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이전에도 있었다...눈을 속이는 옛날 '가짜 사진' 10장
사진은 언제나 진실만을 담아왔을까. 오늘날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로 인한 사진 조작이 논란이 불거지기 150년 전부터 이미 사진작가들은 깜짝 놀랄만한 조작 사진을 만들어왔다. 19~20세기 관람객의 눈을 속였던 사진 10장을 살펴봤다.
오늘날 이미지 조작과 우리가 소비하는 시각매체의 신뢰성 문제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AI 챗봇 '그록'은 사람이 옷을 벗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사진을 변형하는 데 사용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사진을 위조하고, 때로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기도 하는 정교한 디지털 이미지 기술의 최신 사례일 뿐이다.
올해 1월, 비판이 거세지자 이 기능은 대부분 비활성화됐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진에 대한 신뢰가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시기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라익스뮤지엄)에서 최근 열린 한 사진 전시는 '사진은 과연 진실을 말해온 적이 있는가?'라는 적절한 질문을 던진다.
1860~1940년 사이 촬영된 사진을 중심으로 한, '거짓! 라익스뮤지엄 컬렉션의 초기 포토 콜라주와 포토몽타주' 전시는 이미지 변형은 절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적절히 잘 활용될 경우 긍정적인 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가위와 풀로 만든 콜라주부터 암실에서 만들어낸 교묘한 합성까지, 과거부터 사진작가들은 관람객들의 눈을 속이며 즐거워했다.
전시책임자인 한스 루스붐은 BBC에 "사진이 시작된 이래 사진 조작은 늘 함께해 왔다"면서 "이 또한 사진 역사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초기 사진 변형 기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번 전시에 소개된 사진 중 10장을 살펴봤다.
1. 백일몽(1870~1890년경), 작가 미상
19세기에 제작된 이 카르트 드 비지트(명함판 사진)에서는 두 세계가 충돌한다. 아마도 수집 및 거래 목적으로 구매된 사진일 것이다. '카르트 드 비지트'란 두꺼운 사진에 부착해 대량 생산한 명함 크기의 사진으로, 빅토리아 시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사진에는 각자의 생업 도구인 물레와 농기구를 앞에 둔 여성과 연인의 현재 모습과, 어머니가 된 미래를 상상하는 여성의 백일몽 장면이 함께 담겨있다.
루스붐에 따르면 이 사진은 "암실 기법"으로 제작됐다. 사진 용지 일부를 빛으로부터 차단한 뒤, 이후 2번째 네거티브를 필름을 덧붙이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사진술은 피사체의 깊은 내면의 생각을 암시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고, 그렇게 말풍선이나 생각구름을 특징으로 하는 훗날의 만화 형식이 탄생하는 길을 열었다.
2. 반사된 자신의 모습에 놀란 남자(1870~1880년경), 레너드 드 코닝
메멘토 모리('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교훈을 재미있게 담아낸 이 작품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의 유령과 마주쳐 놀라고 있다.
화가이자 사진작가였던 레너드 드 코닝은 우선 사진판의 절반만 노출한 뒤 모델에게 또 다른 자세를 취하게 한 다음, 나머지 절반을 노출했다.
사진술은 그 당시 비교적 새로운 예술 분야였으나, 사진 속 피사체들은 매끄럽게 연결돼 있다.
루스붐 또한 "마치 마술 같지 않냐"며 감탄했다. "속임수가 있는 사진임을 알면서도 어떻게 사진작가가 이를 구현했는지 알 수 없죠."
사진작가 로버트 소비에시크 (1943~2005)는 이러한 합성 인쇄술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랜더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작업 방식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로 이어진다. (레일랜더는) 한 장의 네거티브로 만든 이미지는 진실이 아니며, 결코 진실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곳에 초점을 맞출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3. 참수(1880~1900년경), FM 호치키스
루스붐은 "우리는 여전히 사진이 진실을 전해준다고 믿지만, 이러한 인식은 1930년대 삽화를 담은 일간지에서 독자들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고려 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전까지는 이미지를 변형하는 창작의 자유에는 제약이 없었다. 모든 것이 가능했고, 시도됐으며, 제작됐다"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윤리적 제약은 없었습니다. 누구도 그것을 금지하지 않았죠."
예를 들어 누군가의 머리를 잘라내어 옮기는 것 또한 사진작가에게는 즐거운 퍼즐과 같았다.
1880년대 제작된 이 캐비닛 카드(카르트 드 비지트 이후 등장한, 더 큰 카드에 붙인 사진)의 경우, 블랙 유머가 적절히 어우러진 창작적 성과다.
원래 머리를 가렸을 커튼의 위치, 현미경으로 겨우 확인되는 미세한 수정 흔적으로 작가가 어떻게 이 속임수를 구현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4. 머리가 담긴 손수레를 미는 남자(1900~1910년경), 작가 미상
네거티브 2장을 합성하여 만든 이 포토몽타주는 프랑스의 어느 사진첩에서 발견돼 이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사진 속 수레에 담긴 머리는 무척 거대해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는데, 이는 사진작가가 크기까지 조절하는 등 사진술이 한 단계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이는 당시 점차 확산하고 있던 초현실주의 운동을 예시하는 듯하다. 기존의 형태와 크기를 파괴해 현실에서 벗어나 몽환적이고 혼란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주인공 피사체 뒤 열린 문은 잘라 붙인 부분을 몰래 집어넣기 편리한 어두운 배경으로 사용됐으며, 이후 전체 이미지를 다시 촬영했다.
