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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선 압승 예상...일본 첫 여성 총리의 도박 성공?

1시간 전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정책이나 입법보다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통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해 왔다
Reuters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정책이나 입법보다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통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해 왔다

8일 열린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지에선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10석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기 총선은 정기국회 첫날인 지난달 23일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실시됐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 상당수 유권자들에게도 당혹감을 안겼다.

현재 일본은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를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인기를 활용해, 지난해 소속 정당이 실패했던 일을 재추진하고 있다. 장기 집권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인기가 낮아진 자민당(LDP)에 대해 명확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적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역시 같은 시도를 했다가 참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제 결과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글로벌 전략 투자 자문기업 '더 아시아 그룹(The Asia Group)'의 일본 담당 애널리스트 니시무라 린타로는 "이번에는 대부분의 언론 여론조사에서 현 총리를 향한 지지율이 전임자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지율이 높을 때 선거를 치르는 것이 정치권의 통념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정책이나 입법보다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통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해 왔다.

취임 수락 연설에서 내건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슬로건은 에너지 넘치고 집요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그는 취임 석 달여 만에 눈에 띄는 존재감을 구축했다. 취임 일주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는 등 주요 세계 지도자들이 잇달아 일본 총리를 찾았다.

미국과 일본 정상은 요코스카 미군기지에 정박한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에 함께 승선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극찬했고, 그는 주먹을 치켜들며 화답했다.

2월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공개 지지하며 "이미 강력하고 유능하며 현명한 지도자로 입증된 인물이며...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첫 주 일본을 방문해 그를 극찬했다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첫 주 일본을 방문해 그를 극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함께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삽입곡 '골든'에 맞춰 드럼을 연주하는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탈리아 총리와는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 같은 장면들은 그의 자신감과 추진력을 부각시키며 화제가 됐고, 전임 총리들이 보여준 정체되고 다소 지루했던 전통적 이미지와 선을 긋는 데 성공적으로 기여했다.

간다국제대학의 제프리 홀 교수는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점과 외교적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지지율이 60%대, 때로는 70%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선 기간 동안 거의 매일 다카이치 총리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게시물이 확산되도록 만든 인터넷 이용자들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 즉 거대한 보수 성향 지지 기반이 이러한 지지세를 뒷받침해 왔다"고 덧붙였다.

"X(옛 트위터)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알고리즘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영상들을 계속 노출하는 환경이 형성돼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헌법 개정과 같은 오랜 미완의 과제를 다시 꺼내 들고 전통적 가치를 강조하며 자민당의 핵심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니시무라는 "그는 자신을 자민당을 보수적 기원으로 되돌릴 지도자로 내세웠다"며 "이는 당내 원로들과 기존 지지층 모두의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자당 지지층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Reuters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자당 지지층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보수 지지층을 넘어, 일본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젊은 유권자들과도 소통해 왔다. 그의 핸드백과 분홍색 펜은 뜻밖에도 시대정신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홀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젊은 층은 정치에 가장 무관심한 집단이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서 아이돌이나 유명인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이돌 문화에서 유래한 열성 팬 활동을 뜻하는 '사나카츠' 현상에 대한 언론 보도를 예로 들었다.

NHK와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개인적 호감도는 50% 중반에서 60% 후반에 이르는 높은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

소피아대학 정치학과의 나카노 고이치 교수는 중의원 해산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음에도, 총리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자민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는 자민당이 2월 8일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인 233석을 크게 웃도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카노 교수는 "정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많은 의원들이 안도할 것"이라며 "스캔들은 잊히고, 의원들은 훨씬 순응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약 2년 전 불거진 정치자금 비리 스캔들로 수십 명의 자민당 의원들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정치자금 착복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거센 대중의 분노를 불러왔고, 2024년 선거에서 자민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특이한 총선 시점

야당은 총선 시점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선거로 물가 안정 대책이 지연되고, 2026년도 예산안 논의가 미뤄졌으며, 지방자치단체에 추가적인 행정 부담이 가중됐다는 주장이다.

