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당해 죽은 10대 소녀' 사라 샤리프 살인 사건 재판을 뒤집어놓은 아버지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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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소녀 사라 샤리프 살인 재판이 시작된 지 4주째 되던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아침, 런던 중앙형사재판소에 모인 배심원들은 입이 떡 벌어지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증거 제출 7일째이던 이날, 사라의 아버지 우르판 샤리프는 증인석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갑자기 몸을 떨면서 앞으로 재판의 방향을 바꿔놓을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딸은 저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때까지 우르판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의 현 부인이자 사라의 계모인 베이나시 바툴의 책임으로 몰아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꾸며 딸의 죽음에 대해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8주 동안 진행된 해당 살인 사건에서 이는 그야말로 결정적인 순간이자, 배심원들에게는 더없이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배심원단은 소녀 사라의 짧고도 애절했던 삶이 고문, 구타, 상처 등으로 얼룩지며 어떻게 끝이 났는지 끔찍한 세부 사항을 들었으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배신하는 한편의 법정 드라마를 모습 지켜봤다.
'불편할 정도로 가까운'
이번 재판은 사라가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채 홀로 자택의 이층 침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지 1년 조금 넘은 후부터 시작됐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라의 아버지 우르판 샤리프, 계모 베이나시 바툴, 삼촌 파이살 말릭은 투명한 유리로 외부와 분리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법원 경찰이 이들을 서로 분리해두긴 했으나, 여전히 불편할 정도로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이 시작되고 빌 엠린 존스 검사는 "피고인들이 서로 정면 충돌하고 있다"고 했다.
우르판은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 재킷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잘 알려진 사진 속 모습보다 더 마른 듯했다. 베이나시는 금테 안경을 쓰고 겨자색 재킷을 입고, 머리를 뒤로 묶은 채 나타났다.
이곳 피고인석에서 몇 주간이나 같이 앉아 있었으나 이 부부가 서로 눈을 마주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이들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끔 증거물 자료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베이나시가 먼저 도착한 날이면 우르판은 아내를 지나야 자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부는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으며, 말도 섞지 않았다.
그러나 둘 다 종종 울음을 터트렸다. 베이나시가 흐느끼는 소리가 법정 안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한번은 우르판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피고인석 밖으로 나가면서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우르판은 증인석에 서서 아내를 향해 '정신병자'라고 비난했다가 이내 다시 철회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베이나시가 증인석에 선 우르판을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재판 첫날은 특히나 더 충격적이었다. 검사는 사라가 가혹한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정 내 스크린을 통해 사라의 골절을 그대로 보여주는 X레이 사진이 공개됐다. 아이의 몸 전체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멍 자국이 있는지 보여주는 컴퓨터 생성 이미지도 함께였다.
검사는 배심원단을 향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묘사한 것이지만 여러분이 괜찮으실지 걱정된다"고 했다.
엠린 존스 검사는 사라의 몸에는 오래되거나 새로 생긴 골절, 자창, 찰과상, 화상, 물집, 물린 자국 등 끔찍한 흔적이 수십 개라고 설명했다.
사라의 복부에도 상처가 있었으며, 뇌에서는 외상성 손상이 발견됐다.
이보다 더 이상 끔찍하고 참혹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들이 사라의 눈을 가리고, 반복적으로 묶거나 구속했다는 충격적인 증거가 제시됐다. 법정에는 무거운 경악감이 계속 남아 있었다.
검사는 사라가 생전 살았으며, 결국 살해당한 곳인 영국 서리주 워킹 소재 집안 상황을 설명했다.
법정 안에서는 출동해 사라의 시신을 발견했던 경찰관이 몸에 착용하고 있던 카메라에 담긴 끔찍한 영상이 재생됐다. 해당 경찰관은 "이불을 걷어내자 그 아래 10살 난 소녀의 시신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피고인과 대중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자 가림판 뒤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인 헬렌 시몬스는 사라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교사로, 사라가 생전 어떤 소녀였는지 재판 중 증언한 최초의 인물이다.
