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미-러 협상 이후… 백악관, '우크라-미국 협상단, 플로리다서 만날 예정'
미국 백악관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오는 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 측 고위 협상대표인 루스템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를 만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지난 2일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대표단과 약 5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관한 "어떤 타협점도" 도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협상단으로 참석한 모스크바 회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꽤 좋았다"고 평가했으나, "양측의 뜻이 맞아야 하기에"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드레이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이 유혈 참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푸틴 대통령은 "전 세계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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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코프와 쿠슈너 등의 미국 대표단은 푸틴 대통령이 진정으로 이번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믿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들은 그렇게 느꼈다"고 답했다.
미-러 회담이 종료된 이후인 지난 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자국 협상단 또한 "앞으로 며칠 안에"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를 통해 "현재 전 세계는 전쟁을 끝낼 진짜 기회가 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면서 이러한 협상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에서 열린 미-러 회담에 앞서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 초안은 러시아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에 미국은 우크라이나 및 유럽 지도자들과 며칠간 회담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의 고위 외교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향후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미국이 제안한 내용 중 일부는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해 보인다"면서, 다만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 이상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는 적어도 2가지 주요 쟁점이 남아 있다. 바로 러시아 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문제다.
우크라이나와 그 유럽 동맹국들은 지금 평화 협정을 체결하더라도 향후 러시아의 재침공을 억제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라 믿는다.
그러나 러시아는 매우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시사해왔다.
크렘린궁의 지난 3일 성명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가능성은 모스크바에서 논의된 "핵심 문제"였다.
한편 우샤코프 보좌관은 최근 전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에 협상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강화됐다고 시사했다.
러시아 군인들이 "우리 외교 파트너들이 평화로 향하는 길을 평가하는 데 있어 보다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미국 대표단의 크렘린궁 방문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은 군복 차림으로 러시아 지휘소에서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와 인근 지역을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자국 지휘관들의 보고를 받는 모습이었다.
현재 포크로우스크에서는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비록 러시아군이 도시 전체를 장악한 것은 아님에도 러시아 당국은 자신들의 군사적 성과 메시지가 미국에 전달됐다고 믿는 모습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점진적으로 진전하고 있으며, 최근 몇 주간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AFP가 미국 '전쟁연구소(ISW)'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은 지난달에만 우크라이나 영토 약 701㎢를 점령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9.3%를 통제하고 있다.
지난 3일,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필요한 만큼" 미국 측과 계속 회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러 관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 보이지만, 러시아와 유럽 간 견해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방해하는 한편 자신들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며 평화 프로세스를 막고 있다고 비난한다. 위트코프, 쿠슈너와 만나기 직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은 유럽과의 갈등을 원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은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 관료들은 "평화에 진지하게 임할 의사가 없는 대통령이 내놓은 크렘린의 또 다른 허튼소리"라며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일축했다.
NATO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지난 3일 브뤼셀에서 만난 가운데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평화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은 희소식이나,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유럽의회 의원들과 함께 오는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서 완전히 독립하기로 합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해당 합의에 따라 EU와 러시아와 간 장기 가스 파이프라인 계약, 장기 액화천연가스(LNG) 계약은 각각 2027년 9월, 1월을 기준으로 중단된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3일 "우리는 유럽을 위해 에너지 안보 및 독립을 선택했다. 더 이상의 협박도, 푸틴의 시장 조작도 없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굳건히 지지한다"고 했다.
아울러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군사 및 기본 공공서비스 유지를 지원하고자 900억유로(약 154조원)를 조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벨기에가 브뤼셀 소재 금융기관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한 이른바 '배상 대출'에 동의하거나, 또는 국제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일 전망이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 계획이 향후 2년간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재정의 3분의 2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의 이같은 제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벨기에 측은 러시아의 법적 보복을 우려하며 자국 영토 내 동결된 러시아의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배상 대출의 안전장치 역할을 맡지 않겠다며 이 방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에 제안된 대출 규모가 초기 1400억유로보다 축소된 가운데,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를 지지하며, 당연히 벨기에의 우려를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90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3일 뉴욕에서 열린 UN 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에 "강제로 이송되거나 추방된 모든 우크라이나 아동의 즉각적이고 안전하며 조건 없는 귀환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러시아에 이러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금까지 자국 어린이 약 1만9000명이 러시아로 강제 이송됐다고 주장한다.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약 6000명이 러시아 내 이른바 '재교육 캠프'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2023년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아동 불법 추방 등을 이유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