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태생 군인들이 BBC에 밝힌 '러시아 편에 선 이유'
우크라이나 서부, 높은 담장과 여러 겹으로 잠긴 문 너머에는 러시아 편에서 싸우다 포로가 된 이들로 가득 찬 수용소가 있다.
수용소 운동장 가장자리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들 중 다수는 전면 침공 초기와 달리 외딴 빈곤 지역이 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나 예카테린부르크 같은 대도시 출신이다.
하지만 이곳의 포로들 전원이 러시아인인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우크라이나 태생 군인들도 섞여 있다. 즉, 자신이 태어난 조국을 상대로 전쟁에 나선 이들이다.
전쟁포로와의 인터뷰는 절대 간단하지 않았다. 우선 무엇보다 강요에 의한 진술이 아닌지 확인해야 하며, 그 후 이들이 현재의 환경에서 얼마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내부 군인들과 접촉할 길이 전혀 없는 이 상황에서 이들과의 만남은 이번 전쟁의 실상을 파악하고 참전 군인들의 동기를 살펴볼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러시아 편에서 싸운 우크라이나 출신 군인들도 포함된다.
취재진은 모든 이들에게 인터뷰에 거부할 권리를 보장했으며, 인터뷰에 동의한 이들은 간수들과 멀리 떨어진, 카메라가 없는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차례의 공식 인터뷰 외에도, 취재진은 여러 장소에서 포로들과 러시아어로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안톤이 10살이던 시절, 친러 세력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그의 고향을 장악했다.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면전으로 사태를 몰아간 2022년, 18살 청년이었던 그는 즉시 자원 입대 신청서에 서명했다. 러시아 편이었다.
안톤은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내 조국을 수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친구들도 자원 입대했다고 했다.
"그리고 여러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전사, 전사, 전사했다는 소식입니다."
다른 포로들도 함께 전쟁에 나갔던 이들 대부분 전사했다고 했다.
또한 막대한 입대 보너스에도 불구하고 전사자들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대규모 동원령은 내리지 않으려는 푸틴의 의지가 조만간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장에서 자국민을 생포할 경우, 이들은 반역 혐의로 재판에 넘긴다.
하지만 이후 이들은 러시아군 포로들과 함께 포로 수용소로 보내진다.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전히 이들을 자국민으로 간주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는 일시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우크라이나 포로 관리 본부의 페트로 야첸코는 이들에 대해 "매우 친러시아적이며, 국가적 정체성이 매우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안톤 역시 자신은 절대 반역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나는 내가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민족적 정체성"이라며 "가족이 모두 러시아 출신이고, 내 뿌리도 그곳에 있다"고 했다.
그의 우크라이나식 성에 대해 묻자, 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한 세대 전체가 러시아 점령 치하에서 성장하며 러시아식 교육을 받고, 러시아가 완전히 통제하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이들이 접한 교육과 언론 매체는 수년간 우크라이나 당국을 '나치'로 비난하며 불법적인 세력이라고 묘사해왔다.
그리고 이번 전면적인 침공 이후,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안톤은 이 모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이제는 러시아의 사상 구호를 거의 그대로 말하는 수준이다.
그는 푸틴을 '나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돈바스 지역의 나머지 부분까지 차지하기 위해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특히 무고한 사람들이 죽은 건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전쟁은 전쟁이다. 끝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도 그러길 원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수용소 내 병동에 누워 있는 아르티움의 몸은 파편으로 가득했다. 그가 전투에 참여한 기간은 고작 2달이다.
안톤과 마찬가지로 도네츠크 출신인 그 또한 자발적으로 전쟁에 나섰다.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르티움은 "우리 나름의 원한이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군이 분리 독립을 막고자 자신이 살던 지역에 2014년 맹렬한 폭격을 벌였다고 했다.
하지만 군 복무 경험은 그에게 씁쓸함만 남겼다. 그의 지휘관은 "형편없는" 인물이었고, 입대 보너스로 약속받은 40만루블(약 600만원)은 한 푼 받지 못했다.
