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쟁은 이란전? 아니면 우크라이나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경유 수출 감소와 가격 급등의 원인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소 공격 탓으로 돌리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 세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장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협상할 줄 아는 새로운 지도자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걸프 지역에서의 경유 수출이 줄어든 원인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이고 있는 전쟁을 지목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부담하는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겠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합의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BBC Verify(검증)팀은 최근 몇 달은 물론 몇 년간 경유 공급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살펴봤다.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이란 분쟁 모두 전 세계 경유 공급량을 크게 위축시켰으나, 이란전으로 인한 걸프 국가들의 공급 감소 폭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경유 가격 상황은?
경유 가격 상승은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중추를 이루는 화물트럭, 밴, 선박의 연료비도 끌어올리기에 더 광범위한 우려를 낳는다. 운송 비용이 증가하면 결국 가격 인상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이번 달 5일 미국의 평균 경유 소매 가격은 갤런당 6.20달러(약 8300원)로, 사상 최고치였던 9월 21일의 갤런당 6.50달러에 근접했다.
이란과의 전쟁 이전, 미국에서 경유는 1갤런당 약 3.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및 넷제로부'의 자료에 따르면 10월 5일 기준 리터당 가격은 199펜스(약 3700원)였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경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약 680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경유 소비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나머지 수요는 각국의 국내 생산량으로 충당된다.
반면 올해 9월 기준, 전 세계 수출량은 하루 580만 배럴로 감소했는데, 이는 하루 약 100만 배럴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1년간 경유 수출량이 늘어난 국가도 있지만, 전 세계 총 수출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바로 이로 인해 경유 소매 가격이 상승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산 경유 공급량은 얼마나 감소했나?
2025년 러시아는 하루 평균 경유 약 81만 배럴을 수출했으나, 올해 9월 기준 이는 하루 약 14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루에 약 67만 배럴이 감소한 셈이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조나단 리더 메이나드는 "많은 분석가들은" 경유를 포함한 러시아의 석유 제품 수출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국제 사회의 제재보다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지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산 경유 공급량은 얼마나 감소했나?
중동은 주요 원유 수출지일 뿐만 아니라, 경유 생산의 주요 거점이기도 하다.
2025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걸프 국가들은 하루에만 경유 약 140만 배럴을 수출했다.
그런데 올해 9월에는 하루 약 67만 배럴로 감소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걸프 국가들의 정제유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이란 측이 유조선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란의 항구를 봉쇄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선박 통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선박 추적 업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미 해군의 선박 보호 등에 힘입어 전쟁 전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경유를 비롯한 중동산 정제유 수송량은 여전히 전쟁 전 수준보다 훨씬 낮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전쟁의 여파가 더 큰가?
이러한 통계 자료는 우크라이나 전쟁보다는 이란과의 갈등이 전 세계 경유 수출량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러시아산 경유 수출량은 하루 약 67만 배럴 감소한 반면, 중동 지역의 수출량은 약 81만 배럴 감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분석가들은 두 전쟁의 여파 모두 상당하다고 말한다.
스코틀랜드 소재 로버트 고든 대학교 '에너지 전환 연구소'의 폴 드 루 소장은 BBC Verify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미-이란 갈등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줬으나,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러시아 정유소들이 가동을 멈추며 이러한 압박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모디티 컨텍스트'의 석유 전문가인 로리 존슨 또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전쟁의 고통을 러시아 본토로 가져오고, 세계 2위의 경유 수출국을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있다"며 이에 동의했다.
추가 보도: 니콜라스 배럿, 조슈아 치텀
그래픽: 에르완 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