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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트럼프는 무역 전쟁 속 시진핑과의 '고위험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1일 전
트럼프 대통령 및 시진핑 주석과 체스판
Getty Images / BBC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0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1, 2위의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이 최근 격화하면서 오랜 기대를 모았던 두 정상 간 회담은 무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달 초 중국은 국가 안보를 근거로 희토류 수출에 대한 전면적인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첨단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공급망에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이후 양국은 조금 진정하는 기류를 보이며 협상 여지를 시사하긴 했으나, 여전히 최근 고조된 긴장과 이로 인한 시장 불안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며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부터 희토류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모든 것에 대해" 협상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중국의 결의를 과소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전쟁에서 역대 가장 강경한 반응으로 맞서고 있다.

오하이오주의 대두 수확 현장
Reuters
중국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대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중국 전문가인 원티 숭은 "미-중은 많은 것이 걸린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정치학과 총 자 이안 부교수도 "둘 다 자신이야말로 상대방보다 더 큰 고통을 견딜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아마 이 또한 협상의 과정일 것"이라며 이에 동의했다.

총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지배력 시험"이라면서 만약 중국이 위협에 굴복한다면 향후 몇 달간 미중 관계는 그 흐름대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먼저 고개 숙일 가능성은 낮다. 총 교수는 "집권한 지 13년째인 시 주석은 자신을 증명하고자 꼭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희토류 외에도 중국은 미국의 대두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농민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국내 지지 기반이다.

올해 9월, 미국산 대두의 중국 수출량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0으로 떨어졌다. 대신 중국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대두를 대거 사들였다. 가축 사료로 주로 대두를 사용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이다.

한편, 시장 조사 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경제 전문가인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 수석분석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9월 기준 중국의 GDP는 고작 0.3% 줄어들었다면서 중국의 수출은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탄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나?

반도체
Reuters
반도체는 여전히 미-중 간 분쟁 지점이다

현재 중국이 우위를 점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국 기업들도 대체 공급망 및 공급원을 빠르게 찾아 나설 것이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러한 대응이 오히려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일례로 '애플'사는 올해 초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의 대부분을 중국이 아닌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 '나이키' 또한 중국 내 일부 생산 시설을 타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반스-프리처드 분석가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라는 공격에 이제 영원히 끄떡없다고 결론 내리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듯 보이는 주된 이유는 중국 위안화가 달러를 제외한 외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며 중국 수출품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수 소비를 촉진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수출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의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오판하여 과도한 자신감을 품고 대응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쑨 윈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보복에 대한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위험한 새 습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에디스 커윈 대학에서 국제 비즈니스학을 가르치는 노이즈 맥도너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자 여러 추가적인 무역 제한 조치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이미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그러나 맥도너 교수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완전히 멈추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먼저 물러서게 될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반응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달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응 이후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약 2조달러가 증발했다.

한편 중국의 무역 전쟁 정책은 시장 심리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국의 의사결정 체계는 매우 중앙집권적으로, 더욱이 시 주석은 중국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단호한 지도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중국공산당은 국영기업에 대해서도 막강한 통제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국영기업들은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방향을 충실히 따를 것이다.

일부 평론가들은 중국이 그의 관세 정책, 기술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등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과 전략을 장기적으로 관찰하여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철저히 대비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소재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라이언 해스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학생에서 교수로 진화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위협받을 때만 대응하는 '수동적 공세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영향력 확대의 기회를 포착하는 '기회주의적 능동주의'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스 연구원은 이것이 중국의 상대적 국력 강화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서 시 주석이 "자립"을 위한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는 것이다.

추가 보도 및 편집: 그레이스 초이, 알렉산드라 푸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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