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에너지 휴전' 주장에 젤렌스키는 환영, 러시아는 침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부문에 대한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이러한 조치를 지지하겠다고 밝혔으나, 러시아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가 "즉시 발효된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식에 처음에는 놀라움을 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후 러시아가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들도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국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를 공급하기로 한 최근 합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석유 인프라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해왔다. 우크라이나 측은 석유 시설 공격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차단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산 경유 수입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해당 합의는 점점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비판했으며, 유럽 관료 및 여당인 공화당 소속을 포함한 일부 미국 정치인들 또한 해당 거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경유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유가를 낮추기 위해 최근 내놓은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특히 경유를 중심으로 전 세계 유가가 치솟으며 수개월간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치솟는 유가 및 그에 따른 연쇄적인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여론도 악화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뉴스 사이트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에너지 휴전 발효는 자신에게도 "새로운 소식"고 밝혔다. 앞서 그는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화에 대한 세부 사항을 명확하게 알고자"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 또한 준비되어 있으리라, 이번 사안에 대해 미 대통령에 동의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BBC는 백악관에 추가적인 세부 사항을 요청했다.
한편 앤디 번넘 영국 총리는 영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제안한, 오늘부터 발효되는 지속적인 에너지 휴전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캐나다, EU 역시 지지를 표명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드론을 이용해 키이우의 한 발전소를 공격해 정전이 발생했으며, 이어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의 에너지 시설 또한 공격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일은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직후에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에너지 인프라를 노린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이 공격한 시설들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작전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겨냥한 자국의 공격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 능력 약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공격으로 양측 모두의 에너지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다.
11일 초, 웨스 스트리팅 영국 국방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러시아산 경유 수입 금지 조치를 일시 해제하는 이번 합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카야 칼라스 EU 외교정책 담당 최고대표 또한 앞선 10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비난에 동조했다.
이 합의에 대해 미국의 양당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3명, 공화당 소속 4명 등 상원의원 총 7명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합의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법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의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중단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을 멈출 때까지 미국은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7명 중 한 명인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합의는 "분명히"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경유 공급 합의를 비판한 데 이어 러시아 정유소에 대한 공격을 계속 승인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 세계에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대통령이 필요한 때"라고도 언급했다.
비록 우크라이나 헌법상 전시 기간에는 선거를 실시하지 않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60일간의 전면 휴전에 동의한다면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선거 실시를 요구했을 때는 현재 전투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거나 러시아가 점령 중인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를 실시하기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고자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해왔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번 전쟁은 4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은 공습과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당국은 11일 우크라이나의 도시 2곳이 공격당해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벨고로드주에서 1명이 사망했으며,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주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또 다른 남성 1명이 사망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