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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의 마을’로 알려졌던 라오스 방비엥은 어떻게 달라졌나

2024.11.30
라오스의 방비엥은 한때 방탕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마을로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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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방비엥은 한때 방탕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마을로 알려져 있었다

라오스의 방비엥은 한때 방탕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마을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과거의 오명을 씻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는가 했는데, 최근 부정적인 이슈로 헤드라인에 등장했다.

“미끄럼틀 하단부로 내려가면 재빨리 미끄럼틀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지난주에는 저 아래 바위에서 인명 사고가 벌어졌어요.”

나는 2010년 동남아시아로 처음 배낭여행을 떠났다. 당시 나는 유흥에 한껏 빠진 10대였던 터라, 당연히 건강과 안전을 여행의 우선 순위로 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레게 헤어스타일을 한 호주인 바텐더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송강으로 이어지는 미끄럼틀을 타다가 마지막에는 그 미끄럼틀을 박차고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허공에서는 물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와 충돌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외쳤다.

라오스 중부 남송강 유역에 있는 방비엥은 약 2만5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동남아시아를 찾는 배낭여행자 사이에서 수십 년간 큰 인기를 누려온 여행 경로 “바나나 팬케이크 트레일”(이 경로에서 수많은 게스트 하우스와 카페가 아침식사로 바나나 팬케이크를 팔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한 축이다. 그런데 방비엥은 한때 방탕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마을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동안 과거의 오명을 씻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가 했는데, 최근에는 다시 부정적인 이슈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수의 외국인 관광객이 메탄올이 섞인 음료를 마시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방비엥의 액티비티 중 하나인 남송강 미끄럼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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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의 액티비티 중 하나인 남송강 미끄럼틀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방비엥은 ‘파티의 마을’로 통했다. 저렴한 비어라오와 라오라오(병에 뱀이나 전갈을 통째로 넣은 현지 쌀 위스키로, 독과 알코올이 섞여 마시는 사람에게 약효를 준다고 여겨지는 술)를 파는 강변 술집과 저렴한 호스텔이 즐비해 배낭여행자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유흥을 즐기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방비엥에는 “튜빙”이라는 상징적인 관광용 교통수단이 있었다. 튜빙은 트랙터 타이어의 내부 튜브에 공기를 채운 일종의 보트였다. 사람들은 튜빙을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강가에 있는 바에 들려 술 게임(비어퐁이 특히 인기가 많았다)을 즐기거나 강 위에 설치된 허름한 그네와 미끄럼틀을 탔다. 튜빙은 1999년 현지 농부 타농시 소랑쿤이 일꾼들에게 강에서 쉴 수 있도록 내부 튜브를 빌려준 것이 시초라고 한다. 그렇게 튜빙 타기는 태국 코 파냥의 ‘풀 문 파티’에 버금가는 배낭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내가 방문했던 2010년대 초반에도 방비엥은 느슨한 도덕과 다소 불안정한 치안, 야생 관광으로 유명했다. 이 마을에는 강변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외에도, “해피 바”가 유명했다. 해피 바란 행복감으로 눈이 풀린 서양인들이 손도 대지 않은 음식을 앞에 놓고 시트콤 ‘프렌즈’와 ‘패밀리 가이’가 끝없이 재생되는 텔레비전을 멍하니 바라보는 곳을 말한다. 이러한 식당 중 한 곳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면 피자, 국수, 버거, 볶음밥 등 배낭 여행객들이 흔히 먹는 메뉴는 물론 프리롤 스프리프, 버섯 피자, 버섯 쉐이크 등 버섯이 들어간 각종 식품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의 얕은 강과 날카로운 바위, 규제되지 않은 그네, 저렴한 술과 환각제의 조합이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1년 이 마을 병원 기록에 따르면, 강가 바위에 부딪혀 익사하거나 심각한 외상을 입은 사망자는 27명이었다. 이 수치에는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으로 이송된 환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나 역시 “죽음의 미끄럼틀”이라 불리는 미끄럼틀을 탔던 바로 그날 저녁, 강에 빠져 발목이 부러진 여행객을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도왔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는 구급차가 올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로로 가기 위해, 환자를 부축해 강둑에 있는 반딧불이가 활활 타오르는 숲을 지났다. 방비엥의 광기도 꺾지 못한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방비엥은 목가적인 논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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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은 목가적인 논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그 아름다운 자연이 바로 애초에 배낭여행자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남송강 유역의 논밭 사이로 카르스트 석회암 산이 솟아있는 이 마을은 하이킹과 금빛 불상을 보호하고 있는 동굴 탐험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2012년부터 라오스 정부는 방비엥의 튜빙과 해피 바를 단속하고, 이 마을을 야외 모험 여행지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바를 운영하던 강변의 가건물이 철거되고, 튜빙 센터가 문을 닫은 것은 그 때였다. 이후 튜빙 센터는 다시 문을 열었지만, 훨씬 규모가 줄어들었고 보다 엄격한 감독을 받았다. 야간 유흥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강에서 즐기는 카약과 하이킹, 열기구 등 방비엥 외곽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만들어졌다. 최근에 일어난 비극이 방비엥 여행은 여전히 위험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 마을의 리브랜딩은 성공적이었다.

