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퇴, 하야'…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나리오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자동 폐기되면서 여야가 윤 대통령의 직무 중단 방식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표결을 진행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투표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소속 의원 191명, 그리고 여당 소속 의원 3명만이 참여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를 촉구하며 투표 종료 시점을 연기했으나, 결국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200석)를 채우지 못해 8일 새벽 0시 48분을 기점으로 폐기됐다.
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직무 수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는 여야가 크게 이견이 없지만, 대통령이 직무에서 물러나는 방식을 두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거론되고 있을까?
탄핵
야당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탄핵이다.
야당은 오는 11일 탄핵안을 재발의한 뒤 14일에 재표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거나 아니면 즉각 탄핵되어야 한다"라며 "이 위기와 혼란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탄핵안 표결이 재추진될 경우 여당 입장에서 집단적인 투표 보이콧을 이어가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경우 여당에서 이탈표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탄핵안 투표에 참여한 여당 의원 3명 중 한 명인 김상욱 의원은 투표 직후 기자들 앞에서 "이번에는 당론에 따라 탄핵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도 "다음 탄핵 때까지 대통령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를 제안하지 않는다면, 다음 탄핵 때는 탄핵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대통령께서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만약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즉시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을 개시하고, 재판관 6인 이상 찬성 시 탄핵이 선고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안 가결 이후 선고까지 92일이 걸렸다.
2선 후퇴
여당에서는 2017년에 이어 또다른 대통령 탄핵이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공동 담화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며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들께 미칠 혼란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 바로 세우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이나 비상 거국내각 등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식이나 대통령의 퇴진 방법 및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담화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당장은 직을 유지하되,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와 집권여당이 협의해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책임총리에 가까운 형태로 풀이된다.
책임총리제는 국내법에 명시된 제도가 아니다. 여당에서는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해 책임총리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국정 운영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야당과 여러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또 한 총리가 계엄 사태와 관련해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양받기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지금 당장 헌법에 없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자진사퇴
윤 대통령이 자진해서 물러나는 방법도 있다.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사직서가 접수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하며, 대통령 권한은 국무총리나 권한대행으로 지정된 인물이 임시로 행사하게 된다.
이 경우 헌법에 따라 사퇴 시점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탄핵 절차를 밟는 것보다 빠르게 재선거가 치러질 수 있어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이 낮다고 보여진다.
한국 역사상 이승만 대통령, 윤보선 대통령, 최규하 대통령 등 3명의 대통령이 하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