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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왜 지금 별장 보수 공사를 했을까?…위성에 포착된 '파란 지붕'

2시간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테헤란의 지도부 복합시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지 석 달 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요 거처들에서 동시다발적인 보수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이용하는 주요 별장의 건물 지붕이 불과 며칠 사이 짙은 청색으로 도색되거나 교체된 사실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수십 곳의 김정은 별장 가운데 BBC는 확보한 위성사진에서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게 식별되는 평양 북부의 '룡성 별장'과 동해안의 '원산 별장' 두 곳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닷새 만에 바뀐 지붕 색깔

BBC가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평양 룡성 별장 단지 내 여러 건물의 지붕 색깔이 불과 며칠 새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6월 4일까지만 해도 적갈색이나 옅은 색을 띠던 별채와 여가시설의 지붕은 닷새 뒤인 9일 일제히 짙은 청색으로 바뀌었다.

단지 내 레크리에이션센터(연회장)의 지붕 역시 같은 색으로 변했다. 청색 지붕은 이후 6월 28일과 7월 4일 촬영된 사진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같은 시기 평안남도 송암 별장의 지붕도 파란색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원산 별장에서도 변화가 포착됐다. 지난 4월 25일과 6월 2일 촬영된 사진을 비교하면 남쪽 해안 구역에 자리 잡은 레크리에이션센터, 오찬장으로 주로 사용되는 레스토랑, 선박 보관시설 등의 지붕 색과 표면이 달라진 모습이 확인된다.

위치와 용도가 서로 다른 여러 시설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계열의 색으로 정비된 점을 고려하면 개별 건물의 단순 보수를 넘어 단지 차원의 계획된 정비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별장 위성사진을 오랫동안 분석해 온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사진을 비교한 뒤 "숙박 시설뿐만 아니라 휴식과 오락시설까지 함께 보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상 지붕 공사와 함께 내부시설 정비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별장 방호 강화 가능성'

이번 보수의 배경을 두고는 정기적인 시설 개보수와 보안 및 방호 강화라는 두 가지 분석이 나온다.

북한 최정예 경호부대인 974부대에서 13년간 복무하며 원산과 창성 등 주요 특각의 경호 임무를 수행했던 강진 씨는 BBC에 자신이 복무할 당시에도 주요 특각의 지붕을 약 10년 주기로 다시 칠하거나 손보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건물 노후화에 따른 정기적인 유지보수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원산과 룡성 별장 등에서 폭넓은 시설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남 교수는 "원산은 김정은이 자주 머무는 곳인 만큼 도청 방지나 외부 공격 대비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보안 및 방호시설을 대폭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강 씨는 지붕 도색 자체는 정기적인 유지보수일 수 있다면서도, 이번 공사가 이뤄진 시점에는 주목했다. 그는 "하메네이가 자기 거처에서 공격받아 숨진 것을 보고 김정은도 크게 놀랐을 것"이라며 "자신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핵심 특각부터 방호체계를 점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지원 의원도 비슷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하메네이 폭사 이후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경호와 경비병력을 보강하고, 별장 건물의 안전에도 더욱 신경을 썼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BBC는 방호 목적의 개보수임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황은 찾지 못했다.

전국 곳곳에 숨겨진 김정은 별장

황해북도 사리원에 위치한 정방산 특각 위성사진과 경호라인
BBC
황해북도 사리원에 위치한 정방산 특각 위성사진과 경호라인

북한에서 최고지도자 일가의 전용시설 위치와 규모는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는 국가기밀 중 하나다. 북한에서는 이들 시설을 '특각' 또는 '초대소'라고 부른다.

한국 국회와 정보당국 자료, 상업용 위성사진, 전직 특각 경호원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현재 김정은이 이용할 수 있는 특각은 원산과 룡성, 평안남도 연풍호와 송암, 함경남도 락원, 평안북도 창성 등 전국에 20~3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BBC에 "김정은 별장이 현재도 전국에 20~30곳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군과 정보당국이 2009년 국회 윤상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김씨 일가가 이용하던 관저와 별장은 33곳, 지도자 전용 철도역은 28곳에 달했다.

상당수 별장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조성됐지만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신축과 개보수가 꾸준히 이어졌다.

위성사진을 연도별로 비교해 보면 원산 별장에서는 2015년 남쪽 해안 구역에 김정은 위원장의 주요 거처인 이른바 '본각'으로 파악되는 대형 건물이 새로 들어섰고, 송암 별장에서도 2017년 기존 별장 옆에 대형 별장이 새롭게 지어졌다.

다만 20~30곳의 특각이 모두 자주 이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진 씨는 "북한에 수십 개의 별장이 있지만, 김정은이 자주 이용하는 별장은 10여 개 정도"라고 말했다.