시몬스는 자신의 제자였던 사라는 "명랑하고 쾌활하며" 종종 우쭐거리던" 소녀였으며, 노래하고 공연을 펼치는 무대를 "행복의 공간"으로 여기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이 외에도 모두가 숙연해지는 가슴 아픈 순간이 더 있었다.
재판 중 사라가 죽기 2일 전 집에서 춤을 추는 영상이 재생됐다. 해당 영상이 재생되고 베이나시는 눈물을 터뜨렸다. 또 죽기 2달 전인 어느 화창한 날 다른 아이들과 정원에서 노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사라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충격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
재판이 시작된 지 3주가 조금 넘었을 무렵, 우르판의 변호를 맡은 나임 미안 변호사는 "자, 이제 샤리프 씨는 피고인석에서 증인석까지, 본인 인생에서 아마도 가장 긴 거리일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며 말을 꺼냈다.
법정은 이내 조용해졌다.
이윽고 조그마한 체구에 흰색 플리스 상의와 청바지를 입은 우르판이 피고인석 문을 열고 계단 세 칸을 걸어 법정으로 들어섰다.
증인석에 들어선 그는 조금은 감정에 휩싸인 듯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티슈 한 장을 뽑았다. 우르판이 착석하자 미안 변호사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우르판의 입장에서 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변호사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우르판은 때때로 나지막하게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게 6일간 우르판은 자신은 딸의 죽음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사라의 뺨을 때린 적은 있으나, 구타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가 학대당하던 당시 자신은 현장에 없었다며 모든 잘못을 아내에게 떠넘겼다. 그는 탁월한 거짓말쟁이였던 것이다.
이렇게 거짓으로 증언하는 동안 그는 매우 감정적이었으며 여러 번 울기도 했다. 때로는 말을 고르기 힘들어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나의 사라"라고 칭했으며, 눈물을 흘리며 생전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치킨 브리아니와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는 분홍색을 꼽았던 자신의 "아름다운 천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딸과 가까운 사이였냐"는 미안 변호사의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딸이 자신의 품 안에서 숨을 거뒀을 때 자신은 "멍해졌다"면서 "나는 너무 힘들었다. 온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발언했다.
배심원들을 설득하고자 애쓰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미리 연습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우르판이 증인으로 선 지 2일째 되던 날, 마치 법정 드라마 같은 순간이 연출됐다. 우르판이 목소리를 높이더니 격한 감정에 못 이겨 피고인석에 앉은 아내를 가리켜 "정신병자", "악마"라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내 베이나시 측 변호사가 나서 법의학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반대 심문을 펼치면서 그는 무너지게 된다.
캐롤라인 카베리 변호사는 우선 우르판의 과거를 들추어냈다. 그가 과거 연인들에게 살해 협박을 했으며, 기소된 적은 없으나 불법으로 감금해 체포된 적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카베리 변호사는 "당신은 거짓말쟁이에, 교묘하게 타인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자신의 질문에 우르판이 답하도록 종용하는 한편 그가 다시 피고인석에 있는 자신의 의뢰인 베이나시를 가리키자 꾸짖었다.
그리고 그가 증인석에 선 지 7일 째 되던 날, 모든 게 뒤집히게 된다.
당시 우르판은 자녀 중 한 명이 태어나던 날 없었던 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었다. 우르판의 훼방에도 카베라 변호사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우르판이 대답하도록 몰아세웠다.
결국 그는 입을 열고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제가 전화 통화로, 자필 노트로 했던 모든 말을 전부 인정합니다."
그가 던진 이 말에 모두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카베라 변호사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우르판이 딸의 시신 옆에 두고 간 것으로 알려진 쪽지 사본을 꺼내 들어 한줄 한줄 읽기 시작했다.
"딸을 때려서 죽였나요?"
