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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전 불법 카피약부터 유통됐다'는 다이어트 약물 레타트루타이드의 정체

5시간 전

새로운 약품이 개발되고, 특히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서 가능성을 보인다면 이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이은 새로운 체중 감량 약물인 레타트루타이드는 개발사인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뿐 아니라 전 세계 규제당국에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 주사제는 아직 어떤 규제기관에서도 인간 사용을 승인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현재 레타트루타이드의 불법 위조품이 암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BBC에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실험 단계의 약품을 본떠 만든 가짜 약품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에 가깝다고 말했다.

'레타(reta)'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약품을 표방한 바이알은 영국의 헬스장과 네일샵, 미용실, 소셜미디어는 물론 거리의 꽃 판매상들까지 판매하고 있다.

약사인 세하르 샤히드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사실상 불법 약물을 주사하면서도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너무나 일반화돼 사람들이 자신이 약을 구하는 곳이나 판매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어디서 구하는 게 가장 좋은지 묻고, 소셜미디어에 관련 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를 잠깐만 둘러봐도 레타트루타이드라고 광고하는 약품을 몇 분 만에 한 묶음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레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틱톡에 복용 전후 사진을 올리며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생각이 사라졌고, 체중과 신체 사이즈가 줄었다고 말한다. 일부는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무엇일까? 최근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진짜 레타트루타이드는 여전히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시험이 진행 중인 약품이다.

미국에서 임상시험 3상에 들어간 약품 가운데 최종적으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것은 50%에 불과하다. 따라서 레타트루타이드가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실패율이 높은 주된 이유는 소규모 초기 시험에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이 규모가 크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실제 실험군을 대상으로 했을 때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안전성 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유통되는 가짜 제품은 안전한 실험실에서 개발되고 있는 진짜 약품과 전혀 다를 수 있다.

영국 당국에 단속된 불법 레타트루타이드 약물의 모습
MHRA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해 불법 레타트루타이드 복제약에 대한 대규모 단속을 벌였다

일라이 릴리의 웹사이트에는 "릴리가 후원하는 임상시험 외에는 누구도 레타트루타이드라고 주장하는 어떤 제품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가 올라와 있다.

"불법 레타트루타이드 제품에는 성분을 알 수 없는 물질, 유해한 오염물질, 불순물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또한 유효성분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게 들어 있거나, 아예 다른 성분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분비학자인 도널 오셰어 교수는 "젊고 건강한 환자들이 메스꺼움, 구토, 설사 증상을 보이며 병원에 오고 있고, 일부는 신부전까지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개인 트레이너들이 고객에게 약물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주사까지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복용했는지, 심지어 무엇을 주사받았는지도 전혀 몰라요."

톰이 건장한 몸으로 틱톡 라이브를 진행하는 모습
Tom
톰 데이비스는 레타 복용 후 72시간 동안 극심한 설사와 메스꺼움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영국인 톰 데이비스는 가짜 레타트루타이드 제품을 실수로 과다 복용한 뒤 하마터면 병원에 갈 뻔했다고 말했다. 그는 헬스장 친구들의 추천을 받고 중국 공급업체에서 이 약을 주문했다.

브라이턴에 사는 20세의 톰은 "끔찍했다"고 말했다. "몸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는 느낌이었고, 배가 너무 부풀어 올랐어요. 마치 누군가 내 배 위에 20kg짜리 추를 올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72시간 동안 정말 심한 설사와 메스꺼움에 시달렸어요. 이게 계속되면 응급실에 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톰은 나중에 자신이 권장량의 8배를 투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문하는 제품에 따라 가짜 레타트루타이드는 멸균된 정균수를 섞어 사용해야 하는 형태로 배송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는 여러 계산이 필요하다.

체스터에서 연구 의사로 일하는 나스 카탁 박사는 일라이 릴리의 3상 임상시험 가운데 하나에 참여할 환자들을 선별해왔다. 그는 가짜 제품을 구하는 사람들이 사실상 의료진의 감독 없이 스스로를 실험용 쥐로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구매한 사용자들이 스스로 의사가 된다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실제 약물이나 위약을 복용하기 전에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환자의 주치의 기록을 요청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상태인지 확인합니다. 자살, 자해, 정신건강에 대한 평가도 진행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의사들이 담당합니다."

