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평화 종전 구상' 1단계 합의...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 평화구상 1단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의 무장세력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은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한 지 2년 2일 만에 이뤄졌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최소 6만7183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2만179명이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기는 했으나, 향후 이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부분도 존재한다.
발표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진행된 집중 협상 끝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미국이 제안한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채널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번 합의는 모든 인질이 곧 석방되고, 이스라엘이 합의된 선까지 병력을 철수한다는 의미"라며 "모든 당사자가 공정하게 대우받을 것이며, 이는 영원한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에 위대한 날"이라며, "정부가 목요일 회의를 열어 합의를 승인하고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도 합의 사실을 확인하며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점령군의 완전 철수와 인도적 지원 허용, 포로 교환을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직접 협상을 하지 않았으며,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그리고 이집트·카타르·터키 중재자들의 중재로 이뤄졌다.
다음 수순은?
이스라엘 정부는 오는 10일 이번 합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공식 승인할 경우, 이스라엘군은 합의된 선까지 가자지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철수는 승인 후 24시간 이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철수가 완료되면 72시간의 시한이 시작되며,이 기간 동안 하마스는 생존한 인질들을 석방해야 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인질 석방은 다음 주 월요일인 13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알려지지 않은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0개 조항의 평화 구상 가운데 1단계에 해당하는 초기 합의로, 이스라엘은 전면 수용했지만 하마스는 일부 조항에만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에는 여전히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핵심 쟁점들이 빠져 있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 문제다. 트럼프 구상에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가 포함돼 있지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되지 않는 한 무기를 내려놓을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 체제도 논란거리다. 트럼프 구상안은 하마스가 가자 통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색이 없는 임시 '기술관료형 팔레스타인 위원회(technocratic, apolitical Palestinian committee)'가 이를 관리한 뒤, 최종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이양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재건을 주장하는 극우 연정 세력 또한 이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자신들도 가자 통치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 소식통은 BBC에, 하마스가 아직 이스라엘이 석방할 예정인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의 최종본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20개 조항의 합의문에는 무기징역형 수감자 250명과 2023년 10월 7일 이후 구금된 가자 주민 1700명을 석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의 반응은?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은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아내와 자녀를 잃고, 형 요시의 시신이 하마스에 의해 붙잡혀 있는 엘리 샤라비는 "큰 기쁨이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고 SNS에 적었다.
인질 님로드 코헨의 어머니도 "내 아이야, 너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합의 발표 직후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주민 압둘 마지드 압드 라보는 로이터통신에 "휴전과 피 흘림, 살육의 종식에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기쁜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가자지구 전체가, 아랍인 전체가, 그리고 전 세계가 휴전과 피의 종식을 기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이번 합의를 준수할 것을 당사국들에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고통은 끝나야 한다"며 유엔이 이번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지원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와 재건 노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소식은 전 세계에 깊은 안도감을 주는 순간"이라며 "특히 지난 2년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온 인질과 그 가족들, 그리고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합의를 "평화를 향한 절실히 필요한 걸음"이라고 평가하며, 관련 당사국들이 합의 조건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는 이번 합의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보였다.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번 합의는 첫걸음이며, 모든 당사자가 이를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환영할 만한 합의"라며 "그 세부 내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특파원 분석: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전쟁 종식은 아직 불확실'
이집트에서의 집중 협상 끝에 발표된 이번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는 2년에 걸친 가자전쟁을 끝낼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실제로 종식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차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접 개입이다.
그는 하마스뿐 아니라 이스라엘에도 압박을 가하며 합의를 성사시켰고, 이를 통해 자신이 전쟁을 끝낸 인물로 평가받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발표한 '가자 평화 구상'의 1단계에 해당한다.
과거 협상 방해 논란이 있었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는 트럼프의 강한 압박에 밀려 협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파괴" 경고에 위협을 느끼며 강한 압박을 받았다.
이집트, 카타르, 터키 등 중동 주요 국가들도 이번 협상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분명 중요한 진전이지만, 하마스의 무장 해제, 이스라엘군의 철수 범위,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 체제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 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