그는 "네"라고 답하며 "딸은 나 때문에 죽었다"고 했다.
"딸에게 그런 부상을 입힌 게 당신이었죠?"
그의 대답은 "네"였다.
"골절상을 입힌 것을 인정하십니까?"
"네."
"크리켓 방망이를 사용했습니까?"
"네."
"흰색 금속 막대기를 사용했습니까?"
"네."
그가 점점 더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음을 시인할수록 놀라움은 이내 충격으로, 충격은 이내 공포로 변해갔다. 일부 배심원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듯했다.
우르판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몸을 떨며 울고 있었고, 베이나시는 피고인석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우르판의 변호사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미안 변호사는 이후 배심원단을 향해 "그가 그렇게 할 줄 전혀 몰랐다. 그때 내 반응을 상상조차 할 수 있나"고 했다.
결국 베이나시는 흐느끼며 법정 밖으로 뛰쳐나갔으며, 재판은 잠시 중단됐다. 일부 배심원들조차 눈물을 흘렸다.
다만 우르판은 딸에게 화상을 입힌 적은 없으며, 깨문 적도 없다고 했다.
카베리 변호사는 우르판을 향해 다시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물었다. 이에 우르판은 "네"라고 답했고, 이내 미안 변호사가 개입해 의뢰인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다시 재판이 시작되자 우르판은 살인죄를 인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딸을 죽일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대체 어디까지 추악해질 생각이냐'
샤리프는 총 9일간 증인석에 올랐다. 결국 무엇이 그를 무너뜨렸는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내뱉은 엄청난 거짓말을 다 기억하고 따라잡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는 깨달음 때문이었을까.
한편 배심원단은 베이나시에게서는 그 어떠한 증언도 듣지 못했다. 증인으로 서지 않겠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라의 몸에서 발견된 물린 자국과 비교하기 위한 목적으로 치아 인상을 제공해달라 요청했을 때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답을 듣지 못했다. 일단 우르판과 파이살의 치아와는 일치하지 않았다
또한 사라의 둔부에 다리미로 화상을 입힌 사람이 누구인지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르판은 그것만큼은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 중 판사는 아마도 사라를 붙들고 화상을 입히려면 적어도 두 사람은 필요하지 않았겠냐면서 "누구였냐"고 물었다. 이에 우르판은 "나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아니었겠냐"고 답했고, 검사는 "대체 어디까지 추악해질 생각이냐"며 비난했다.
적어도 우리가 알아낸 사실은, 베이나시는 적어도 지난 2년간 남편이 사라를 구타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9시간 46분 동안 숙고한 끝에 배심원단은 우르판이 사라를 단독으로 살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내 베이나시 또한 사라를 구타했거나, 적어도 잔인하게 굴도록 남편을 부추기거나 도왔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이 사라를 죽게 했거나 죽음으로 크게 내몰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어찌 됐든 베이나시는 그 집에서 사라의 주 양육자였기 때문이다.
삼촌인 파이살 말릭 또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서길 거부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파이살 또한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며, 사라를 죽음으로 몰고 간 폭력을 예방하거나 막기 위한 그 어떠한 마땅히 해야 할 조치도 하지 않았으리라 확신했을 것이다.
한편 최종적으로 평결을 듣고자 재판이 재개되고, 재판관은 조용히 질서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우르판과 베이나시 모두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파이살은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조카의 죽음의 원인이 되거나 방조했다는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 결과가 발표되자 우르판은 그저 정면을 응시했고, 베이나시는 흐느꼈으며, 파이살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세 사람은 피고인석에서 나와 감방으로 다시 돌아갔고, 재판은 그렇게 끝이 났다.
지난 몇 주간 법정을 뒤덮었던 충격과 공포감은 이내 사라를 향한 깊은 슬픔으로 바뀌었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자신감 넘치고 수다스럽고 정이 많았던 10살 소녀였다.
추가 보도: 다니엘 샌드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