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국 합의로 얻는 것은 무엇이며, 양측 모두 이를 지켜내기 쉽지 않은 이유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이란에 쏟아지기 시작한 지 100일 이상이 지난 현재,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양측 모두 출구가 절실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합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전투는 끝이 났으나, 더 어려운 협상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
양측 모두 자국민에게 이번 합의를 승리로 내세우고 있으나, 분석가들이 설명하듯이 어느 쪽도 국내 여론을 완전히 설득하지는 못했으며, 양측의 국내 비판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했다고 비난한다.
우선 이란에 미국과의 이번 합의는 휴전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들은 항복하지 않고 이번 전쟁을 견뎌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란 당국의 핵심 목표는 전통적인 군사적 의미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무찌르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분쟁 내내 현 이란 이슬람 공화국 정권이 온전하게, 지도부가 여전히 기능하며, 협상에서의 입지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상태로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리고 '양해각서(MOU)' 형태로 알려진 이번 합의를 통해 이란은 그러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각각 서명한 이 문서에는 앞으로 60일간 이어질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의 틀뿐만 아니라,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 작전 즉각 중단, 상호 주권에 대한 존중,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선박에 대한 미국의 해군 봉쇄 해제 등이 언급돼 있다.
이란이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는 적지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제한적이다. 우선 전쟁 이전 오랫동안 유지돼 온 방식대로 호르무즈 해협 내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으며,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고농축 우라늄 및 농축 프로그램의 미래를 놓고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약속은 더 광범위해 보인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미국은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잠시 면제하고, 동결되거나 제한된 이란 자산을 해제하고, 제재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달러(약 456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및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 이란 내 비판론자들의 반응이 왜 비교적 잠잠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양해각서는 이란 지도부가 이를 자신들의 승리로 내세울 만한 명분을 제공한다. 우선 이란의 주권이 인정됐고, 해상 봉쇄 조치는 해제될 예정이며, 제재 완화를 논의하고 있고, 재건 자금 지원이 명시적으로 언급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잠잠한 반응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첫 반응조차 매우 신중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합의 진행은 일단 허용하면서도, 이번 합의가 어디까지나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책임하에 수용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가장 어려운 사안들은 일단 뒤로 미루어졌다. 이제 엄청난 압박 속에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의 향후 처리 방안, 농축 산업의 규모, 손상된 핵 시설의 재건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이는 이란 지도부에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국영 언론, 혁명수비대, 의회, 강경파 인사들은 지난 몇 주간 지지층에게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격파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기대치는 매우 높아진 상태다.
이렇듯 이미 승리했다고 선언한 뒤 고농축 우라늄이나 핵 인프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비판론자들은 이를 양보라고 규정할 것이다.
하지만 아예 타협하지 않는 것 또한 위험하다. 만약 이란 측이 고농축 우라늄이나 향후 핵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협상 과정 자체가 무너질 수 있으며, 휴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란이 단지 시간을 벌고자 이번 양해각서에 응한 것이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내 의견에 힘이 실릴 것이며, 양측은 다시 전쟁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이란 측 협상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외교관은 아니지만, 미국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방법은 잘 안다"며 이번 합의를 강경한 협상의 결과로 규정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반응으로 인해 이러한 주장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하메네이는 자신은 "원칙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서 이란 및 동맹 세력의 권리를 수호할 책임을 수용했기에 이번 합의 진행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협상 자체와 완전히 선을 긋지는 않으면서도, 만약 협상이 실패할 경우 전적인 책임은 지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이란 대표단은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질 수 있다. 미국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도, 최고지도자가 온전히 동의하지 않은 선을 넘는 듯한 인상은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갈리바프 의장의 이러한 강경한 발언은 미국뿐만 아니라 이란 내 여론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혁명수비대 사령관 출신인 그는 미국과의 타협을 의심하는 강경파 지지층에게도 이번 합의를 설득해야 한다.
한편 2015년 핵 합의와의 비교도 피할 수 없다.
우선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까다로운 핵 문제는 뒤로 미룬 채, 이란에 제재 완화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며 이번 앙해각서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알려진 이전 합의보다 더 나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종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강경파들은 현 정부와 협상팀이 2015년의 배신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난할 수 있다. 당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의원, 보수 언론, 정치적 경쟁자들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그렇기에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은 그러한 반발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전에 이 휴전의 틀을 정치적 성공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은 시간을 벌었고, 임박한 군사적 압박에서도 벗어났으며, 경제적으로 주요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도 확보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미국이 가장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결과인 '완전한 항복'을 하지도 않아도 되게 됐다.
하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이번 양해각서는 단기적으로는 이란의 협상력을 강화해준다. 우선 정권이 살아남았고, 미국은 여러 가시적인 약속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헤란 정권은 앞으로 60일간 자신들이 내세워온 승리의 서사와 전쟁 재개를 막기 위해 현실적으로 해야 할 타협 사이의 괴리가 드러날 수 있다는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이란은 전쟁의 첫 장을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마무리했지만, 다음 단계는 더 까다로울 수 있다. 그 어떠한 타협도 양보 혹은 심지어 패배로 비치지 않도록 하면서, 최종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자국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 이탈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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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요 승리' 주장하지만…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 존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막겠다는 자신의 궁극적인 전쟁 목표를 향한, 미국의 '주요 승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볼 때, 더 시급한 "승리"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따른 세계 경제의 재개방이다.
분쟁이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계속 폐쇄되며, 여론 조사상 미국 국민들은 치솟는 휘발유 가격과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점점 더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에 대한 불만은 2024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다시 선택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개시한 이 전쟁이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국민들의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비록 트럼프 본인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불안감은 여당 공화당에 부담스러운 시기와 맞물린다. 장기간 이어지며 교착 상태인 분쟁에 대해 지역구 유권자들이 불만이 커지면서,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압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숨 돌릴 여유가 생겼으며, 공화당들은 그가 이 분쟁을 비교적 신속하게 종결시키는 한편 대선 운동 당시 반대했던 끝이 보이지 않는 해외 개입 사태를 피한 인물로 자신을 내세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 일부를 포함해 이 합의를 비판하는 이들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많이 내주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 논쟁의 핵심은 이란이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 기금 혜택을 받는다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이 이란에 3000억 달러를 지급하는 일은 없다. 그건 가짜 뉴스다"라며, "미국이 얻는 것은 오직 성공과 유가 하락, 승리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행정부의 다른 관계자들도 미국의 주머니로부터 직접 나오는 자금은 없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당내 일부 인사들은 불만을 느끼고 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은 의회 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우리를 죽이려드는 신정주의 광신자들에게 수십억달러를 내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님을 가르쳐준다"며 "대통령이 매우 형편없는 조언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음에도 여전히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보수 성향의 논평가 터커 칼슨은 더욱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X에서 진행한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이는 미국에게 꽤 굴욕적인 패배"라며 "이는 패배"라고 비난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이 초기에 내세운 여러 전쟁 목표 중 상당수가 이번 양해각서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사실상 비우선 과제로 밀려났음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일례로, 분쟁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저들의 미사일을 파괴하고 미사일 산업을 완전히 초토화해" 아예 "절멸"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국외 무력 세력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지휘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양해각서에는 이란과 역내 대리 세력 간 연계가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JD 밴스 부통령이 기자들에게 미국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인들을 향해 발포하는 것을 자제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는데, 현재 행정부는 이러한 목표에서 한 발 물러선 상태로 보인다.
또한 밴스 부통령은 원래 휴전은 "다소 복잡하다"며 "갑작스러운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점만으로도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미국 정치의 철칙으로 믿는 공화당원들은 이 합의에 불만을 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