사격 연습 중인 김정은 위원장
Reuters
사격 연습 중인 김정은 위원장

BBC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각 특각은 입지와 용도에 따라 성격도 다르다. 원산에서는 요트와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송암은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산악지역인 창성에는 승마와 사냥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박 의원은 "주로 특각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방 현지지도 때 숙소로 쓰이는 동시에 현지 당 간부들과 만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고 했다.

외부와 차단된 '로열 패밀리 단지'

이 가운데 원산 특각은 규모가 크고 김정은이 자주 이용하는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집권 이후에도 전용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원산 특각은 북한이 최근 대규모 관광단지로 조성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직선거리로 약 8km 떨어진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일반 지역과 완전히 분리된 대규모 폐쇄형 단지다.

원산 특각은 크게 북쪽과 남쪽 두 구역으로 나뉜다.

북쪽에는 김일성 시대부터 조성된 여러 채의 주거용 별채가 모여 있다. 강 씨는 이곳을 김씨 일가와 가까운 친인척들이 이용해온 이른바 '로열 패밀리' 거주구역으로 설명했다. 그는 또 거주구역 뒤편에 배치된 여러 건물들은 특각 경호원들이 생활하는 '경호동'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학 연구위원 역시 "원산에 여러 채의 별장이 모여 있는 것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녀들에게 각각 별장을 마련해줬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를 거치면서 남쪽 해안에는 새로운 본각과 주요 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남쪽 해안에는 김정은의 본각으로 파악되는 건물과 대형 레크리에이션센터, 식당, 주거용 별채, 선박 정비·보관시설 등 핵심시설이 모여 있다.

특히 이곳에는 김씨 일가, 이른바 '로열 패밀리'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유람선과 제트스키 등이 정박해 있다. 이 가운데에는 대형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를 갖춘 길이 약 80m의 호화 유람선과 60m급 유람선도 포함돼 있다.

강 씨는 자신이 원산에서 경비를 설 당시 단지 안에 김씨 일가의 자녀와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5~17세가량의 어린이와 청소년 수십 명이 머물렀"며 "이들은 여름이면 바다에서 수상스키를 즐기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원산 별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해외 인사들을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접대와 친교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은 2013년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원산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요트를 타고 제트스키를 즐겼다고 밝힌 바 있다.

별장에선 무슨 일이?

강 씨에 따르면 주요 특각은 크게 최고지도자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본각'과 연회·공연 등이 열리는 '센터'로 구분됐다. 원산과 창성 등에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센터가 있었다.

강 씨는 "가족조차 본각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고 별도의 주거시설을 사용했다"며 "지정된 관리인과 봉사원만 내부 출입이 허용됐다"고 말했다.

"연회장에서는 파티와 연회가 자주 열렸고, 본각은 최고지도자와 지정된 사람들만 들어가는 개인 공간이었습니다. 부인이나 자녀들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강 씨는 주요 특각마다 젊은 여성 공연·봉사 인력의 숙소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전국에서 선발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들이 주요 특각마다 10명 미만씩 배치돼 본각과 센터에서 공연과 접대 업무를 담당했다. 강 씨는 이 여성들이 바로 '기쁨조'라고 말했다.

'기쁨조'는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5과'를 통해 출신 성분과 키, 외모, 건강 상태 등 엄격한 검증을 거쳐 선발된 젊은 여성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주요 초대소 등에 배치돼 지도부를 위한 공연과 봉사, 연회 접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강진 씨는 별장 근무 당시 여성들이 본각을 드나드는 모습을 목격하거나, 밤이면 건물 안에서 이들이 공연하는 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 "전국 각지 초대소에 여성 봉사원과 접대 인력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은 이들이 '기쁨조'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지상·해상·지하로 이어진 별장

강 씨에 따르면 원산 특각은 산과 도로, 해안에 대규모 경호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가 이뤄졌다.

강 씨가 근무할 당시 원산 특각에는 약 2500명의 974부대 병력이 배치됐다. 평안북도 창성 특각에도 촘촘한 경호 라인이 구축됐다.

최고지도자가 원산에 머물 때 경비병들은 약 25m 간격으로 배치됐다. 지도자가 떠난 뒤에도 병력은 철수하지 않았다. 경비 간격만 약 50m로 넓힌 채 산과 도로, 해안 경계를 이어갔다.

방호망은 지하로도 이어졌다. 강 씨는 자신이 근무한 주요 특각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수십 미터 깊이의 지하 벙커와 통로가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상의 특각 건물 벽체 역시 최소 70cm 이상 두께로 지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규모 경호병력과 방호시설을 전국의 특각에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 교수는 "전국에 별장을 두고 있는 만큼 관리비와 상주 인력 인건비까지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독재자 개인의 편의를 위해 이런 시설을 호화롭게 유지하는 것은 인민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아르빈 수프리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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