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의 최측근' 부통령은 이제 트럼프를 위해 일하게 될까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시청했던 많은 이들이 간밤에 일어난 급습 작전으로 미군이 어떻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는지 그 자세한 내막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를 구금한 현재,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권력 이양이 이루어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한다고 밝혔을 때였다.
이어 그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마두로 정권에서 부통령을 맡고 있는 델시 로드리게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예상치 못한 소식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는 "우리가 보기에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나설 의지가 근본적으로" 있다.
그러나 이후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마두로 구금은 납치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베네수엘라는 절대 식민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미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렇듯 서로 엇갈리는 메시지 속, 현재 누가 베네수엘라를 맡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헌법 상 대통령 부재 시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한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보면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판결은 논리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베네수엘라 전문가는 미국의 개입 직후 상황이 이렇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들은 2025년 치러진 베네수엘라의 대선은 조작됐다고 비난하며 마두로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당시 선거에서 마두로는 정부 충성파가 장악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포됐다.
그러나 CNE는 마두로가 승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상세한 개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야권에서 수집해 '카터 센터'에서 검토한 투표용지 사본 분석 결과, 압도적인 승리자는 야당의 에드문도 곤잘레스 후보였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수십 개국은 곤살레스가 진정한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봤다.
무명의 외교관 출신인 곤살레스는 유명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지지를 받았다. 마차도는 마두로 정부에 의해 선거 출마를 금지당하자 그를 후보로 내세웠다.
선거 직후 보안군이 반대파들을 억압하면서 곤살레스는 스페인으로 망명했고,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에서 은신하고 있다.
지난 18개월간 이 두 사람은 마두로 퇴진을 촉구하였으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에 자신들의 대의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해왔다.
그리고 최근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의 공정하고 평화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며 더욱 명성을 높였다.
숨어 지내던 베네수엘라에서 저 멀리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수상하러 나서며 마차도는 더욱 명성을 얻었다. 이에 많은 이들은 마두로 퇴진 이후 마차도가 곤살레스와 함께 권력을 잡고자 베네수엘라에서 모습을 드러내리라 예상했다.
실제로 마차로는 마두로 체포 직후 자신의 SNS에 "자유의 시간이 도래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게시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우리의 권한을 행사하고 권력을 장악할 준비가 됐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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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누구인가?
- 숨 쉴 수 없는 밀폐된 방에 갇혔습니다…베네수엘라의 정치범 '고문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마차도는 베네수엘라를 이끌 만한 "지지나 존중"을 받지 못한다고 선을 그으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 공습 이후 자신의 측근들은 마차도와 대화한 바 없으며, 다만 루비오 장관이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어진 발언을 통해 왜 트럼프 행정부가 적어도 현재는 왜 마두로의 충직한 측근인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이야기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우리는 여러분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사실 그에게는 별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여전히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의 측근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은 기존 정권 인사가 권력을 넘겨받는 것이 가장 원활한 정권 이양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한 마라 루드먼 전 고위 국가안보 관리는 "그들은(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이 현지에 직접 들어가 그 국가의 일상적인 운영을 맡는 형태가 아닌 마치 후견인 제도 같은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현대사에서 유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필요하다면 2번째이자 훨씬 더 큰 공격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는데,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따르는 것 외에는 별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돼 국외로 이송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정권의 가장 강력한 인사들에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이 역시 그가 이 정권 인사들의 지지를 얻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곁에 있던 인물들로는 부통령의 오빠이자 국회 의장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디오스다도 카벨로 내무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 도밍고 에르난데스 라레즈 군 최고사령관 등이 있다.
이같은 모습에 마두로가 체포되며 내부 인사 간 권력 다툼이 일어나 잠재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던 미국 관리들은 반가웠을 것이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에 전한 메시지는 미국 측에 그리 반가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는 단 1명의 대통령만 존재하고, 그의 이름은 니콜라스 마두로"라고 강조하며 이번 사건은 "납치"라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는 다시 그 어떠한 제국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베네수엘라를 "수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가 "미국의 지시를 기꺼이 따를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으나, 마두로의 핵심 충성파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고자 우선 민족주의적 어조를 택한 것이라는 추측도 돌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4일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로드리게스 지지 발언 및 로드리게스의 기자회견 발언에 관한 질문에 미국은 그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내가 알겠는가, 나도 모른다"면서 로드리게스가 미국과 협력하리라는 주장에 트럼프만큼 확신하지는 않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단호하게 강조한 점은 바로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 의지였다.
루비오 장관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미국은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다양한 수단을 유지할 것이며, 여기에는 현재도 시행 중인 석유 봉쇄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한 루비오 장관은 미 ABC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새로운 선거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ABC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진실한 선거와 일정한 권력 이양 과정을 거쳐 탄생해야 하는데,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루비오 장관은 "다들 마두로가 체포된 지 24시간 만에 내일 당장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새로운 선거가 치러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현실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계획을 수립했던 존 볼튼은 이번 미군의 작전과 마두로 체포 소식을 환영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비판자로 나선 볼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에 무릎을 꿇을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해당 정권이 여전히 중국, 러시아, 쿠바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은 마두로 정권을 제대로 무너뜨린 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야당을 앉혀두는 것입니다. 선거 준비 기간 임시 정부를 운영할 역량이 있는 인사들이 있습니다."
새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는 비단 코리나 마차도, 에드문도 곤살레스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지해 온 수많은 베네수엘라 국민들, 특히 자신의 표가 존중되길 강력히 요구해 온 이들에게 실망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야권에서는 선거와 관련된 주요 기관들이 이미 마두로 충성파로 채워진 상태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불가능하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해당 기관들을 개혁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마두로의 측근들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트럼프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마두로 지지세력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최적의 중간 지점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머지않아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