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공포 영화 같습니다' … 전 세계로 퍼질 수도 있는 '뇌 먹는 아메바'
즐겁고 화기애애한 가족 휴가일 줄 알았던 코스타리카 여행에서 돌아온 지 불과 며칠 만에, 스티브 스멜스키는 중환자실에서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아들 조던은 이른바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의한 뇌 감염으로 1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주로 따뜻한 호수, 온천, 방치된 수영장 등에서 발견되는 이 아메바는 사람이 물에 뛰어들 때 콧구멍을 통해 체내로 침투한 뒤, 빠르게 뇌 조직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스티브(67)는 BBC 월드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던은 단 하루, 단 한 번 수영했을 뿐인데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 사례 약 200건이 확인됐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발병이다. 이에 더해 최근 몇 달간 인도에서는 계속해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감염 사례는 500건 미만이었다.
이 같은 유행으로 전문가들은 이 아메바가 과거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던 지역에서도 검출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영국 켄트 대학교의 분자 기생충학자인 아나스타시오스 차우시스 박사는 "앞으로 더 많은 감염 사례가 보고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신을 앗아갑니다'
미국 플로리다 출신인 스티브는 코스타리카에 있는 호텔 근처의 천연 온천에서 아들과 함께 몇 시간 동안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놀았다. 그런데 아들 조던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 통증은 더 심해졌고, 구토도 하기 시작했다.
스티브와 아내는 그를 지역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그곳에서 조던은 천장을 기어다니는 벌레들이 보인다며 환각을 보기 시작했다.
스티브는 "아들은 우리를 쳐다보았으나, 우리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며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도 몰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의사들이 원인을 파악하고자 바쁘게 움직였으나, 조던은 발작을 일으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결국 숨을 거두었다.
스티브는 "수영을 한 지 7일 반 만에 세상을 떠났다"며 "그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완벽하게 건강한 소년이었다"고 했다.
조던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뇌를 감염시켜 발생하는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으로 사망했다.
다른 많은 PAM 환자와 마찬가지로, 조던 또한 감염 초기 증상이 너무 비슷했기에 뇌척수막염으로 오진 받았다.
이후 의사들이 PAM을 지목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감염으로 인해 뇌에 심한 부종이 발생했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으로 이어졌다.
스티브는 "이 감염은 환자의 정신을, 생각을 앗아간다. 이 사람의 존재 자체를 앗아간다"고 표현했다.
아메바 감염 사례가 새 지역에서 보고되는 이유는?
'감염 및 공중보건 저널'에 게재된 2025년 논문에 따르면, 1962~2023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 사례는 488건이며, 이 중 대부분은 미국 남부 주, 파키스탄, 호주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이탈리아, 벨기에 등 북반구 국가에서의 감염 사례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5년 동안 미네소타주를 비롯해 기온이 낮은 미국 북부 주에서도 새로운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지난해에는 슬로바키아에서 최초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또한 일반적으로 호수, 강 등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른 환경에서도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대만에서는 한 남성이 실내 서핑 시설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노출되며 사망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한 유아가 오염된 물놀이 시설에서 아메바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호수와 연못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또한 한때 번성하기는 너무 추웠던 곳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차우시스 박사는 "수온이 올라갈수록 (이 아메바의) 활동성도 더 커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레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공포에 휩싸일 필요는 없지만, 감염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기에 "경계"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메바 탐지 기술이 발전하며, 보고되는 감염 사례가 늘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예전부터 많은 수가 존재했지만, 검사 방법이 발달하며 이제 많이 발견되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동이 더 위험한 이유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동은 성인보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높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의 수문학자인 이안 라이트 교수는 "이 질환에 걸리는 대표적인 연령이 12세 전후다. 아이들은 따뜻한 물에서 물장구를 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너무나도 잔인한 질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 과학자들은 어린 아이들의 경우 코와 뇌 사이의 장벽을 아메바가 더 쉽게 뚫을 수 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한다.
라이트 교수는 "마치 악몽이나 공포 영화, 혹은 스티븐 킹의 소설 같다"고 표현했다.
"감염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걸리면 아마도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감염 및 공중보건 저널'의 2025년 논문에 따르면, 1962~2023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 사례 488건 가운데 약 97%가 사망했다.
초기 단계에서 발견될 경우, 뇌 부종을 완화하는 치료와 함께 복합 약물 요법을 시행하나, 생존율은 여전히 극히 낮다.
하지만 최근 인도 남부의 인기 관광지인 케랄라에서 보고된 발병 사례는 이 질병의 치명성에 대한 기존 인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커뮤니케이션스 메디신'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감염이 확인된 200명 중 절반 이상이 생존했는데, 이는 기존에 약 3%로 알려진 생존율을 크게 웃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해당 아메바에 의한 감염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국제 연구팀은 조기 진단, 의료진의 인식 제고, 보다 일관된 치료 프로토콜 등이 치료 결과 개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안전을 지키는 방법
물놀이 외에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코 세척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인체에 침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감기, 부비동염 또는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고자 긴 병을 이용해 비강을 씻어낸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별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없던 71세 여성이 캠핑카의 수돗물을 세척기에 채워 사용한 지 2주 만에 숨졌다.
아울러 이슬람교를 비롯한 일부 종교에서는 관습 및 의식을 위해 비강을 씻어내기도 한다. 인도에서 유래한 전인적 의학 체계인 아유르베다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감염 가능성 자체도 이미 매우 낮지만, 이를 더 낮출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오염된 수돗물이 감염으로 이어지는 몇몇 희귀한 사례를 언급하며, 코 세척 시 멸균수, 증류수 또는 미리 끓여서 식힌 물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아울러 따뜻한 담수에서 수영할 때는 머리를 수면 위로 유지해 물이 코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면 좋다. 이를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다이빙할 때는 코를 막거나 코 클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라이트 교수는 "의심스럽다면, 그냥 머리를 물속에 넣지 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