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골머리 앓는 뉴욕 … 이미 한국은 해결했다?
한국은 매립지로 보내지던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를 97%에서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미국 뉴욕시도 같은 방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여의도의 어느 토요일 오후, 홍승환 씨는 일주일 동안 모은 채소 찌꺼기와 남은 밥, 과일 껍질 등을 챙겨 집을 나선다. 아파트 단지 내 마련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에 도착해 스캐너에 카드를 갖다 대자 뚜껑이 열리고, 그날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가 표시된다. 비용은 이후 개별 관리비에 포함돼 청구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폐기물 관리 실험이 자리한다.
한국은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이제 뉴욕은 한국의 성공 사례를 본받고자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법 30년 변천사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거의 모든 선진국의 걱정거리다. 미국에서는 4인 가족이 매주 약 56달러(약 7만원) 상당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억 톤 이상의 음식이 버려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한국 사회는 20세기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며 폐기물 위기가 찾아오며 대응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당시 음식물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졌기에 매립지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위생 문제도 만연했다.
그러던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정책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가 쌓이면서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1996년 2.6%에 불과했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률은 2023년 기준 무려 97%에 육박한다.
- 1995년, 한국 정부는 폐기물 배출량에 따른 요금을 도입했다
- 1997년,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가 의무화됐다
- 2005년,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을 전면 금지했다
- 2010년, 시범 사업을 통해 스마트 쓰레기통이 도입됐다
- 2013년, 정부는 음폐수의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홍 씨가 매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데 사용하는 RFID(무선 주파수 식별) 스캐너가 장착된 스마트 쓰레기통의 도입이다.
2025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배치된 스마트 쓰레기통은 15만1934개이며, 861만여 가구가 이를 이용한다.
홍 씨는 "내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와 비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내가 얼마나 많은 양을 버리고 있는지 더 실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 덕에 매립지로 보내지는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법은?
홍 씨와 같은 주민 수백만 명이 내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는 에너지 시설로 옮겨가 전력으로 재활용된다.
이는 단순 매립보다 기후 친화적이다. 유기성 폐기물이 매립지에 묻히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분해되며 향후 2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80배 이상 높은 메탄을 방출한다. 또한 폐기물에서 흘러나오는 음폐수는 토양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시설에서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로 보내지고, 메탄이 포집돼 연료로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긴 하나, 온실효과가 훨씬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중으로 직접 방출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대전 바이오에너지센터'는 들어오는 음식물 쓰레기의 70~75%를 에너지로 재활용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한국의 약 6000가구가 매일 사용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 전역에는 이 같은 시설이 340여 곳에 이른다.
이러한 바이오에너지센터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덕에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지난 2024년, 정부는 2026년까지 약 2300억 원 상당의 화석 연료를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우선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각 가정에서 내는 수수료가 도움이 되기는 하나,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한 도시 폐기물 관리에 매년 6000억 원 이상을 지출한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의 주문솔 순환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 새로운 기술과 정책으로 더 큰 진전을 이루려는 전환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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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직면한 과제: 꾸준한 규정 준수와 쥐
뉴욕시는 한국을 모델로 삼아 2024년 10월부터 주민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를 의무화했다. 이에 주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지정된 쓰레기통이나 뚜껑이 단단히 닫히는 통에 담아 분리배출해야 하며,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집 앞 길가에 내놓아야 한다.
약 34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 내 유기성 폐기물 재활용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이 꾸준히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지 않는 등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뉴욕시 위생국은 최근 5개 자치구 전역에서 방문 캠페인을 벌여 주민들과 6만여 번의 대화를 나눴다. 단속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위생국은 프로그램 시행 이후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가구에 위반 통지서 6만 3000여 건을 발부했다.
한편 뉴욕시는 의무적인 이 프로그램 외에도, 음식물 자원화를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고자 5개 자치구 전역에 스마트 퇴비 수거함 400여 개를 설치했다.
가정에서 매주 수거되는 지정된 쓰레기통과 달리, 이 태양광 퇴비 수거함은 모바일 앱을 통해 24시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으며 사용료도 무료다.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그레이스 푸는 "이 퇴비 수거함 덕분에 퇴비화가 훨씬 더 편리하다.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문제점도 있다. 푸는 "우리 아파트 근처에 설치된 퇴비 수거함 때문에 쥐가 너무 많아져 결국 수거함을 건물 안으로 옮겨야 했다"며 "더 자주 청소해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2025년, 뉴욕시 위생국은 주거용 유기성 폐기물 약 14만 톤을 처리했는데, 이는 가정에서 매년 발생하는 약 150만 톤의 약 9%에 해당한다. 전년도에 비하면 상당한 증가한 규모이지만, 한국의 97%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모자라다.
이렇게 수거된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는 사는 지역에 따라 2곳 중 한 곳으로 보내진다. 일부는 스태튼 아일랜드 퇴비화 시설로 보내져 비료로 재탄생하고, 나머지는 브루클린의 '뉴타운 크릭 폐수 자원 회수 시설'에서 하수 찌꺼기와 함께 바이오 가스 및 고형물로 재탄생한다.
컬럼비아 대학교 산하 기후 대학원의 지속가능 경영 프로그램 책임자인 스티븐 코헨은 뉴욕 시민의 약 7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방식이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코헨은 "한국에서는 RFID 기반 쓰레기통 덕에 주민들이 자신의 유기성 폐기물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진다"며 "순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기성 폐기물을 분리 배출해 에너지로 재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뉴욕은 아직 갈 길이 매우 멀다. 코헨은 "문제는 대다수 주민들이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이 왜 중요한지 시민 의식을 높이고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의도에 사는 홍 씨는 비워진 음식물 쓰레기통을 집어 들고 다시 아파트로 돌아간다. 음식물 처리기의 화면은 어느새 꺼져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이제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홍 씨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고 말한다.