홀 교수는 이번 조기 총선의 핵심 동기가 의회 내 의석 구조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총리가 이 시점에 선거를 치른 가장 큰 이유는 다수당 지위를 회복해 예산위원장 자리를 자민당이나 연정 파트너가 차지하도록 하고, 예산안을 야당의 견제 없이 통과시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이 치러지는 계절은 한겨울이다. 올 겨울 일본 북부 일부 지역에는 폭설이 내렸다. 때문에 악천후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겨울 폭설로 일본 곳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도로가 차단됐다
Getty Images
이번 겨울 폭설로 일본 곳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도로가 차단됐다

지난해의 계산 착오 역시 여당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역시 취임 직후 조기 총선을 단행했지만, 이는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나카노 교수는 "이시바 전 총리가 총선을 강행했을 때 대중은 분노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정치자금 스캔들이 여전히 영향을 미쳤고, 물가 부담도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그런 이미지와 거리를 두는 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전략이 여전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당의 정체된 이미지와 거리를 두면서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은 개인이 아니라 정당을 선택하는 투표입니다. 바로 그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소입니다."

국방, 중국, 고조되는 긴장

다카이치 총리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동시에, 일본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일본은 이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논란은 급속히 격화되었다. 양측은 공식 항의를 주고받았고, 일본은 자국민에게 중국 내 안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으며, 중국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일본 내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오히려 다카이치 총리의 입지를 강화했다.

85세 유권자 유하라 나오아키는 "총리는 매파이자 보수주의자"라고 말했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손자 세대를 생각하면 국방은 더욱 중요합니다. 총리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85세 유권자 유하라 나오아키 씨는 총리가 국방에 주력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BBC
85세 유권자 유하라 나오아키는 총리가 국방에 주력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30대 유권자 하루카는 총리의 강경한 국방 기조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BBC에 "국방 예산이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며 "핵무기나 군사력 사용에 쓰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는 어떤 형태의 갈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미래로 향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죠."

니시무라도 이러한 강경 노선이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를 받으면 사람들은 총리가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기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긴장이 장기화되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카노 교수는 중국과의 갈등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일반적인 금기 사항이 존재하는 듯하다"며 "중국과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조차 쉽게 유화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경우 발생할 실질적인 경제적·안보적 결과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 직후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 관계가 긴장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남이다.

나카노 교수는 "트럼프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일본은 고립될 수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시 주석과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물가 우려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한 분노는 잦아들었지만, 물가 상승은 여전히 최대 관심사다.

2025년 중반 쌀값 급등은 가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전의 일이었지만, 자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쌀값 급등은 일본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Reuters
쌀값 급등은 일본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2025년 말 인플레이션은 다소 둔화됐지만, 임금은 정체돼 있고 엔화 약세도 이어지고 있다

히무라 가나코는 "예전엔 일주일 식비로 1만 엔 정도 썼다"고 말했다. "지금은 더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가격은 오르고 양은 줄어든 상황입니다. 가격이 그대로라도 받는 양은 줄어들었죠."

35세 만화가 나카 겐토는 "도쿄 부동산 가격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종이책은 지금 약 1.5배 더 비싸졌습니다.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소득은 전혀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공공지출 확대와 세금 감면, 물가 안정 정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홀 교수는 "생활비는 계속 오르고 임금은 제자리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것이 그가 지금 선거를 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총리는 아마도 경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가 더 기다리면 과거의 사례처럼 경제 문제의 책임이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갈 것이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총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무기 수출, 반간첩법, 이민 개혁 등 기존 우선 과제들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관측통들은 정책 논쟁을 최소화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야당, 극우 세력, 경제의 먹구름

입헌민주당과 전 자민당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 사이에 새로운 중도 연합이 결성됐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야권이 여전히 분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홀 교수는 "수년간 공명당의 표가 자민당을 떠받쳐 왔다"고 말했다.

"이제 자민당은 총리의 인기를 활용해 버티고 있습니다."

니시무라는 이번 선거가 '확실성 대 불확실성'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이 주도하는 정부에 대한 선례가 많지 않다"며 "이는 항상 유권자들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의 참정당은 이민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홀 교수는 다카이치의 부상이 그 기세를 꺾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민당이 다카이치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강경 보수파이기 때문"이라며, "참정당으로 향했던 민족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을 다시 끌어오기를 기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는 이민 거부 정서를 가진 고령층의 인구 비중 증가와 이민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경제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을 맞춰야 한다.

홀 교수는 "일본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어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경제의 많은 분야에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더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총리는 이민을 계속 늘려야 할 것입니다."

누가 집권하든 일본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걷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정체된 임금, 약세 엔화, 생활비 상승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나카노 교수는 "적어도 잠깐의 허니문 기간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현실은 매우 빠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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