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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국회 지적하며 관세 인상...대미투자특별법은 미뤄지고 있나?

1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 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라며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자신이 합의한 내용을 한국 국회가 승인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국회에 발의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미투자특별법은 실제로 지연되고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만 콕 집어 압박한 가운데, 미국과 관세협상을 진행한 다른 나라들은 어떤 상황일까?

대미투자특별법, 지연되고 있나?

한국 여당과 야당은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두고 의견 대립을 지속해 왔다. 쟁점은 '국회 비준'의 필요성 여부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29일 정상회담 이후, 11월 13일 안보와 무역 분야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고, 11월 14일에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합의가 국가 간 정식 조약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조약 형식이 아닌 행정부 사이의 양해각서라고 보고, 헌법상 국회 비준이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국제조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오히려 비준 동의 시 법적 구속력이 강해지는 만큼,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3500억달러(약 505조원) 규모인 대미 투자가 헌법에 따르면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해당해 국회가 비준 동의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후 민주당은 비준 없이 11월 26일 국회에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대미 투자를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과 의사 결정 체계, 국회 감독 절차, 환율 안정 장치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이 법안을 비롯해 모두 5개의 대미투자특별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이하 재경위)에 머물러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법안 심사에 앞서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동시에 정부와 여당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11월 말 더불어민주당의 대미투자특별법 발의 이후에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서 국회에 아무런 요구도, 요청도 없었다"라며 "이런 상황이 다가올 것을 전혀 파악도 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회는 이미 관련 법안 제정에 들어가 있다"며 "국회는 통상적 절차대로 입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서는 특별법 발의로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황으로 보였다. MOU에 따라 미국은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된 시점이 아닌, '발의'된 날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일 한국 자동차 및 관련 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소급 인하했다. 상호관세와 목재 등 품목 관세 인하도 같은 달 14일 자로 소급 적용됐다.

또 최근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미 투자 여건이 악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달 초 외신 인터뷰에서 환율 상황을 언급하면서 올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는 대미 투자 후속 조치 지연에 대한 우려 이외에도 미국 사업체에 비우호적이라고 판단한 조치들이 두루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안들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그리고 쿠팡 사태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현해 온 만큼,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플랫폼법)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개 법안은 각각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불법·허위 정보 삭제 등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플랫폼 입점업체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팡 사태'와 관련해서도 한미 간 입장 차가 나타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 이후 정부가 집중 조사에 나서자, 미국 내 쿠팡 투자자들과 의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불만 및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법적 절차를 언급했을까?

한미 간 MOU를 살펴보면 "미국과 한국은 본 양해각서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하기 전에 필수적인 국내법 제정 절차를 이행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한국 산업통상부는 해당 관세가 "전략적 투자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소급 적용되는 것으로 양국 간 합의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MOU가 규정한 관세 인하의 요건인 법안 '제출'은 이미 충족됐고, 이를 전제로 미국 정부도 관세 인하를 실행한 상태인 만큼, 국회의 '승인'이나 '통과' 지연을 이유로 관세를 다시 인상한다는 것은 양국이 합의한 이행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효영 외교안보연구소 부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올리겠다고 압박하며 협상 테이블로 상대를 끌어들인 뒤, 미국이 원하는 의제를 협상해 관세를 내리는 식"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입법 절차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관세를 이용해 한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 부교수는 이어 법적 절차는 국내법의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국이 간섭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분쟁 해결 절차에서도 법을 고치는 통상 시정 절차가 3개월 혹은 그 이상 소요되고, 입법 절차 자체가 빨리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로 삼을 만한 시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 국기가 배치된 공간에서 나란히 서 있다
Getty Images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한국 내에서는 국회 비준 동의 여부가 주요 쟁점이지만, 미국은 이번 관세 인하와 이후 인상 과정에서 의회의 별도 승인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다. 미국은 대통령 권한인 행정명령으로 특정 국가와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조정했다.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93조원)를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를 15%로 낮춘 일본 정부 역시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당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별도 합의문이 없어 추후 해석 차이로 인해 불리할 수 있다며 야당이 지적에 나섰지만, 일본 정부는 법적인 강제력을 갖는 대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본은 기존 법률안에서 행정규칙을 수정하며 투자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의 경우 지난 15일에 미국과 상호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관세 협정에 최종 합의했다. 미국의 상호관세를 20%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대만은 총 5000억달러(약 73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중 2500억달러는 대만 반도체 기업의 직접 투자, 나머지 2500억달러는 대만 정부의 신용 보증이다. 대만은 한국과 비슷하게 국회 절차가 남아 있으며, 합의안이 입법원의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미국은 EU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30%에서 15%로 낮추고, EU는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65조 원)를 투자하기로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아직 이를 정식 비준하지는 않았다.

앞서 유럽연합의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 반자치령 그린란드 병합 위협의 대응으로 지난해 맺은 무역 협정 승인 절차를 무기한 보류했다. 유럽의회는 현지시간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관련 위협을 철회하며 EU-미국 무역협정 보류 해제 여부를 공식 입장을 투표로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이에 대한 결정을 일주일 가량 연기한 상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 조치의 적법성을 가리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법원이 해당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걸 경우, 기존에 체결된 무역 합의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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