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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태풍 '라가사'로 대만에서 십여 명 사망, 중국은 200만 명 대피

1일 전

대만 소방당국이 초강력 태풍 '라가사'로 산간 지역의 제방 호수가 범람하면서 동부 지역에서 최소 14명이 숨졌으며, 백여 명이 실종되거나 고립되었다고 전했다.

과거 산사태로 형성된 이 호수 댐이 23일(현지시간) 오후 붕괴하며 화롄현 광푸진 인근 지역으로 물이 쏟아졌다. 대만 전역의 구조대가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초강력 태풍인 '라가사'는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폭풍으로 손꼽히며, 현재 중국 남부 해안을 향해 돌진 중이다. 중국 기상 전문가들은 라가사를 "폭풍의 왕"이라고 표현했다.

24일 태풍 상륙이 예정된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는 약 200만 명이 대피했으며, 수많은 학교와 기업이 문을 닫았다. 홍콩 또한 최고 수준의 태풍 경보인 10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필리핀에서는 태풍으로 최소 1명이 사망했다.

태풍 라가사의 영향 범위를 나타내는 위성 사진
BBC

5등급 허리케인에 맞먹는 라가사는 지난 22일 최대 풍속 285km/h을 기록했다. 이번 태풍으로 여러 지역과 국가에서 홍수, 해일, 산사태 경보를 발령했다.

대만의 경우 지난 22일부터 라가사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폭우가 내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동부 지역에는 거의 60cm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화롄현에서는 붕괴한 제방 호수가 교량을 휩쓸었으며,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차량이 침수되었다. 급류가 해당 지역을 덮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화롄현 소방청의 리 룽셩 부서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물이 일시적으로 건물 2층 높이까지 치솟았으며, 시내 중심가에서는 약 1층 (높이만큼) 찼으나, 현재는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 수위가 갑자기 치솟으면서 약 263명이 고립되어 고지대로 대피한 상태입니다. 즉각적인 위험 상황은 아니나, 높은 강 수위로 인해 매우 불안합니다."

라가사가 통과하면서 대만 다른 지역에서는 6명이 부상당하고, 페리 운항이 중단되었으며, 국제선 100편 이상이 취소되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길거리
Getty Images
중국 기상청은 '폭풍의 왕'이라고 강조하며 초강력 태풍 '라가사'에 대비해 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 당국은 최대 5m에 달하는 폭풍 해일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이 "재앙적" 상황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광둥성에서는 약 200만 명이 대피했다.

홍콩의 경우 주민들이 물건을 사들이면서 슈퍼마켓 진열대의 신선한 빵, 채소, 고기, 라면이 모두 동이 났다.

홍콩 국제공항 측은 현지 시각으로 23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까지 "항공 운항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항공편 500편 이상이 취소될 전망이며, '홍콩항공'은 홍콩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기상청이 '폭풍의 왕'이라 칭한 라가사는 향후 며칠 내에 베트남 북부로 이동해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남부 도시들에서는 상점 주인들이 점포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리고 있으며, 해안가 저지대 주민들은 특히 해일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많은 주민들은 집과 상점의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며 대비에 나섰다.

태풍 '라가사'의 예상 경로
BBC

홍콩을 위협하는 라가사의 '위험 반원'

텅 빈 슈퍼마켓 진열대
Getty Images
홍콩에서는 주민들이 태풍에 대비하면서 신선식품이 모두 동이 났다

중국 남부와 홍콩은 원래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지만, 위치상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현재 홍콩과 광둥 지역은 라가사의 진행경로의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태풍의 오른쪽 반원은 태풍 자체의 바람에 이동속도가 더해지며 보통 왼쪽보다 피해가 더 커 '위험반원'이라 불린다.

이 두 움직임이 합쳐지는 지점에서 풍속이 가장 강해지는데, 이 바람이 물을 내륙으로 밀어내어 폭풍 해일 규모를 더욱 키운다.

한편 기후변화가 라가사에 정확히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UN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성 폭풍의 평균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즉 바람은 더 강해지고, 강우량은 증가하며, 해안가 홍수 위험도 커진다는 뜻이다. 다만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태풍 발생 횟수는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엉망이 된 해변의 모습
Getty Images
필리핀에서는 1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태풍 상륙 전 수천 가구가 대피한 필리핀에서는 라가사가 22일 북부의 외딴 섬을 강타하며 최소 1명이 숨졌다. 수도 마닐라를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학교와 관공서는 문을 닫았다.

한편 홍콩의 에릭 찬 정무부총리(정무사장)는 라가사를 비교하며 홍콩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과거 막대한 피해를 남긴 두 태풍을 언급했다.

2018년 초강력 태풍 '망쿳'은 현재까지 홍콩을 강타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200명이 부상당하고 선박이 침몰하고 여러 인프라가 파괴되었다. 현지 기상청은 당시 경제적 손실을 46억홍콩달러(약 8250억원)로 추산했다.

이보다 앞선 2017년에는 태풍 '하토'가 강타하며 심각한 홍수가 발생했으며, 100여명이 부상당했다.

추가 보도: 켈리 응(싱가포르), 사이먼 프레이저(런던), 마크 포인팅 기후 전문기자, 사라 키스-루카스(BBC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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