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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 1차 투표서 극우당 우세…과반 확보 나선다

2024.07.01
마린 르펜
REUTERS/Yves Herman
프랑스 총선 1차 투표는 마린 르펜과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의 달콤한 승리로 끝이 났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출구 조사 결과 우파 ‘국민연합(RN)’이 선두를 달리면서 권력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현 대통령의 “마크롱식 블록은 사실상 전멸했다”는 마린 르펜 RN 원내대표의 발언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이날 치러진 1차 투표에서 RN은 득표율 33.2%, 좌파 정당 연합체는 28.1%, 여당 연합은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르당 바르델라(28) RN 대표는 “프랑스인들이 우리에게 표를 준다면 모든 국민을 위한 총리가 되겠다”고 연설했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 정당이 승리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프랑스의 유명 논설위원인 알랭 뒤아멜은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르펜과 바르델라는 2차 투표를 거쳐 총 577석 중 289석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 다수당으로 올라서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다음 주 7일로 예정된 2차 투표 예측 결과상, 기대만큼의 의석수는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단독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나 정당 연합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구성될 경우, RN 또한 이민, 감세, 법 개정 등의 기존 계획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지난달 초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가 RN의 승리로 끝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가장 책임감 있는 해결책”이라면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이번 1차 투표 결과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질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한편 이번엔 1997년 이후 치러진 총선 1차 투표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겨우 3주간의 짧은 선거운동 끝에 치러진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번 1차 투표로 이미 RN 측에선 39명이 절반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하며 최종 당선됐으며, 좌파 정당 연합체인 ‘신민중전선(NFP)’에선 32명이 의석을 확보했다.

수도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좌파 지지자 수백 명이 모여 RN의 승리에 대한 분노와 충격을 표출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에게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한 연설을 맡긴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2차 선거를 앞두고 광범위하고 분명한 민주적, 공화적 결집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타 정당의 지도자들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연설하는 동안 아탈 총리는 마티뇽 관저 앞에서 엄숙하고 짧고 진지하게 연설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
Ludovic MARIN / AFP
가브리엘 아탈 현 총리는 웃음기 없는 모습으로 총리 관저 앞에서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연설했다

아탈 총리는 “(2차 투표에선) 단 1표도 RN에 넘어가선 안 된다”면서 “위험은 분명하다. RN이 절대 다수당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좌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당의 장-뤽 멜랑숑 대표는 “한 가지는 확실하다”면서 “아탈은 총리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멜량숑 대표는 이번에 RN에 이어 2위를 차지한 NFP에 참여한 좌파 정당 중 가장 급진적인 인물로 손꼽히지만, 오는 2차 투표에서 RN에 단 1표도 더 돌아가선 안 된다는 점엔 동의했다.

한편 프랑스 사회 내 극우 변두리 정당에 그 뿌리를 둔 RN은 오늘날 프랑스 전체 유권자 3분의 1의 지지를 얻기까지 긴 여정을 거쳤다.

프랑스의 차기 총리가 될 수 있는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RN은 교실 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에너지 세금 인하, 외국인에 대한 혜택 폐지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RN의 새로운 표밭으로 떠오른 파리 동부 지역에서 만난 ‘패트릭’이라는 이름의 유권자는 “거리가 불안하면 시민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공화당 내 여론과의 분열 끝에 이번 총선에서 RN과 연대한 보수 성향의 정치 지도자인 에리크 시오티는 “승리가 눈앞에 있다”면서 “전례 없고 역사적이다”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현재 미지의 세계로 들어섰으며, 오직 나쁜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정치 평론가 피에르 아스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차 투표 끝에 RN이 절대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여전히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RN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헝 의회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1차 투표 결과에 자극받은 유권자들이 연합하며 NFP 또한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음 주 2차 투표에선 양당 혹은 삼당 결투가 될 전망이다. 지난 선거에선 이런 경우가 많지 않았으나, 이번 총선에선 높은 투표율로 인해 300명 이상의 3위 후보가 이 “삼각” 전투에 참여할 자격을 얻었다.

한편 이제 관심은 주로 지역 선거구 단위에서 RN의 독주를 막고자 3위 후보들이 사퇴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장-뤽 멜랑숑 대표
ARNAUD FINISTRE/AFP
장-뤽 멜랑숑 대표는 자신의 당은 ‘RN에 단 1표도 더 주지 않는다’는 간단한 목표만을 향해 달린다고 연설했다

아탈 총리는 “수백 개의” 선거구에서 여당 후보자들이 RN의 승리를 가로막을 최적의 자리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우파가 “재앙과도 같은 계획으로 국가를 통치하지” 못 하도록 막는 건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후보자가 RN 후보자를 이길 가능성이 더 높을 경우, 3위를 차지한 많은 중도파 후보자가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소속으로 이번에 3위를 차지한 알반 브랑랑 후보가 멜랑숑 대표의 LFI당 소속 후보에 당선 가능성을 몰아주고자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LFI당의 승리를 위해 물러나길 거부하는 후보자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브랑랑 후보는 “정치적 라이벌과 공화당의 적 사이에 선을 그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편 멜랑숑 대표는 자신의 당 소속 후보들도 RN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거구에서 현재 3위를 차지했다면 추후 사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의 전임자로 사회당 소속이었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극우 세력이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을 엄숙한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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