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뭐길래… 내년봄 조기대선 열리나
한국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조기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대선 시기를 놓고 여야의 수 싸움이 치열한 양상이다.
여당은 대체적으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주장하며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대통령 탄핵과 형사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대선 시기를 놓고는 여야 모두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은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으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며 퇴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통령이 즉각적인 사임이나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피하고, 일정한 절차와 시간을 두고 퇴진 시점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여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이 방식을 통해 퇴진 시기를 미루고 준비된 대선을 치르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각 퇴진은 대통령이 즉시 사임하거나 탄핵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야당은 대통령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조속한 탄핵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14일 임시회를 열어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1차 표결 때와는 달리 여당의 이탈표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태여서 표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기 대선은 언제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여부와는 별도로, 여야 모두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다만 퇴진 시기를 언제로 정할지, 또 대선을 언제 열지를 놓고는 여야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퇴진할 경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은 '2월 퇴진 후 4월 대선' 또는 '3월 퇴진 후 5월 대선' 등 두 개의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태스크포스(TF)는 10일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TF는 내년 상반기 대통령 선거 실시를 담은 윤 대통령 퇴진 및 정국 수습 로드맵 초안을 마련해 한동훈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내부에서도 14일 2차 탄핵안 표결 전까지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태여서 로드맵 확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늦어도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 전인 14일 본회의 이전에 로드맵을 완성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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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이재명에 내줄 순 없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활용해 대선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게 되기 때문에, 대선 시기를 최대한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탄핵보다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통해 보수층의 결속을 강화하고, 정국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태다.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불출마를 조건으로 조기 퇴진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더라도 '범죄 혐의 피의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6선 중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BBC와 인터뷰에서 "지금 다수 의원의 고민 중에 하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라며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았고, 이제 2심, 3심이 남았는데, 일단 유죄 받은 분이, 더군다나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받은 분이 과연 대선에 나오는 게 사회 정의에 맞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현재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야당 '이참에 정권교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나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통한 직무 정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적어도 연내에는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총리 등 일부 국무위원들을 내란죄 공범으로 규정한 뒤,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과 함께 탄핵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심판했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당은 야당이 대통령의 즉각 사퇴와 탄핵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기 전에 대선을 치러 정권 교체를 실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검토 중인 대통령 퇴진 로드맵에 야당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는 여당에서 2월 또는 3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는 안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중대 범죄자를 그때까지 그 지위에 놔두겠다는 것"이라며 "과연 국민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 탄핵과 조기 퇴진을 둘러싸고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면서 정국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14일 탄핵안에 대한 가부결 여부에 따라 정국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