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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 마지막 10분 만에 무너진 이유

2025.03.0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대화를 마치고 희토류 광물에 관한 협정 서명을 통해 미국이 자국의 미래에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28일 미국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로부터 미국의 수년간 지원에 대해 더 많은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으며 전 세계 언론 앞에서 심한 질책을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휴전 합의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제안에 반발하자 '무례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예정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도 전에 조기에 백악관을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번 주 양측이 준비했던 광물 협정은 서명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차량이 떠나기 직전 소셜 미디어에 "평화를 위해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오라"고 적었다.

1) 젤렌스키와 밴스 간의 긴장 고조

처음에는 반시간 동안 친절한 대화와 형식적인 절차가 있었지만, JD 밴스가 "평화와 번영의 길은 아마도 외교를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JD, 당신이 말하는 외교가 무엇입니까? 그게 무슨 뜻인가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공격성을 언급하며, 3년 전 전면 침공에 앞서 있었던 실패한 2019년 휴전을 포함해 말을 이어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언급하며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화는 눈에 띄게 긴장감이 돌았고, 밴스는 "당신의 나라의 파괴를 종식시킬 그런 종류의 외교"라고 답했다.

그 후 JD 밴스는 젤렌스키가 미국 언론 앞에서 상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무례하다고 비난했다.

밴스는 푸틴과의 소통을 개시하고 신속한 휴전을 촉구하는 트럼프의 전쟁 종식 전략을 방어하며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지도자와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2) '우리가 무엇을 느낄지 말하지 말라'

밴스가 젤렌스키를 군사 문제와 징병제로 도발하자, 젤렌스키는 "전쟁 중에는 모두가 문제를 겪는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은 아름다운 바다를 가지고 있어서 당장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느끼게 될 것이다"고 응수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를 자극해 이전까지 젤렌스키와 부통령 간에 제한됐던 충돌에 트럼프를 끌어들였다.

젤렌스키는 나아가 트럼프가 전쟁의 공격자와 거래할 때의 도덕적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가 러시아와 대화를 열고 신속한 휴전을 추구하려 함으로써 푸틴을 고무시키고 유럽을 약화시키며 우크라이나를 취약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계산 오류를 꼬집었다.

트럼프는 전쟁을 두 집단 간의 이분법적 충돌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양측 모두 싸움과 그 원인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이러한 사고방식의 재앙적인 결과를 경고하려 했다. 그는 직접 트럼프에게 "러시아를 달래면 전쟁이 당신에게도 닥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큰 반발을 보였다. "우리가 무엇을 느낄지 말하지 마라.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고 그는 소리쳤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지금 유리한 카드가 없다"며 "수백만 명의 생명을 도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면은 젤렌스키가 트럼프에게 맞서길 원했던 이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유럽의 전쟁과 평화의 시대를 결정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3)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트럼프의 반박

대화 후반부에 젤렌스키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우리는 혼자였고,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전쟁이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낭비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트럼프를 화나게 했다.

트럼프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어리석은 대통령을 통해 당신들에게 3500억 달러(약 511조 6300억 원)를 줬다"고 바이든을 언급하며 말했다.

밴스는 젤렌스키가 회의 중에 미국에 감사를 표했는지 물었고, 그가 작년 미국 선거 동안 '반대편', 즉 민주당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 발언은 젤렌스키가 11월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조 바이든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탄약 공장을 방문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공화당원들은 이 방문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젤렌스키가 격전지에서 카말라 해리스를 위한 당파적인 캠페인 행사로 방문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 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가 글로벌 보안의 미래를 위한 결정적인 순간에 쏟아져 들어오는 쓰라린 분열이었다.

"제발, 전쟁에 대해 큰 소리로 말할 거라면..." 젤렌스키가 말을 시작했지만, 트럼프가 말를 자르며 "그는 크게 말하고 있지 않다"고 짜증을 내며 반박했다.

트럼프는 "당신의 나라는 큰 문제에 처해 있다"며 "당신은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 덕분에 상황이 괜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4) 젤렌스키의 저항 - 그 대가는?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고 트럼프가 말했다. 그리고 "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거래가 성사되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밴스는 젤렌스키를 질책했으며, 그의 '태도'에 가장 화를 냈다.

밴스는 젤렌스키에게 "그냥 감사하다고 말해라"고 요구했다.

젤렌스키는 3년 동안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방어하는 동시에 푸틴이 분열시키려 했던 사회와 정치적 리더십을 하나로 묶으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메인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또 다른 광경이 있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가 언쟁이 격화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이는 젤렌스키의 외교적 위치와 적어도 지금까지는 러시아를 격퇴하려는 그의 초강대국 후원자와의 관계를 요약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번 정상회담처럼 트럼프에 맞서는 것은 궁극적으로 푸틴에게 패배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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