수많은 부상에 더해, 맞은편 침대에 있던 부상당한 러시아 군인은 그보다 5배나 많은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는 더 씁쓸해했다.
우리가 인터뷰한 우크라이나 태생의 이 전쟁포로들은 모두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 출신으로, 대부분 자발적으로 러시아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도네츠크 지역 출신의 또 다른 남성은 강제로 전투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하는 내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라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른바 '첩보'를 인용한 한 공식 집계에 따르면, 점령지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징집된 우크라이나인은 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치들도 존재한다.
이 남성은 러시아의 침공 당시 자신과 가족들이 점령지에 남아 있던 이유는 정치적 신념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닌, 도네츠크가 자신들의 고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유일한 소망은 아이들과 아내의 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전선으로 다시 끌려가지 않는 일이다.
그는 "숨어지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한편 병동의 창문과 새로 하얗게 칠한 벽 아래쪽에는 포로들이 심어놓은 딸기와 오이가 자라고 있었다.
그 옆 작업장으로 쓰이는 별채에서는 니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 관계자가 살짝 웃더니 문 근처에 놓인 가방에서 금색 플라스틱 손잡이를 꺼내 들어 보이며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맞혀보라"고 했다.
이에 안으로 들어서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나무 관을 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수용소에서 수주한 이전 계약은 정원용 창고 제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섬뜩하게 느껴졌다.
안마당 건너편의 또 다른 작업장에서는 몇몇 포로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기계에는 화려한 장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관을 만드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노동의 대가를 받아 추가 식량이나 담배를 산다고 했다.
세르게이는 우크라이나 내 루한스크에서 태어났지만, 두 나라가 모두 소련의 일부였던 시절 돈바스로 이주한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조국을 방어하기 위해" 10년 전 러시아군에 입대했지만, 사회에 복귀해도 이제는 전선으로 복귀하지 않고 전역하겠다고 했다.
"저는 제 몫을 다했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한편 세르게이 옆에서 플라스틱 나뭇가지들을 쌓고 있는 사람은 마약 판매범이었는데, 그 또한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직 장기 징역형을 피하고자 입대를 선택했다.
콘스탄틴은 "15년 형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며 "이게 변명이 되지는 않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난 지금 44세인데, 그때가 되면 60살이다. 그러니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브슈니키' 즉 수형자 출신 군인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어야 전역할 수 있는데, 돌격 부대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살인죄로 복역 중이었다던 세 사람은 1년만 싸우면 풀려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후 복무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됐다고 호소했다.
전장에서 동포를 살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세르게이는 "도발적인" 질문이라며 답하기 거부했다.
콘스탄틴의 경우 "어느 전쟁이든 장점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전쟁이면 애초에 좋은 점이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인과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우리는 가까운 사이죠. 다들 친척들이 그곳에 살고 있고요. 이건 정말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참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콘스탄틴과 세르게이 모두 이번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사람 다 푸틴이 돈바스 전체를 장악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콘스탄틴은 "하지만 그곳에 사는 내 지인들 모두 지쳤다"며 "나는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남색 작업복을 입은 포로들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식당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이들이 수프와 스튜 등을 먹는 동안 '크림반도에 관한 괴담'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반복해서 상영되고 있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크림반도에 대해 주장하는 역사적 소유권의 허구성을 반박하는 내용이었으나,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이러한 사상 재교육 노력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듯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실제 관심사는 바로 이들 전쟁포로들을 자국 군인들을 데려오기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일이다. 하지만 교환 명단을 협상할 때가 되면, 돈바스 출신 군인들은 러시아 측에서 우선순위가 낮게 배정된다.
콘스탄틴은 "올해 송환된 사람은 십여 명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는 우리를 교환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가장 마지막에 풀려나게 될 것 같습니다."
추가 보도: 아나스타샤 레브첸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