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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두 번째 새 대표 선출하는 일본 집권당

2025.10.04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Getty Images

집권당의 새 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 조만간 최초의 여성 총리나 최연소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 자민당은 지난 달 사임의 뜻을 밝힌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이을 후임을 탐색 중이다. 이시바 정부는 국회 상하원에서 과반을 잃은 뒤 물러났다.

누가 선출되든, 그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부패 스캔들로 인해 유권자 신뢰를 잃은 당을 다시 세워야 한다.

또 긴장이 고조된 미일 관계를 관리하고, 이시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관세 협정을 이행해야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말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무역과 안보에서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어 왔지만, 이번 관세 협정의 세부 이행 방안을 두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선출될 새 지도자는 국내의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극우 세력으로의 쏠림을 막는 과제까지 짊어져야 한다.

게다가 이번에 선출되는 자가 자동으로 총리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자민당은 더 이상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4일 투표는 자민당의 국회의원 295명과 당원들의 투표로 진행된다.

만약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결선 투표가 곧바로 이어진다.

유력 후보들은 누구

고이즈미 신지로, 하야시 요시마사, 다카이치 사나에
BBC Composite / Getty Images
고이즈미 신지로, 하야시 요시마사, 다카이치 사나에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현재 거론되는 3명의 주요 후보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그리고 자민당 베테랑 다카이치 사나에다.

만약 다카이치가 당선된다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64세 다카이치는 영국의 첫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를 오랫동안 존경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최측근이자 후계자로 알려져 있으며, 보수 강경파로서 동성 결혼에 반대하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 왔다.

또 그는 여성 정책에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선거 운동에서는 보육비 일부 세액 공제, 기업 내 보육시설 설치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여성·가족 친화 정책을 내세우며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향후 10년간 신기술·인프라·식량 생산 등 경제 안보 분야에 대한 대규모 국가 투자를 통해 일본 경제 규모를 두 배로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투자하는 대신 자동차 및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약속했지만, 협정이 불공정하다면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44세의 고이즈미 신지로는 2001년에서 2006년까지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이다.

고령 정치인이 많은 자민당에서 '젊은 얼굴'로 주목받으며, 언론 친화적이고 SNS에서도 인기가 높다. 특히 고양이 사진을 자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을 낮추는 성과를 내고, 이에 대해 자민당 원로들에게도 리더십을 인정받으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그 역시 다른 후보들과 같이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해 세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세 번째 유력 후보는 64세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다. 그는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그를 "화려하진 않지만 경험과 검증된 실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야시 지지층 상당수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이끌던 계파 출신이며, 2024년 이시바 총재 선거를 지지했던 의원들도 그의 편에 서 있다.

그 외에도 모테기 도시미쓰 전 외무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등의 이름도 유력 후보자로 거론된다.

위기에 빠진 집권당

이번 대표 경선은 자민당의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스캔들과 유권자들의 무관심,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다.

2024년 이시바 총리는 새 정부가 국민 심판을 빨리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10월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이 도박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

부패 스캔들에 여전히 분노한 유권자들과 생활비 위기로 고통받는 국민들은 자민당에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안겼다.

1955년 이후 거의 계속 일본을 지배해 온 자민당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국회 과반을 상실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상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잃었다.

이시바 총리는 처음엔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자민당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9월 초 내부 지도부 선거에서 사실상 축출이 확실시되자 결국 물러나겠다고 발표했고, 10월 4일 대표 선거를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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