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에베레스트서 등산객 수백 명 고립…구조 작업 진행 중

2025.10.07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거센 눈보라로 인해 중국 티베트 자치구에 속한 에베레스트 동쪽 경사면 인근에서 등산객 수백 명이 캠프장에 발이 묶이면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해발 4900m가 넘는 이 지역에 접근하고자 현지 주민 수백 명과 구조대가 제설 작업에 동원되었다.

현지 매체를 인용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중 약 350명은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근처 소도시인 쿠당으로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한다. 구조대는 아직 산에 남아 있는 등산객 200명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에베레스트산의 동쪽 경사면은 등반가들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지난 3일부터는 폭설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야외스포츠 애호가인 첸 거샹(29)은 5일 후 초오유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계획으로 지난 4일 쿠당에서 출발했다. 히말라야 봉우리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등산로이다.

첸이 일기예보를 확인했을 때만 해도 4일에는 눈이 내릴 예정이었으나, 다음날엔 맑아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총 10여 명으로 구성된 일행은 계획대로 길을 나섰다.

그러나 가혹한 눈보라가 치며 이들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눈이 이미 약 1m 깊이로 쌓여 있었다"면서, 이에 일행은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모두 경험 많은 등산객"이라는 첸은 "하지만 이 눈보라는 정말 대응하기 어려웠다. 빠져나올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첸은 티베트 자치구 라싸 시로 돌아가는 중이다.

첸은 "국경절 황금연휴를 맞아 수많은 등산객이 이곳을 찾지만, 올해 강설량은 정말 전례 없다"고 토로하며, 동행한 안내인 또한 에베레스트 동쪽 경사면에서 이런 날씨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은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으로, 국내 관광 성수기로 손꼽힌다.

카르마 협곡 쪽 등산로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비교적 덜 알려진 등산길이지만, 이곳에서도 세계 최고봉의 전경도 감상할 수 있다.

눈덮인 에베레스트 산
Getty Images
이번 눈보라는 중국 국내 관광 성수기인 국경절 황금연휴에 발생했다

중국 남부 선전에 사는 한 여성은 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눈보라에 갇혔던 남편이 조금씩 하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낙 눈이 많이 쌓여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여성은 "(전문) 구조대원들에게도 쉽지 않다. 길을 내고자 눈부터 치워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남편과 일행이 (구조대를) 무사히 만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남편은 혹시라도 눈 속에 파묻힐까 봐 텐트에서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등산객인 에릭 웬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행 중 3명은 충분히 복장을 갖추었음에도 저체온증 증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첸 또한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10분마다 눈을 치워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렇지 않다면 텐트가 무너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이 지역은 극심한 기상 이변을 겪고 있다. 인접국 네팔에서는 폭우로 산사태와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해 지난 이틀간 교량이 유실되고 최소 47명이 숨졌다.

중국에서는 태풍 마트모가 동부 해안에 상륙하여 약 15만 명이 대피해야만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는 높이가 8849m에 달한다. 매년 수많은 이들이 정상 등정을 시도하나, 매우 위험한 도전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간은 등산객 과잉, 환경 파괴 문제, 연이은 사망 사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