서 갑작스러운 집단 탈모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살 어린이를 포함해 2025년 1월 이후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고 보고한 이들은 200명이 넘는다.

머리카락이 전부 빠져 민머리가 된 주민도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인도 보건 당국은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자 조사 중이다.

셰가온 탈루카 지역의 파후르지라 마을에 사는 아난드(가명)도 그중 하나다. 아난드는 2024년 12월 31일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이발소에서 머리를 전부 밀었다. 그 후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는 했으나, 또다시 빠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미스터리한 증상은 처음에는 두피 주변의 가려움으로 시작해 빠르게 탈모로 진행된다. 일부 주민들의 경우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는 했으나, 그 이유 또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인도 아유시(대체의학)부에서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동종요법 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전문가와 '인도 의학연구위원회(ICMR)'는 이 현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보팔, 첸나이, 푸네, 델리 지역의 ICMR 과학자들은 이 같은 마을을 방문하여 환자의 모발, 손톱, 혈액, 소변, 지역 수원의 샘플을 채취했다. 이후 마하라슈트라주 아콜라의 정부 의과대학에서 해당 샘플들을 분석했다.

이 대학의 학장인 미낙시 가즈비예 박사는 BBC 마라티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생검 및 혈액 검사 결과 곰팡이 감염은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또한 특정 질병으로 분류할 수도 없다"면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지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제품 및 수원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대학의 연구진이 피해 마을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불다나 지역의 보건 담당관인 아몰 기테 박사 또한 BBC 마라티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곰팡이 감염으로는 이런 급격한 탈모가 일어나지 않기에 곰팡이 감염이라고 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탈모와 사회적 차별

머리가 다 빠진 사람의 뒷모습
BBC
갑작스러운 탈모로 인해 일부 주민들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이러한 사태로 인해 일부 주민들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BBC 취재진의 방문 당시 일부 청소년들은 앞으로 나와 말하기 꺼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혼담이 취소되고, 일부 환자들은 사회 활동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파르바티(55, 가명)는 "아들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 혼담이 취소되었다"면서 "이제 아들은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나오지도 않는다"고 했다.

카베리 달로카르(60)는 원래 허리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를 자랑했으나, 지금은 군데군데 머리가 아예 빠진 부분이 눈에 띈다.

달로카르는 "처음에는 조금씩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다 머리를 빗었는데 우수수 떨어졌다. 머리를 감으니 전부 빠졌다. 머리카락이 이토록 빠지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모아둔 머리카락을 보여주는 카베리 달로카르
BBC
카베리 달로카르는 빠진 머리카락을 모두 모아 보관하고 있다

한편 이 지역을 방문한 '전 인도 의학 연구소 델리(AIIMS)'의 피부과 전문의 소메쉬 굽타 박사는 이 같은 탈모 현상 및 전염성 여부에 대해 우려하는 주민들을 안심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굽타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머리카락이 빠진 사람들의 경우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이 문제가 오랫동안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다시 자라난 머리카락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 감염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전염성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ICMR-국립 에이즈 연구소'의 쉴라 고드볼 박사는 "환자들은 샴푸와 오일 등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각자 빗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다만 공포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두피를 조사하는 모습
BBC
2025년 1월 이후 기준, 4세 어린이를 포함해 예상치 못한 급격한 탈모 증상을 호소한 이들은 200명이 넘는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이들이 단기적인 탈모 증세를 호소한 바 있다. 즉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던 기간, 원인 불명의 탈모를 호소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불다나 지역의 이번 사례처럼 갑작스럽고 국소적으로 발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경우 보통 환경 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곤 하는데, 당국은 수원 및 다른 환경 요인을 조사하는 등 여러 조치에 나서고 있다.

피해 마을의 지하수 샘플을 분석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당국은 안전한 식수를 위한 예방 조치로 모든 수원에 염소 소독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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