남송강 인근에서 ‘리버사이드 부티크 리조트’를 운영하는 스테판 비지에는 “2012년 이후로 관광 산업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문객들은 방비엥에서 파티 보다는 야외 활동과 풍경에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 그래서 시내 중심가에는 거의 가지 않죠. 대신 시골에서 하이킹을 하거나 강에서 카약을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기구를 타고 방비엥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어버브 라오스’의 공동 설립자 비올레인 클레엣 마렐도 “방비엥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제가 2018년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방비엥은 이미 배낭여행객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활동을 목적으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었습니다.”

방비엥은 아름다움과 접근성이 결합된 곳이다. 마을을 둘러싼 카르스트 봉우리는 산맥을 이루지 않고 푸른 강과 이어진 평야에서 갑자기 솟아올라 있다. 흡사 매끄러운 잔디밭에 두더지가 파놓은 들쭉날쭉한 구멍같은 모양새다. 그 덕에 높지 않으면서도 드라마틱한 풍경이 연출된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파 응엔도 마을 중심부에서 도보로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남송강과 부드러운 석회암 지형 사이의 상호작용을 경험하려면 카약을 타는 것이 가장 좋다. 탐남뗌 동굴에서는 카약을 타고 강물이 깎은 터널을 따라 산을 통과할 수 있다. 반면 열기구를 타면, 남송강이 뱀처럼 휘감은 평야와 군데군데 뚫린 카르스트 동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방비엥은 야외 모험 여행 명소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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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방비엥은 야외 모험 여행 명소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클레엣 마렐에 따르면, 방비엥을 찾는 방문객도 변화하고 있다. 한때는 서양 배낭여행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균형이 아시아 관광객으로 기울었다. 그는 “여전히 배낭여행객과 파티족이 많지만 가족 단위 여행자와 다양한 연령대의 커플, 중국과 한국에서 온 단체 여행객, 주말을 맞아 비엔티안에서 오는 라오스인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마을은 물리적으로도 새로워지고 있다. 남송강 서쪽 강둑으로도 마을이 확장되고, 마을 외곽에는 보다 조용한 분위기의 숙박시설이 늘고 잇는 것이다.

정부의 단속 못지 않게 혁신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새로운 교통망이었다. 2021년 보텐-비엔티안 철도가 개통되었다. 이 철도는 라오스와 중국을 연결하고, 방비엥에서 라오스의 다른 주요 도시로 빠른 시간 내에 갈 수 있게 해주었다.

클레엣 마렐은 “지금은 기차로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을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데, 예전에는 5시간이 걸리는 매우 불편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방비엥과 비엔티안을 90분 만에 연결하는 새 고속도로도 생겼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방비엥의 관광 산업에 큰 영향을 줬고, 이전에는 오지 않던 사람들이 2, 3일씩 이곳을 찾게 됐습니다. 그 덕에 마을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어요.”

열기구를 타면, 방비엥의 목가적인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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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를 타면, 방비엥의 목가적인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은 새로 개통한 국제 열차의 영향이 크다. 반면 방비엥에 대한 한국 관광객의 관심은 2014년 이곳에서 촬영한 한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지에에 따르면, 2012년 정부의 단속과 새로운 교통망으로 인해 방비엥에 나타난 초창기 변화는 너무 극단적이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코로나 위기가 방비엥의 급속한 발전에 쉼표가 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에 평온함을 회복해서, 고속열차 개통 후 새로 유입된 방문객을 맞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러한 보루가 없다. 최근에 일어난 관광객 사망 사건은 방비엥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혼돈에 빠질 수 있음을 뜻한다. 비지에는 중앙 정부가 마을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관여할지가 이곳의 미래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지에는 “지난 주에 일어난 사건은 정부 통제 메커니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방비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곳은 매우 작은 곳이고, 조그마한 것으로도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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