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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지원부터 유독 물질 2차 피해 우려… '화성 화재' 그 다음은?

2024.06.26
아리셀 공장 화재 합동감식
NEWS1
경찰과 소방당국 등 9개 기관은 25일 공장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고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24일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가 22시간여 만에 완전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9개 기관 40여 명은 25일 화재 원인과 안전장치 정상 작동 여부 등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에 착수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같은 날 오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해 너무 안타까운 마음으로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회사는 큰 책임감을 갖고 고인과 유족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진심을 다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할 것"이라며 "사고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등 후속 조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 중 대다수가 중국, 라오스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시신은 불에 심하게 훼손되어 사망자 전체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문과 혈액 등을 채취해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2명으로, 최초로 발견된 50대 한국인과 중국 국적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40대 남성이다.

25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습된 시신들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부검 이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피해 지원 대책은?

아리셀 공장 화재 유가족
Reuters
이번 '화성 화재' 피해 유가족 중 한 명이 취재진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 다수가 외국인 근로자였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외국인 노동자인만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유가족에 대한 지원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24일 출입국정책단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대다수 사망자가 외국인 근로자인 만큼 비상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유가족의 신속한 입국 및 체류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화성시를 관할하는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도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외국인 사상자의 신원확인, 유족 및 보호자의 입국 및 체류 지원, 통역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는 “사상자와 유가족에게 피해 복구를 위한 법률지원, 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한 치료비, 장례비 등 경제적 지원 제공과 함께 스마일센터를 통한 심리 치유서비스 제공 등 피해자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25일 오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합동분향소 설치, 이주노동자 지원 등의 구체적 사고 수습 대책에 대해 추가 지시를 내렸다.

김 지사는 "희생자 가족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희생자별로 도청과 시청에서 각 1명씩 직원을 배치해 장례 절차나 유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문제, 의료 문제, 교육 문제, 안전 문제를 포함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지원과 관련해서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지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및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외국인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는대로 주한 대사관에 통보해 유족의 국내 방문 계획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그리고 입국을 희망하는 유족에 대해 법무부 및 공관과 협조해 입국 편의도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외교부와 법무부는 지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외국인 유가족들을 위해 비자 면제 등 입국심사 간소화 등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한국과 사증면제 또는 무사증 입국 협약이 체결된 국적의 외국인 유가족 및 보호자에게는 전자여행허가제 적용을 면제, 사증필요 국가의 유가족 입국 시에는 90일의 단기 비자를 즉시 발급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다면 외국인 사망자 또한 내국인에 준해 장례 및 치료 비용도 지원할 수 있다.

25일 정명근 화성시장은 중앙부처를 포함한 범국가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화성시는 사망자 구호금과 장례비 선지원 및 유가족 체재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시장은 24일부터 시청에 피해통합지원센터가 운영에 들어갔다며, 해당 센터에서 운영하는 통합지원반은 상황 종료 시까지 유가족의 숙식 과 교통 등 지원 및 사고 수습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그는 25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일부 유가족이 실제로 피해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하기도 했다며 “현재 유가족들이 가장 하소연하는 부분은 신원을 빠르게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의 상당수가 외국인임에 따라 신원 파악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시 차원에서 유가족을 위한 시청 내 피해가족 지원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화성시는 유가족과 협의해 사고 인근과 시청, 유동인구가 많은 역 근처에 분향소 4곳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사망자의 장례를 위해 서신면 다목적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잠정 결정했으나, 유가족 의견을 반영해 당장 설치하지는 않기로 했다.

화재 이후 '유독 가스' 우려?

한편 이번 화재로 인해 리튬이 타면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확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리튬 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인체에 해로운 불산 가스를 다량 발생시킨다. 그 외에도 일부 전무가들은 벤젠, 아크롤레인, 톨루엔 등의 유해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BBC에 “유해물질 안전관리국 매뉴얼에 의하면 리튬 화재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반격 800m 이상은 대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그렇게 본다면 (이번 사고 현장에서) 800m까지는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근 주택은 창문을 당분간 닫아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환풍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해 공기를 정화해고, 집에서 유해가스 냄새가 난다면 청소를 깔끔하게 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요.”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 교수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따르면 리튬 자체는 심각한 피부 화상을 일으키고 눈에 손상을 초래하는데, 화재 상태에서 연소 생성물이 됐을 때는 더 반응성이 높은 고분자 물질로 당연히 바뀌게 되어있다”고 전했다.

“모든 화학물질은 온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화재 상황에선 온도가 높으니 물질이 떠서 확산돼 희석된 건데, 온도가 내려오면 다시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확산 범위에 대해 증명하지 못하면 대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맹독성으로 분류되지 않아 환경부에서도 ‘관심’ 단계만 발령한 겁니다.”

그러나 백 교수는 여전히 그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근처에 있던 주민들, 인근 공장에서 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하던 근무자들을 사고 현장 영상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인근에서 의류가 오염됐을 땐 바로 세탁을 해야하고, 세탁이 어려운 경우는 버리는 게 맞습니다.”

화성 화재 발화 당시 모습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제공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의 첫 발화 당시 모습을 중앙긴급구조통제단에서 25일 공개했다. 사진은 화재 발화 당시 시간대별 CCTV 화면 모습

다만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불화수소가 확산되면 주변 지역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건전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은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닌 만큼 이번에는 많이 발생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인근에 유해한 물질이 퍼지는 것에 대비해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세워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환경부는 앞서 아리셀에서 제조된 리튬전지의 경우 불소가 포함되지 않은 리튬화합물을 사용해 화재로 불산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화성시도 화재현장 주변의 대기오염물질 발행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오염 물질이 하천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등 2차 피해를 막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유해 물질에 대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전지에서 나온 유해물질보다 피해 건물의 내장재나 단열재, 집기 등이 타면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양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기 때문에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미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 물질은 바람에 흩어졌을 가능성이 크고, 건물 잔해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약간 퍼질 것으로 예상되나 다른 화재 현장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번에는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진화한 사례기 때문에 오염수 문제 또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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