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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하면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2024.06.03
파괴된 아파트
Getty Images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최근 자국 무기를 사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했다.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의 전선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될까.

지금껏 서방 국가들은 자신들이 지원한 무기를 크림반도나 러시아군 점령지 등 우크라이나 내 군사적 목표물에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제공한 무기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너머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로 진격해 오면서 서방 동맹국은 우크라이나가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국경 너머 군사적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게 됐다.

지난달 러시아는 해당 지역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해 새로운 전선을 개척하고 여러 마을을 점령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진격으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이자 국경에서 고작 30km 떨어진 하르키우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르키우 지역의 경계가 사실상 최전선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국경 너머로는 서방이 지원한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 조건으로 인해 러시아군은 안전한 환경에서 이번 작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에 우크라이나 및 다른 유럽 국가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자 결국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NATO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리는 언제나 전쟁터에서의 실제 상황에 맞게 필요에 따라 적응하고 조정해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파괴된 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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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최근 하르키우주 공격으로 다수의 민간인 거주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한편 이러한 발언 며칠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장거리 무기가 자국 본토 공격에 사용될 경우 “완충지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NATO 국가들은 “러시아 영토 깊이 공경하자고 논의하기 전” 유럽엔 “영토가 작고 인구가 밀집한 국가”들이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고 고려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에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무기 목록에 지대지 미사일인 ‘ATACMS’는 포함하지 않았다. 아마도 확전을 피하기 위함일 것이다. ATACMS의 경우 사거리가 300km에 달하며, 러시아 영토 내 군사 기지 및 이착륙장을 타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국경 근처 표적만 타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는 서방 동맹국의 중요한 정책 변화다.

다연장로켓포인 ‘HIMARS’의 경우 최대 70km로 사거리가 짧긴 하지만, 러시아의 물류 작전과 병력 이동을 의미 있게 방해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이는 러시아의 모든 공세를 늦출 수 있다.

하르키우의 군사 작전을 조정하는 하르키우 전술 그룹의 유리 포브흐는 이제 우크라이나는 “적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자 병력, 장비, 보급품 저장 시설을 모아둔 곳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또 다른 공격을 위해 하르키우에서 불과 90km 떨어진 곳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미국 전쟁연구소 또한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이 지역에서 “창고 및 저장시설이 늘어나 있다”고 확인했다. 이제 우크라이나군이 이러한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은 앞으로 이 지역에서 러시아가 새로운 공세를 펼칠 경우 이를 격퇴할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방이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가 ‘KAB’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러시아제 활공폭탄 등을 막는 덴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이러한 폭탄은 그 효과가 파괴적이며, 하르키우 및 다른 국경 도시 폭격에 자주 사용된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막기 위해선 KAB를 투하하는 비행기를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

HIM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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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미국산 다연장로켓포인 ‘HIMARS’도 지원받았다

현재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이러한 전투기를 요격할 만한 유일한 무기는 미국이 지원한 방공 시스템인 ‘패트리어트’ 뿐이다. 그러나 이 무기를 하르키우주 근처로 이송하는 건 무척 위험한 일이다. 러시아의 정찰 무인기가 이를 재빨리 파악해 ‘이스칸데르’와 같은 미사일을 발사해 이 값비싼 시스템을 파괴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스톰 쉐도우(혹은 ‘스칼프’)’의 공동 개발국으로 우크라이나에 이를 지원한 영국과 프랑스는 해당 미사일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제한하진 않았다. 스톰 쉐도우는 사거리가 최장 250km에 달하는 순항 미사일이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미사일이 날아오는 군사 기지, 즉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군사 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한 공군 장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발언은 스톰 쉐도우를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즉 우크라이나는 이제 쿠르스크와 벨고로드 지역의 러시아 비행장을 타격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면 이러한 작전들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순항 미사일을 장착한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SU-24’의 경우 국경 근처로 다가가야만 발사할 수 있기에 러시아 방공 시스템에 노출되게 된다.

올해 말 우크라이나에 지원될 것으로 보이는 ‘F-16’ 전투기가 이러한 작전엔 더 적합하다.

그러나 동맹국들이 이러한 공격기의 러시아 내 목표물 타격을 허용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유럽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영토 내 서방 무기 사용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군 또한 러시아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자체 무기를 개발하고자 노력 중이다. 우크라이나제 무인기 일부는 국경에서 수백 km 떨어진 석유 저장시설 및 군사 시설을 타격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800km 떨어진 러시아 오르스크시의 장거리 레이더 기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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