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 대선 주요 쟁점: 이민자가 없는 미국은 어떤 모습일까?
이민자 문제는 다가올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모두 특히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를 더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민자의 “침공”을 거듭 경고했고, 불법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을 공언했다. 트럼프의 라이벌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가 이민자에 대해 “공포와 분열의 불길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본인도 강경한 초당적 국경 안보 법안을 거듭 지지했다. 해당 법안은 수억 달러가 들어가는 국경 장벽 건설 계획을 포함한다.
세계에서 외국 태생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 이민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민자가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구
2023년 외국 태생 인구는 478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인구의 14.3%에 해당한다. 출신국을 보면 멕시코가 1060만 명으로 가장 많다. 인도가 280만 명, 중국이 250만 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이렇게 이민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의 전체 인구는 출산율 감소로 인해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2010~2020년 미국은 1930년대 이후 10년 단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인구 증가율을 기록했다. 1930년대는 대공황으로 인해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던 시기다.
이는 미국도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의료비는 증가하고 생산가능연령 인구는 감소하는 것이다.
의회예산국(CBO) 예측에 따르면, 2040년에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하는 변곡점이 발생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든 인구 증가분은 전적으로 이민자에 의해 발생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경제학자와 친이민자 단체는 특히 농촌 지역의 경제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민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영향
보스턴 대학의 타렉 하산 경제학 부교수는 이민자가 없으면 미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민자를 완전히 배제하면 1인당 GDP가 약 5~10% 감소할 것이며, 이는 1인당 부가 감소하는 동시에 인구 감소로 인해 총 GDP도 훨씬 낮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하산 부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는 “혁신을 증가시켜 전반적 생산성을 향상시키므로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혁신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이민자들은 생산가능연령일 가능성이 더 높다. 정부 기관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이민자가 미국 인구 전체로는 약 14%를 차지하지만 민간 노동력 기준으로는 약 19%인 3100만 명을 차지한다. 미국 태생 인구보다 노동 참여율도 높다.
미국 의회예산국(CBO) 예측에 따르면 2022~2034년에 미국에 입국하는 16세 이상 이민자의 약 91%가 55세 미만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체 성인 인구에서는 해당 연령대의 비중이 62%에 불과할 전망이다.
농업과 같은 특정 경제 부문은 특히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한다.
미국 노동부의 전국 농업노동자 조사에 따르면,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 노동자 중 70%가 이민자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다.
친이민자 단체 미국 이민협의회(AIC)의 난 우 연구 책임자는 “이들이 사라지면 많은 농장주가 작물을 재배하고,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고, 성수기에 미국 소비자를 위해 상품을 준비할 노동력을 확보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민 비판론자들의 일반적인 주장 중 하나는 저임금으로 일하려는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어 미국인의 임금을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4년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이민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27개 연구를 검토해 내린 결론에 따르면, 이민자가 미국인의 임금에 미치는 평균적인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스턴 일리노이 대학의 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 수의 증가는 임금 증가에 "긍정적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세금
그렇다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AIC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이민자 가구는 전체 세수의 6분의 1에 가까운 약 5800억달러(약 800조원)에 기여했다.
AIC의 난 우 연구 책임자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이민자만 세금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 싱크탱크 ‘퓨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는 전체 이민자 인구의 약 23%에 해당하는 약 1100만 명이며, 그 중 약 400만 명이 멕시코 출신이다.
또한 싱크탱크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 연구에 따르면, 2022년 불법 이민자들은 연방·주·지방 세금으로 약 1000억달러(약 138조원)를 납부했다.
그러나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이민법 및 정책 연구 책임자인 다니엘 코스타는 이민의 경제적 영향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일부 주에서는 특히 단기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니엘 코스타의 팀이 최근 진행한 연구에서는 저임금을 받는 동시에 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이민자가 대거 유입되면 “단기적으로 재정 수지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그런 이유로, 다니엘 코스타의 팀은 연방에서 주 정부로 더 많은 자금이 재분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에는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저명한 이민 문제 전문가이자 경제학자인 지오바니 페리 교수는 이민자가 지역사회에 가하는 압박은 미국 태생 인구가 증가할 때 발생하는 압박과 비슷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서비스 부문도 압박받을 것이고 건설업이 (수요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면 주택 부문에 대한 압박도 발생할 것”이라며, “그저 이민자를 특정해 대상화하는 것이 더 손쉬울 뿐”이라고 설명한다.
혁신과 기업가 정신
많은 이민자 또는 그 자녀들이 선도적인 기업가로 성장했다.
매출 기준으로 매년 미국 500대 기업을 선정하는 ‘포춘 500’ 기업 중 약 45%가 이민자 또는 그 자녀에 의해 세워졌다.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미국 스타트업 중 55%도 이민자에 의해 설립됐다.
또한 이민자들은 글로벌 기술 발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도착하는 이민자도 많다.
국제교육자협회에 따르면 2022~2023학년도에 100만 명 이상의 유학생이 학비와 생활비를 통해 미국 경제에 400억달러(약 55조억원)를 기여했고 36만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창출시켰다.
여론
미국 경제에서 이민자가 수행하는 많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55%가 이민자 감소를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멕시코 국경의 불법 월경과 관련해서는 이민자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계의 초당적 합의가 형성됐다.
페리 교수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이민자를 "국경의 혼란"과 동일시하며, 이민의 광범위한 영향보다는 불법 입국 사례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다.
교수는 사람들이 이민자가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과 인구 감소를 상쇄하는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보다 “이민자가 남부 국경에서 ‘홍수’처럼 밀려든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 규모가 과도하고 해로운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스턴 대학의 타렉 하산 부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이민자가 특히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새로운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역량에 부담을 줬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민자는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측면도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