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가스 누출이 인근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학계에선 메탄 누출을 탐지 기술을 통해, 화석연료 가스 누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가고 있다.
미국의 지리적 끝자락, 텍사스와 뉴멕시코의 경계에는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가 있다. 약 10억 년 전에 형성된 고대 유기물 퇴적층인 이곳에는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막 한 복판에 생겨난 일자리이자 경제적 기회가 지역사회에 더 큰 대가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스물두 살의 풀뿌리 사회운동가인 조제 도밍게즈 주니가는 현재 뉴멕시코 에디 카운티에 살고 있다. 그의 집 뒤편으로는 6개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난다. 도로에서 "약 2마일" 떨어진 곳에 시추 시설이 있고, 초등학교와 보건소, 노인 센터 인근에서도 석유 굴착 장비가 돌아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해질 무렵이면 유정에서 가스를 태우는 플레어링이 흡사 지평선에 늘어선 “거대한 불기둥”처럼 보인다고 했다.
화석연료 생산 시설 인근에 사는 주니가에겐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이런 환경이 나와 지역사회를 병들게 하지는 않을까?’
주니가는 “아이를 안 낳고 싶다”고 했다. 아이를 낳으면, 이러한 환경이 아이의 건강으르 해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파이프라인이나 석유 굴착 시설 근처에 사는 개인을 통해 환경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여러 연구들이 석유 및 가스 생산 시설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중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진은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배출되는 배기 가스 및 플레어링이 오염 물질을 배출해 매년 710명의 조기 사망과 7만3000여 아동의 천식 악화를 유발한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그로 인한 손실을 74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는 생산과 운송, 저장 등 석유 및 가스의 수명 주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오염의 영향을 다뤘다. 그리고 이러한 오염으로 인해 총 7500명의 초과 사망(일정 기간에 예상되는 평균치인 ‘기대 사망’을 초과한 사망)과 연간 770억 달러 상당의 보건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주니가는 배출된 대기 오염 물질 식별 방법을 찾는 게 현재 이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라고 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혹시 주변 인프라에서 가스가 누출됐다는 뉴스가 나오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뒷마당에 모니터링 장치를 자체적으로 설치해 대기 질을 감시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새로운 기술이 주니가처럼 가스 누출을 우려하는 이들을 돕고 있다. 실외 가스 누출을 추적해 지도처럼 그려냄으로써, 유해한 배출에 노출될 수 있는 위치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매핑 기술이다.
건강에 대한 위협
천연가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화학물질 중에는 메탄의 비중이 가장 크다. 구성 성분의 약 70~90%다. 메탄은 그 자체로는 건강에 직접 해를 주지는 않다. 하지만 유해한 대기 오염 물질인 ‘대류권 오존’을 만들어 낸다.
메탄 누출은 비교적 쉽게 탐지된다. 그래서 가스 산업에서 발생하는 독성 가스 배출을 추적하는 이들이 메탄에 주목하고 있다.
메탄 누출을 측정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메탄이 CO2에 이은 기후 위기 주범이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 부문에서 메탄을 감축하면, 2050년까지 오존 노출로 인한 전 세계 100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메탄은 가전제품과 폐우물, 천연가스 시설 폭발이나 장비 오작동으로 인한 대규모 누출 등 다양한 경로로 누출된다. 메탄이 누출될 때는 여러 유독성 오염 물질도 함께 나온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탄화수소 벤젠 등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과 폐암, 조산, 당뇨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이산화질소 등이다.
사람들은 석유 및 가스의 생산과 소비를 아우르는 전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유해 물질에 노출된다. 예컨대 미국에서 약 5천만 가구가 사용한다는 가스 스토브는 실내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의 농도를 높일 수 있다. 자동차와 발전소, 난방용 연료의 연소도 실외 오염을 초래한다. 실제로 시카고와 뉴욕과 같은 대도시를 보면, 차량 통행이 특히 많은 지역에서 유해한 질소산화물과 미세 입자 물질의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석유 및 가스는 ‘업스트림 부문(탐사나 개발을 말함)’에서도 인간에게 유해한 화학물질이 배출된다. 텍사스 포트워스의 오염을 연구한 오하이오 신시내티 대학의 기후 과학자 에이미 타운센드-스몰은 “유정의 가스에서 비메탄 탄화수소 농도가 가장 높고, 배출량도 가장 많다”고 말했다.
세스 숀코프 PSE 헬시 에너지 이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스 공급 시스템과 가정용 가스 장비를 통해 가스에 노출되지만, 어떤 지역에선 사람들이 가스가 누출되는 모든 시설을 곁에 두고 살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LA와 텍사스, 다른 석유 및 가스 생산 지역 등에선 “사람들의 주거지가 석유 및 가스 공급망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메탄 매핑
숀코프는 천연가스에 있는 화합물 중 그나마 메탄이 가장 감지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리고 메탄의 누출 지점과 이동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면, 아마도 다른 화학 물질도 포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메탄 모니터링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니 밀러 글로벌 클라이밋 앤드 헬스 얼라이언스 이사는 “우리는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메탄이 누출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에는 새로운 기술이 메탄 매핑에 활용되고 있다.
우선 지상에서는 FLIR 광학 가스 이미징 카메라가 적외선으로 육안으로는 안 보이는 메탄의 누출을 찾는다. 대기 상공에서는 위성 탐지 기술이 메탄 누출을 보다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환경보호기금은 ‘메탄샛’ 위성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 위성이 화석 연료 산업에서 배출되는 메탄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기여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밀러는 이 발전된 탐지 기술로 누출을 포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설을 수리하고 교체하는 등 보다 개선된 관리 방법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숀코프의 팀은 현재 전 세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대상으로, 가스 샘플을 수집하고 독성을 측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에는 메탄 위험 지도를 발표할 계획이다.
숀코프는 이 자료는 천연가스의 지역별 구성 성분을 파악하게 해주고, 이를 통해 유독성 물질 누출이나 이에 대한 사람들의 노출을 추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숀코프는 "(이런 자료와 기술을 바탕으로) 텍사스의 페미안 분지, LA 시내, 런던 등에서 메탄 누출이 관측되면, 누출된 가스가 대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 형식으로 표시되는 대기질 모델은 각 가스 덩어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메탄과 벤젠의 농도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노출로 인해 위기에 처했는지도 알려줄 것이다.
숀코프는 "천연가스가 누출되면 단일 기관에서 규제하는 단일 오염물질만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메탄은 주로 기후 변화 관점에서만 다뤄져 왔다. "하지만 새로운 매탄 매핑은 대기질과 관련된 기관들은 물론 규제 당국에게 ‘이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일깨워줄 겁니다. 그리고 가스 누출로 인해 건강에 해로운 공기를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요.”
감축 경쟁
밀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천연가스로 인한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100%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단체들은 거주시설에 인접한 화석연료 시설을 철거하고, 생산에서 발생하는 메탄 누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산업이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밀러는 이러한 수준의 전환은 비용이 낮거나 전혀 들지 않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책을 보면, 2023년 미국 정부는 천연가스 생산과 유통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한 새 규정을 발표했다. 노르웨이는 가스 플레어링을 규제하고 있고, 나이지리아도 최근 플레어링 및 메탄 누출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다.
다시 뉴멕시코에 사는 주니가로 돌아가 보자. 그는 건강에 대한 우려로 마을을 떠나고 싶지만, 가족때문에 이곳에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황이 달라지리라는 기대도 없다고 했다.
다만 국제 사회가 화석 연료 생산과 사용(및 기타 부문)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나서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수준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하는 ‘2021 글로벌 메탄 서약’에 지금까지 155개국이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