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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마시는 건강음료, 치아에 영구적 손상 입힐 수도

1일 전
과일이 들어간 건강 음료들도 치아 부식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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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이 들어간 건강 음료들도 치아 부식을 일으킬 수 있다

과일을 넣은 물이나 오렌지 주스 한 잔은 탄산음료의 건강한 대안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과일차를 포함한 이 같은 음료들이 치아에 영구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입증했다.

다만,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년 이상의 연구 경력을 가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연구진은 음료를 마시는 시간대와 방식이 치아 부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자는 이들의 실험에 직접 참여해 치아를 살펴보기로 했다.

충치와 부식

어릴 적 우리는 항상 충치를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사탕이나 초콜릿이 치아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미소를 망칠 수 있다고 들었다.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치아에 자연스럽게 세균이 형성되고, 이 세균이 입안에 남은 당을 섭취하면서 치아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구멍이 크지 않다면 대부분은 충전재를 넣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치아 부식은 다르게 작용한다. 음식이나 음료에 들어 있는 산성 성분은 치아 바깥층인 법랑질을 공격해 서서히 벗겨내고 그 아래 상아질까지 함께 손상시킨다.

법랑질은 치아 안쪽의 연한 층을 보호하는데, 산과 당이 반복적으로 닿으면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다. 한 번 부식된 부분은 되돌릴 수 없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은 치아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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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인 치과 검진은 치아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킹스칼리지런던 치아부식 연구팀의 치과의사 폴리비오스 카랄람부스 박사는 "치아 부식은 산성 성분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과 음료를 지나치게 섭취할 때 법랑질이 과도하게 노출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랑질 손상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아에 착색이나 금이 생기고, 가장자리가 깨지거나 울퉁불퉁해질 수 있다.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에 민감해지고, 치아가 반투명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아 손상 보호 방법

카랄람부스 박사는 내가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동안 입안의 산성도를 측정하기 위해 pH 측정기를 사용했다.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입안에서 돌리고, 머금는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실험을 했다.

치아를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입안의 pH가 중성에 가까운 7 정도로 유지돼야 한다.

  •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 pH가 4.7로 떨어졌고, 다시 중성으로 돌아가는 데 18초가 걸렸다.
  • 주스를 입안에 10초간 머금었을 경우 산성도가 더 높아졌고, 중성으로 돌아가는 데 5배 긴 시간이 걸렸다.
  • 주스를 입안에서 돌리면 pH가 3으로 떨어졌으며, 중성으로 돌아가는 데 30배 이상 긴 시간이 걸렸다.
산성 음료를 마시면 치아 손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BBC
산성 음료를 마시면 치아 손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실험을 통해 산성 음료를 입에 머금거나 입안에서 돌릴 경우, 치아 손상이 심해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음료가 치아 표면에 더 오랜 시간 또는 더 강한 힘으로 닿기 때문이다.

카랄람부스 박사는 "치아를 보호하려면 산성 음료를 오래 머금지 말아야 한다. 빨대를 이용해 치아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도 좋다"며 "연구에 따르면, 빨대를 사용할 경우 탄산음료로 인한 치아 부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KCL 연구팀은 끼니 사이에 산성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하는 습관이 치아 부식 위험을 가장 높인다고 밝혔다.

끼니 사이에 산성 음료(청량음료, 레몬 넣은 물, 뜨거운 과일차 등)를 하루 두 번 이상 마신 사람은 중등도 이상의 치아 부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11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식사와 함께 마시면 이 수치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식사 중에 마시거나 마시는 타이밍을 식사 직전 또는 직후로 적절히 조절하면 치아를 훨씬 잘 보호할 수 있다.

가장 부식성이 강한 음료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렌지 주스, 콜라, 아이란, 과일차에 에나멜 샘플을 담가 치아 부식에 대한 네 가지 다른 음료를 비교했다
BBC
전문가들은 오렌지 주스, 콜라, 아이란, 과일차에 에나멜 샘플을 담가 치아 부식에 대한 네 가지 다른 음료를 비교했다

KCL 연구팀은 오렌지 주스, 콜라, 아이란(탄산 없는 요거트 음료), 과일차 등 네 가지 음료가 치아 부식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법랑질 샘플을 음료에 1시간 담갔을 때, 해당 음료를 이틀 동안 하루 3잔 마신 것과 같은 수준의 손상이 관찰됐다. 현미경으로 보면, 샘플에 부식이 일어난 부분이 어두운 선으로 나타났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탄산음료가 가장 심한 손상을 일으켰고, 그다음은 오렌지 주스, 레드베리 차, 마지막으로 아이란(요거트와 물) 순이었다. 아이란이 치아에 가장 순한 음료였다. 아이란은 인도·파키스탄·레바논·시리아·튀르키예·이란·아르메니아 등 여러 국가에서 즐겨 마시는 전통 음료다.

치아를 가장 부식시키는 음식은?

산성 음식과 음료는 모두 치아 부식을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 과일에는 일정 수준의 산이 들어 있지만, 감귤류는 바나나나 살구보다 산성이 강하다. 산성도가 높은 음식과 음료 예시는 다음과 같다.

  • 고추류
  • 토마토와 케첩
  • 김치
  • 사워크라우트
  • 식초 및 피클류 (특히 사과식초)
  • 과일 농축 음료
  • 과일 향 물(예: 레몬 조각을 넣은 물)
  • 가향 차(베리차·로즈힙·생강레몬차 등)
  • 대부분의 술
  • 탄산음료(무설탕 탄산음료도 가당 음료와 부식 효과는 비슷하다)

문제는, 이러한 음식·음료 중 상당수가 전반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치아 부식을 피하면서도 현명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 식사 마지막에 치즈·요구르트·우유처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함께 먹으면 입안의 산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무설탕 껌을 씹어 침 분비를 늘리면 치아를 보호할 수 있다.
  • 과일차 대신 치아 부식 위험이 낮은 홍차로 바꾼다.
  • 감귤류 과일 대신 오이·민트·로즈마리를 넣은 물을 마신다.

치아 부식은 얼마나 흔할까?

치과의사들은 치아 부식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문제이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킹스칼리지런던 치과대학 보철과장 데이비드 바틀렛 박사가 주도한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유럽 18~35세 성인 중 약 30%가 중등도 이상의 치아 마모를 경험했다.

보다 최근에 아랍권 6개국에서 같은 연령층 29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횡단면 연구에서는 치아 마모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국가별로 큰 차이도 확인됐다. 오만(60.7%)이 가장 높았고, 사우디아라비아(57.1%), 아랍에미리트(49.3%), 이집트(32.9%), 쿠웨이트(31.5%), 요르단(16.5%) 순이었다.

치아 부식은 어느 정도까지 정상일까?

카랄람부스 박사는 "치아 부식은 어느 정도는 평생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 의학적 요인(위산 역류 등)으로 인해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는 평가 지침을 사용해 치아 손상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부식이 특히 걱정되는 이유는 법랑질이 한 번 부식되면 다시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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