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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아이들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막을 수 있을까?

2024.11.24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한 소녀
Getty Images
호주 정부는 이번에 제기한 금지 조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무서웠어요.” 제임스(가명)는 스냅챗에서 당한 일 때문에 학교가는 것이 과연 안전한지 걱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열두 살인 이 호주 소년은 친구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그 친구가 제임스를 두 명의 십대 청소년이 함께 있는 그룹 채팅방으로 호출했다.

그런데 제임스가 채팅 방에 입장하자마자,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폭력적인 메시지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BBC에 “그 중 한 명은 17살 정도 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가 칼을 휘두르는 동영상을 보냈어요. 그리고는 저를 붙잡아서 칼로 찌르겠다는 음성 메시지도 같이 보냈어요.”

제임스는 10살 때 같은 반 친구의 권유로 스냅챗에 가입했다. 하지만 부모에게 알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이버 괴롭힘을 당했다. 결국 학교 측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했고 그는 해당 계정을 삭제했다.

제임스의 어머니 엠마(가명)는 아들이 겪은 일이 호주 정부가 제안한 16세 미만 아동에 대한 소셜 미디어 금지 조치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 목요일 국회 하원에 이 법안을 상정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 법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조치를 지지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소셜 미디어 접근을 금지해야 하는지, 과연 금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주는 어떤 제안을 했나?

앨버니지 총리는 X(옛 트위터)와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 적용되는 이 금지 조치가 소셜 미디어의 “해악”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우리는 호주의 젊은 세대가 본질적으로 어린이 답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부모들은 안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새로운 법안은 소셜 미디어 사용 금지에 대한 “뼈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다음 주 상원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17페이지 분량의 법안 문서에는 세부적인 내용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 법안은 통과되더라도 최소 12개월 동안은 효력이 유보된다. 이 법안을 어떻게 시행하고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호주의 인터넷 규제 기관인 온라인 안전국(the eSafety Commissioner)의 책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 따르면, 금지 조치는 16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적용된다. 기존 사용자나 부모의 동의를 받은 사용자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테크 기업은 최대 5000만 호주달러(미화 3250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어린이에게 적합한 것으로 간주되는 “저위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은 면제되는데, 이 기준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반면 메시지 서비스와 게임 사이트는 제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유튜브와 같이 개인의 계정이 없어도 접속할 수 있는 일부 사이트는 다소 논란의 대상이다. 규제 당국이 이런 사이트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메타와 스냅챗, X와 같은 테크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디지털 인더스트리 그룹은 이 금지 조치를 두고 “21세기 과제에 대한 20세기식 대응”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일부 전문가들이 이러한 법안은 어린이들을 “인터넷의 위험하고 규제되지 않은 영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금지 조치는 정부가 호주의 가족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PA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금지 조치는 정부가 호주의 가족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줄리 인먼 그랜트 온라인안전국장은 “기술 변화는 항상 정책을 앞지르기 마련”이라며 금지 조치를 시행할 때 직면하게 될 막대한 과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BBC 라디오 5 라이브에서 “상황은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온라인안전국 같은 규제 기관은 민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셜 미디어와 정신 건강 저하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는 정부 정책의 핵심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증거 기반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안전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나 원주민 청소년과 같이 가장 취약한 집단 중 일부는 “현실 세계보다 온라인에서 자신의 존재감이나 정체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한다”고 했다.

남학생들에게 매니큐어를 판매하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루카스 레인(15)의 반응도 비슷했다. 퍼스에 사는 레인은 BBC에 “(이 금지 조치는…) 나의 교우관계는 물론 내가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통로를 붕괴시킨다”고 말했다.

인먼 그랜트 국장의 바람은 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내 부정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교육 도구에 더 많은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아이들에게 물놀이를 금지하는 대신 수영을 가르치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올해 초 의회에서 “우리는 바다에 울타리를 치지는 않지만, 보호 장치를 제공하고 어릴 때부터 중요한 교훈을 가르칠 수 있는 수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엠마와 같은 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테크 기업들은 아이들을 이 어려운 시스템에 하루 종일 가둬두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이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의 시간을 낭비하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아니면 그냥 아이들끼리 서로 친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내버려두고, 이에 대한 논의는 나중에 시작해야 할까요?”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늦게 사줄 것을 권장하는 ‘웨이트 메이트’ 운동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세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에이미 프리드랜더의 입장도 비슷했다.

“기술이 우리 삶에 가져온 모든 긍정적인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긍정적인 측면도 크지만, 두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아직 우리가 알지도 대비하지 못한 부정적인 측면 또한 있습니다.”

“너무나 무딘 조치”

호주의 학계 전문가 100여 명은 이번 금지 조치가 “너무나 무디다”고 비판했다. 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라는 유엔 권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온 의회 내 초당파적 위원회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위원회는 대신 거대 테크 기업에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궁극적으로 “디지털 주의 의무” 법안을 도입해, 테크 기업이 사용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행동 연구자인 조앤 올랜도는 금지 조치가 “전략의 일부가 될 수는 있지만, 절대로 전략의 전부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퍼즐의 가장 큰 조각”은 아이들이 피드에 표시되는 콘텐츠와 소셜 미디어 사용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미 2022년부터 6백만 호주달러를 들여 무료 “디지털 리터러시 도구”를 개발하는 등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조사에서는 이러한 수업을 정식으로 받지 못하는 호주 젊은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속 다양한 소셜 미디어 앱
Getty Images

올랜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모든 호주인의 신분증을 온라인에 보관하는 것과 관련된 “엄청난 위험성”을 고려할 때, 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연령 확인 기술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만들려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호주 정부는 연령을 확인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내년 중반까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어떤 종류의 기술을 테스트할 것인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온라인안전국은 이와 관련해 사용자의 ID를 연령 확인 사이트에 전달하기 전에 타사 서비스를 통해 익명화하여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지만 올랜도는 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어떤 기술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는 성공할 수 있을까?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특정 웹사이트나 플랫폼에 접속하는 방식을 제한하려고 한 국가는 호주가 처음은 아니다.

2011년 한국은 16세 미만 아동이 자정부터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반발에 부딪혔고 이후 “청소년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최근 프랑스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부모의 동의 없이 15세 미만 아동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의 거의 절반이 간단한 VPN을 사용하여 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었다.

호주와 비슷한 미국 유타주의 법은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연방 판사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법안 통과를 막은 것이다.

앨버니지 장관도 호주의 조치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의회를 통과할 경우 검토를 거쳐야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일부 사람들은 새로운 법을 우회할 방법을 찾으려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우리가 가진 책임을 도외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위해 로비 활동을 해온 엠마와 프리드랜더 같은 부모들에게는 이 금지 조치가 보내는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

프리드랜더는 “너무 오랫동안 부모들은 자녀에게 중독성 있는 기기를 사주거나, 자녀가 고립되어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지켜보는 것 사이에서 불가능한 선택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무도 원치 않는 사회적 표준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제임스는 스냅챗을 탈퇴한 후 친구들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법을 통해서 자신처럼 더 많은 아이들이 온라인에 접속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갇혀 있는 대신, “밖에 나가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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