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종전 위해 미국과 '진실된 협력' 준비 완료

3시간 전

미국으로부터 러시아와의 종전을 위한 평화 계획 초안을 전달 받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신은 미국과 "진실된 협력"에 나설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다.

여러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지키고 있는 동부 돈바스 내 일부 지역을 포기해야 하며, 군대 규모도 줄여야 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절대 가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초안 작성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양측과 공평히"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실은 별도의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을 공정하게 끝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번 계획안의 조항들을 추진해나가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을 받게 될 예정이나,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미국의 악시오스에 공개된 초안에는 이와 관련한 추가 세부사항이 없다.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앞으로 60만 명 규모로 제한되나, 유럽 전투기가 폴란드에 배치될 예정이다.

또한 국제 사회의 대러 제재가 해제되고, 러시아가 G8에 재가입함으로써 러시아는 "세계 경제에 다시 통합될" 예정이다.

만약 이대로 확정된다면 러시아에 유리할 듯한 내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후 며칠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 제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당 제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다수의 무기를 포기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리빗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중대한 양보를 요구하는 계획이라는 지적을 일축하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계획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리빗 대변인에 따르면 미국 측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약 한달 간 은밀히 이 계획안을 준비했으며, 양측과 접촉하여 "양국이 지속적이고 탄탄한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했다.

리빗 대변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게 좋은 계획"이라고 덧붙였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를 해내고자 우리는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는 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획안은 "(미국이) 젤렌스키 행정부의 최고위급 인사 중 하나인 루스템 우메로프 전 국방장관과 논의한 직후 작성되었다"면서 "우메로프는 이 계획안 내용 대부분에 동의하였으며, 약간의 수정 작업을 거친 뒤 이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귀띔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Getty Images
젤렌스키 대통령실은 미국은 이번 초안이 "외교적 노력 재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를 통해 "미국 측이 종전을 위한 자신들의 구상, 즉 요점을 제시했다"면서 "나는 우리 측 핵심 원칙을 설명했다. 우리는 이 모든 내용이 진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당 요점들을 조율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명은 지난 20일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 크리스 도너휴 유럽주둔미군 최고사령관 등 미국 고위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키이우에서 회의가 열린 직후 발표되었다.

이번 초안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 반응이 미온적이긴 하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에 안보를 회복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팀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는 미 행정부가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밤 연설 자리에서 자국에 필요한 것은 "가치 있는 평화"라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존엄성"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이 이번 초안 작성에 참여했는지 묻는 문에 "내가 아는 한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계획이든 성공하려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 28개 항목으로 알려진 이번 계획에 대해 러시아 측은 그 중요성을 축소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나, "'협의'라 부를 만한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 협정이라면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러시아 측이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 사항을 요약하여 사용하는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항복과 다름없는 조건이다.

한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반드시 우크라이나인들이 결정해야 하며, 우리 모두가 바라는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떠받치는 이 원칙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2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자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거나, 여러 차례 위트코프 특사를 모스크바에 보내거나, 젤렌스키 대통령 및 서방 지도자들과 여러 차례 대화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거의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양측은 종전 방안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을 이용하여 러시아 군사 인프라와 에너지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데 능숙해지긴 했으나,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목표물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지난 20일, 자포리자 지사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도시에서 최소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번 주 초에는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는 최소 26명이 숨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의를 표한 가운데, 현재까지 17명이 실종 상태라고 한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