이러한 사진들은 아마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이들의 놀란 표정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갔을 것이다.
루스붐은 "이 속임수의 시작과 끝을 알기 어렵다"면서 "이는 일종의 과시이다. 믿을 수 없고, 불가능하고, 있을 법한 장면이 아님에도 사진 속에 존재한다. 이는 마치 카메라 앞에서 이 일이 실제로 벌어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5. 시장에 거위 내다팔기(1909년), 마틴 포스트카드 컴퍼니
비율을 비현실적으로 변형하는 이 흐름은 '과장', '허풍(톨 테일)'으로 불린 사진 장르로 이어졌다.
이 사진은 미국에서 엽서 주소 면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열린, 이른바 엽서 '황금기'에 제작됐다.
이러한 사진을 통해 사진 변형 기술이 초현실주의와 같은 예술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크기나 비율 과장이 특정 지역의 농업적 풍요를 강조하는 상업적 전략으로도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진에서는 위스콘신주 워터타운의 유명한 거위들이 그 대상이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네브래스카주의 옥수수를 마치 마차처럼 거대하게 표현한 사진도 지역의 풍성한 수확을 과시하는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민속학자인 로저 웰시는 그의 저서 '허풍 엽서(1976)'에서 "사진을 통해 수 세기 동안 허풍쟁이들이 풍부한 상상력 속에서만 보았던 시각적 효과가 현실이 됐다"고 표현했다.
6. 뉴욕 멀베리벤드 공원 위를 날아다니는 자동차(1908년), 테오도르 아이스만
한편 가짜 사진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 모습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토우쿰스트베일트(미래 전망)로, 자동차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도심에는 공중 철도와 비행선이 등장하고, 보스턴과 함부르크, 헤이그의 하늘에는 메리 포핀스처럼 공중에 사람들이 떠다니는 등 다양한 토우쿰스트베일트를 선보인다.
뉴욕을 묘사한 아이스만의 해당 포토몽타주에는 색채도 더해졌지만, 그렇다고 진실에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색상은 인쇄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선택으로 추가된 것이다.
7. '트랜스필드 시스터즈' 광고(1904~1918년경), 작가 미상
20세기에 들어서며 광고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늘어갔고, '트랜스필드 시스터즈'라는 보드빌 공연단의 이 초기 광고 이미지처럼 재미있는 디자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포토몽타주는 다양한 크기, 각도로 촬영한 사진들을 사용해 "급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역동적인 시각적 언어"를 창조해냈다.
루스붐은 광고와 사진의 결합이 "허구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유희는 모두 이러한 이미지에서 펼쳐집니다."
8. 자동차와 증기롤러의 충돌(1915년), 알프레드 스탠리 존슨 주니어
우리는 사진 속임수를 불쾌한 것으로 여기고는 한다. 그러나 루스붐이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초기에는 "모든 사진의 4분의 3이 그저 재미를 위해 제작됐다"고 한다.
알프레드 스탠리 존슨 주니어의 이 포토몽타주는 개별 이미지들을 겹치거나 다르게 배치해 시간 속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자동차 탑승객들이 공중으로 튕겨 나가는 동안 코트자락과 바지가 펄럭거리는, 비현실적으로 역동적이며 액션으로 가득 찬 이 장면을 보며 관객은 마음속에서 전후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이 작품의 전시 설명문에는 "포토몽타주 중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묘사하는 작품이 많다"고 적혀 있다.
"그 의도는 보는 이를 속이기보다는 재미를 주기 위함입니다."
9. 사진 콜라주(1929년), 알베르 위요
여러 사진을 잘라 종이에 재배열해 붙이는 일은 한때 인기 있는 취미였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코나 눈만 오려와 누군지 맞추는 놀이를 즐기기도 했으며, 친구나 가족의 사진을 그림 위에 겹쳐 붙여 웃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기성 예술가들도 이러한 콜라주에 뛰어들었다. 다다이즘과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이 작품에서 프랑스 출신 작가 알베르 위요는 사진 이미지 조각들을 재조합해 놀랍도록 새로운 예술적 형태를 만들어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헝가리 작가 라슬로 모홀리너지의 대표작 '회화, 사진, 영화(1925)' 속 한층 정교한 사진 예술도 공개된다. 모홀리너지는 사진이 현실을 기록하는 도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매체 고유의 시각적 언어를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 흉내(요제프 괴벨스가 노동자들을 달래고자 히틀러를 마르크스로 변장시키는 모습)(1934년), 존 하트필드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변형된 사진이 우리 인식 속 진실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히틀러 정권에 항의해 이름도 영어식인 존 하트필드로 바꾼 반나치 운동가 헬무트 헤르츠펠트는 좌파 성향의 출판물인 'AIZ'를 위해 200점이 넘는 정치 사진 몽타주를 손수 제작했다. 이 작품 중 다수는 나치 독재의 숨겨진 위험과 그들이 말하는 거짓을 폭로하기 위함이었다.
그중 사진 '흉내'는 나치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가 히틀러를 19세기 혁명적 공산주의자 카를 마르크스로 변장시키는 모습을 그린다. 하트필드는 노동자 계급을 향해 노동자의 권리를 진정으로 지지한다는 히틀러의 약속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작품은 오늘날 권력자들의 진실을 폭로하는 정치적 밈과 유사하다. 이미지 조작 혹은 변형은 우리를 오도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