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하든 수사하든 맞서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번째 대국민담화를 통해 "(계엄령이)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 목적은 국민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면서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라고 했다.
그는 국가 위기의 원인을 야권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무려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탄핵 집회가 임기 초부터 열렸다는 점과 27차례 발의된 특검 법안을 언급하며 '국가 위기 상황'이라는 단어와 함께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선관위는)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이런 사유로 이번 비상계엄 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중국인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하고 있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한 사건과, 또 다른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힌 사건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으나 거대 야당이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정권 당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박탈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도 시도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장과 미사일 위협 도발에도, GPS 교란과 오물풍선에도, 민주노총 간첩 사건에도, 거대 야당은 이에 동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 내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 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 어디서 도대체 무얼 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담화 말미에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7일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육성 표명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절박함에서 비롯됐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다"고 말한 바 있다.
양당 대표 반응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종료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담화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당론으로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12일 오전 윤 대통령 담화보다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며 당 의원들에게 표결에 참여해달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런 한 대표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뜻을 밝히자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그만하고 내려오라" "사퇴하라" 등 고성이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께서 상식적이지 않고 오로지 편을 가르려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이 대표와 정순택 대주교의 면담 일정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한 대변인은 "다만 오늘 (윤 대통령의) 담화가 우리 사회를 통합보다는 편을 가르고, 극단적으로 (갈등을)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씀을 나눴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주장, 엇갈리는 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담화가 있고 나서 중앙선관위는 "선거결과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반박에 나섰다.
중앙선관위는 윤 대통령 담화가 끝난 직후, 지난해 10월 발송했던 '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 컨설팅 결과 관련 입장'을 언론에 다시 배포했다.
별도의 설명은 없었으나 윤 대통령이 보안 문제점을 지적하자 "보안 컨설팅에서 북한의 해킹으로 인한 선거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선관위가 이날 오전 민주당 행안위원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오늘 윤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이미 모두 개선된 내용"이라며 "작년 24억원, 올해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보안 조치를 해소했다"고 했다.
이어 "서버가 인터넷과 연결돼 있지 않고 폐쇄망 단말기라서 북한·중국 또는 기타 국가에서 인터넷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꽂아야 외부 접근이 가능한데 계엄군이 USB를 꽂은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간첩법 관련한 부분은 법 개정 중이지만 연내 처리는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현행 간첩죄는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적국, 즉 사실상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만 처벌해 와 한계가 지적됐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난 달 13일 관련 개정안이 국가소위에서 통과됐는데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처벌 범위를 넓혔다.
다만 본회의 통과는 아직 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간첩 조항의 남용과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면서'공청회'가 먼저라며 신중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야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민주당은 군사 및 산업기술 유출시 처벌하는 내용은 각각 특별법인 군사기밀보호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서도 규정하고 있으므로 통합조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