"그런 다음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모든 것을 살펴본 뒤 임상시험에 적합한지 판단합니다."

톰은 복용량에 대해 더 많은 조사를 하기로 했고, 앞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음에도 가짜 레타트루타이드를 다시 복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9개월 동안 복용과 중단을 반복한 결과 설탕과 정크푸드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약사 샤히드는 가짜 레타 제품이 한 사람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다음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현재 시판되는 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위고비로 판매)와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로 판매)는 한두 개의 호르몬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다. 반면 레타트루타이드가 승인을 받으면 세계 최초로 세 가지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는 체중 감량 약물이 되며, 이 때문에 '트리플 G'라는 별명이 붙었다.

레타트루타이드가 목표로 하는 세 가지 호르몬은 다음과 같다.

  • GLP-1 - 위에서 음식물이 배출되는 속도를 늦추고, 뇌에 포만감을 전달해 식욕을 줄이며, 혈당 조절을 돕는다.
  • GIP -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인다. GLP-1과 함께 작용해 우리 몸이 영양분을 처리하도록 돕고 배고픔을 줄인다.
  • 글루카곤(Glucagon) - 레타트루타이드에 새롭게 추가된 호르몬이다. 휴식 시 에너지 소비량을 늘려 몸이 더 많은 칼로리를 태우도록 하고, 간의 지방 분해를 촉진하며 체중 감량을 돕는다.
리사 킹의 독사진
Lisa King
리사 킹은 가짜 레타를 복용한 뒤 '확실하지 않지만 단것에 대한 욕구가 줄었고, 생리 주기가 정상화됐으며, 에너지가 훨씬 많아졌다'고 말한다

영국 여성 리사 킹은 7월부터 가짜 레타트루타이드를 복용하고 있다. 한때는 헬스장에 다니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3kg씩 체중이 줄기도 했다.

리사는 이 약이 다중내분비대사성 난소증후군(PMOS)의 일부 증상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GLP-1은 혈당 조절을 돕고,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체중 감량 약물이 PMOS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부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PMOS는 극심한 피로와 신장 문제, 고혈압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리사는 "레타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단것에 대한 욕구가 줄었고, 생리 주기가 정상화됐으며, 에너지가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타트루타이드는 아직 임상시험 중이다. 이것이 걱정되지는 않을까?

리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승인되지 않은 것들은 많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바로 복용을 중단할 생각입니다."

레타트루타이드의 가짜 제품을 복용하는 다른 사용자들은 브레인 포그, 메스꺼움, 설사, 성욕 감소, 더 이상 행복이나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되는 등의 다양한 문제를 호소했다.

의사들은 이러한 가짜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영국이슬람의학협회 회장이자 일반의인 사히라 다르 박사는 의료진이 환자들이 "무엇을 복용했는지 털어놓을" 수 있도록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태도로 암시장 제품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는 거의 10년 동안 레타트루타이드를 개발해왔다. 현재 이 회사는 제품을 보호하고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판매를 막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펩타이드 업체와 인플루언서, 가짜 약물을 제조하는 조제 약국, 웰니스 클리닉 등을 상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회사는 레타트루타이드를 불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판단한 웹사이트와 광고, 소셜미디어 게시물 1만4천 건 이상을 신고했다.

일라이 릴리는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약물을 근절하기 위해 법 집행기관 및 규제당국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 대변인은 BBC에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레타트루타이드는 모두 승인되지 않았고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영국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은 지난 1년 동안 레타트루타이드가 들어 있다고 주장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여러 제품을 압수했다.

MHRA는 이러한 제품이 영국에 들어오는 경로가 여러 가지라며 불법적인 수입과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

오셰어 교수는 "이러한 암시장 약물의 위험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면서도 "이 계열의 약물 자체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GLP-1 계열 약물은 비만을 관리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발전이며, 뇌가 식욕과 음식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큰 진전이다."

그는 "그건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레타트루타이드가 어느 나라에서든 승인을 받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라이 릴리는 내년 초 미국 FDA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심사에는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레타트루타이드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시점은 빨라도 2027년 말이 될 전망이다.

영국에서는 MHRA의 승인 여부에 따라 2028년에는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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