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 원한다는 트럼프...실현 가능할까?

1일 전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앉아있다.
EPA/Shutterstoc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이 땅을 직접 소유하고 싶어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주한미군과 관련해 토지 소유권 언급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는 한국에 미국이 큰 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기지의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원한다"며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고, 미국이 엄청난 군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보고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소유권 발언은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며 즉답을 피하는 한편 부지 소유권을 언급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부지 소유권 이전'을 요청한 데 대해 "주한미군 부지는 리스(임대)가 아니라 그냥 쓰라고 주는 것이고, 지대를 받는 개념은 아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배경을 좀 더 알아봐야겠다"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소유권' 발언, 실현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향후 미국의 협상 수단으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인범 한미육군동맹협회 회장이자 전 특수전사령관은 BBC에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면 미국이 토지세 등 세금을 내야 하는데, 미국 입장에서도 현실적으로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며 현실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발언은 구체적인 계획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한 번 던져본 말에 가까워 보인다고 전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방위비분담금 증액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으며, 이러한 요구가 반복되면 주권·영토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기지를 '소유'한다는 개념은 결국 대한민국 영토를 미국이 소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는 자칫 영토 주권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이러한 점을 모를 리 없다"며 소유권 언급이 실제 요구로 이어질 경우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외국 영토에 대한 권리 주장성 발언을 수차례 이어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을 언급한 발언은 논란을 낳았고, 그 외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캐나다에 대한 소유나 병합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이번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에 부합하는 상징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동맹과 한미관계는 공고함을 기초로 시대 요구에 따라 변화하나 그 근간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기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차량이 세워져 있다
News1
대통령실은 25일(현지시간) "주한미군 부지는 리스(임대)가 아니라 그냥 쓰라고 주는 것이고, 지대를 받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의 '상징' 중 하나인 주한미군 기지. 이 시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전인범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고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내용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한미군 기지는 리스(lease) 계약이 아니라 '공여(grant)' 개념"이라며, 미군이 한국 땅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66년 체결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미국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 내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경우에는 이를 대한민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은 주한미군 기지 부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무상으로 '사용'할 권한만을 가진다.

또한 주한미군 경비 부담 기본 원칙은 "한국이 주한미군에 시설과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운영 유지비 모두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 및 유지비 등은 한국과 미국이 나눠서 부담하고 있다.

1991년 주한미군지위협정 5조 1항인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모두 미국이 부담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우회해 한국이 인건비와 군사건설비까지 지원할 수 있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이에 실질적인 주둔 비용의 일부는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분담금은 주로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에 사용된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외에도 한국은 카투사·경찰 인력 지원, 부동산 및 훈련장 제공, 세금 면제 및 공과금 감면 등 다양한 형태로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모두 포함하면 연간 약 1조50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한미군 기지의 역사...'용산에서 평택으로'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폴 러캐머라 이임 사령관, 제비어 브런슨 신임 사령관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News1
주한미군은 약 80년 전 처음 한반도에 주둔한 이후 현재까지 한미동맹의 핵심 축으로 자리해 왔다

미군은 1945년 9월 8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위해 인천에 상륙하며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1945년 11월 말, 38선 이남에 주둔한 미군 병력수는 7만 명 규모였다. 이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9월 15일부터 철수했으나, 1950년 6·25 전쟁으로 다시 미군은 유엔군 주도로 참전해 한국에 돌아왔다.

한편 용산은 전략적 요충지로 조선시대부터 병참기지로 활용됐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이곳을 주둔지로 삼았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한강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병력과 물자 수송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53년 미군이 이곳에 다시 입주하면서 용산기지는 1950년대 이후 주한미군의 상징적인 중심지가 됐다.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가 각각 창설됐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 위치한 외국군의 존재에 대한 민족적 자존심, 수도 발전 제약, 그리고 안보 및 부대 효율성 등의 이유로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1990년 한·미 기본합의서에서 평택으로의 이전을 합의했으나, 비용 문제로 잠정 중단됐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다시 논의가 재개돼 2004년 한미 합의에 따라 용산기지를 순차적으로 평택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2018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사령부 본부 개관식이 열리며, 용산기지는 주한미군 역사상 73년만에 막을 내렸다. 다만 기지 부지는 단계적으로 반환되고 있다.

현재 평택과 오산기지는 동북아시아 미군 허브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상징적인 군사기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평택기지는 미군의 해외 단일기지로 세계 최대 규모다.

한때 7만 명에 달했던 주한미군 병력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감축됐고, 현재는 2만8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6만9000명, 일본 4만명에 이어 한국에 3번째로 많은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