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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 대형 화재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1일 전
담요로 몸을 감싼 시민이 불길에 휩싸인 아파트를 바라보는 모습
Reuters

홍콩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하여 최소 44명이 숨졌다. 270여 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주민 수천 명은 인근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웠다.

여러 아파트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고 불타고 짙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며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뒤덮은 사진이 잇따라 공개됐다.

화재는 최초 신고 후 수 시간이 흐른 뒤 해가 저문 이후까지도 꺼지지 않았으며, 소방관 76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과실치사 혐의로 3명이 체포되었으며, 곧 조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중국 국영 매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임무 수행 중 사망한 소방관"을 포함하여 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살펴봤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 처음 발생했나

불길은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현지 시각으로 오후 2시 51분경 발생했다.

타이포 지역구의 무이 시우-펑 의원은 BBC 중국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웡 푹 코트는 31층짜리 고층 아파트 총 8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7동이 화재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홍콩 정부가 2021년 실시한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이 단지는 1984세대 규모로, 주민 수는 4600여 명에 이른다.

1983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들은 화재 당시 외벽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로 인해 건물 외부는 대나무 비계와 건설용 그물로 뒤덮여 있었다. 불길이 대나무 비계를 통해 빠르게 번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되었다.

일부 지역 언론은 주민들이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27일 새벽, 홍콩 행정장관실은 예비 조사 결과 불길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건물 창문 주변을 둘러싼 고가연성 소재인 폴리스타이렌이 지목됐다.

한편 타이포는 홍콩 북부의 주거 지역으로, 중국 본토 광둥성 선전시와 그리 멀지 않다.

홍콩 내 타이포 '웡 푹 코트'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BBC
홍콩 북부 타이포구에 위치한 주택단지 '웡 푹 코트'

얼마나 심각한 화재인가?

홍콩 소방 당국은 화재 당일 화재 경보 단계 최고 등급인 5급을 발동했다.

첫 신고가 접수된 뒤 40분 만에 4급 경보가 발령되었으나, 약 3시간 30분 후인 오후 6시 22분 한 단계 상향 조정된 것이다. 홍콩에서 화재 5급 경보가 발령된 것은 17년 만이다.

현지 언론은 건물 내부에서 폭발음이 들렸으며, 소방 호스가 건물 고층부까지 닿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릭 암스트롱 찬 홍콩 소방처 부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낙 열기가 심해 소방관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하여 구조 작업을 벌이기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 잔해와 비계가 무너져 내리면서 최전선의 대원들이 추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불길이 언제 완전히 잡힐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소방관 767명, 소방차 128대, 구급차 57대, 경찰관 약 400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사상자에 대해 알려진 바는?

27일 새벽으로 넘어가며 사망자 수는 당초 13명에서 36명으로 크게 늘었다.

26일 자정이 막 지난 시각, 존 리 홍콩행정장관은 279명이 실종 상태라고 확인했다.

홍콩 당국은 현지 시각으로 27일 오전 6시, 사망자 수가 44명으로 증가했으며, 45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확성기를 이용하여 주민들이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편 사망자 중에는 샤틴 소방서에서 9년간 근무한 호 와이-호(37) 소방관도 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 30분경 연락이 두절되었고, 약 30분 후 쓰러진 그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호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앤디 융 홍콩 소방처장은 "헌신적이고 용감한 소방관의 죽음에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홍콩 소방당국에 따르면 소방관 최소 1명이 추가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긴급 핫라인 및 대피소 마련

당국은 대피한 주민들이 머물 수 있도록 여러 긴급 대피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퉁청 스포츠 센터 대피소의 경우 이미 만원 상태라, 주민들을 다른 대피소로 안내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주택단지 바로 건너편에는 퀑 푹 주민센터가 있으나,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주민들을 더 멀리 떨어진 다른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BBC 중국어 서비스의 제미니 청 기자는 고령의 주민들이 지팡이나 휠체어 등에 의존하여 대피소에 도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후 버스가 마련되어 이들을 주민센터로 데려갈 예정이며, 주민센터는 화재로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해 밤새 개방될 예정이다.

홍콩 교육처는 공식 웹사이트에 피해 학교 목록을 게시하며, 타이포 지역 내 학교 6곳이 27일 휴교한다고 발표했다.

크리스 탕 홍콩 안보국장은 성명을 통해 화재 피해 관리를 위해 긴급 모니터링 및 지원센터가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사상자 관련 문의 전용 핫라인(+852 1878-999)도 개설했다.

체포 소식 관련 알려진 사실은?

현지 경찰은 이번 대화재와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52~68세 사이의 남성 3명을 체포했다.

이 중 2명은 건설업체 이사이며, 나머지 1명은 기술고문이다.

당국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건물 외부를 덮고 있던 그물망과 보호 자재에는 방화 성능이 전혀 없었다. 건물 창문 또한 스티로폼으로 덮여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대변인은 해당 업체 고위 경영진들의 의심되는 행위 혹은 직무 태만 가능성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책임자들의 심각한 과실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고, 불길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지면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홍콩의 대나무 비계

울부짖는 남성과 불길에 휩싸인 아파트 단지
Reuters

웡 푹 코트의 아파트는 외벽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건물 끝까지 대나무 비계와 녹색의 건설용 그물망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대나무는 성장 속도도 빠르면서 가볍고 단단하여 수 세기 동안 홍콩에서 건물 비계로 널리 사용되었다.

이에 대해 홍콩 도시 경관의 상징적인 요소로 보는 이들도 많지만, 홍콩은 아직도 현대식 건축에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는 전 세계 마지막 도시 중 하나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홍콩 개발국 또한 안전 문제로 대나무 비계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 시도해왔다. 홍콩에서 여러 비계 관련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속 비계로의 대체를 추진해 온 것이다.

테런스 람 홍콩 개발국 대변인은 대나무 비계는 "재료적 특성상 균일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하며, 가연성도 높아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이에 안전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 원인은 여전히 확실치 않지만, 당국은 불길이 대나무 비계를 타고 빠르게 퍼지며 주변 아파트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추가 취재: 잭 라우(BBC 글로벌 차이나 유닛), 제미니 청(BBC 중국어 서비스,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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